문학작품 속 백화점, 내 일상의 공간이 되다 (3편)

2016/02/19

여러분에게 백화점은 어떤 의미의 공간인가요?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백화점은 훨씬 크고 화려한 모습인데요. 하지만 변함없는 것은 백화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조금 더 특별한 일상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 문학은 백화점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만나보시죠.

 

박완서, 자전적 공간을 묘사하다 (1970년)

박완서는 남성 중심의 문학사에서 여성 문학의 시대를 처음으로 연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그녀가 문학계에 처음 등단한 작품이 바로 『나목』입니다. 다음은 작품 속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PX 아래층은 서쪽으로 삼분의 일쯤이 한국물산 매장으로 되어있다. 환한 조명 속에 펼쳐진 건너편 미국 물품 매장 쪽을 나는 마치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듯 설레는, 좀 황홀하기조차 한 기분으로 바라봤다.”

-박완서, ‘나목’ 中

 

|6•25 전쟁시 미군 PX로 사용된 동화백화점(1950년대)

PX는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인데요, 원래 국내 최초 백화점인 미스코시 백화점이 있던 자리이죠. 해방 이후에는 동화백화점으로 개칭되었고, 6•25 당시에는 미8군 PX로 사용되었습니다. 서울이 수복된 후 민영화되었고, PX는 스무 살의 예민한 문학가 박완서의 직장이었습니다. PX의 초상화 부에는 염색한 미군 잠바를 입은 화가 박수근이 일하고 있기도 했죠. 스물한 살 처녀 박완서가 미군 초상화를 그리며 살아가던 화가 박수근을 만난 곳. <나목>의 배경인 바로 신세계백화점입니다.

호랑이와 5층석탑, 모란 등 한국을 배경으로 한 보자기에 미군 병사 애인사진을 보고 보자기 가운데 빈 곳에 해당 인물을 그려 넣었다. 박수근화백이 그린 그림은 아니며, 당시 이런 풍으로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경란, 현실적인 시대의 상징을 담다(2011년)

조경란의 『백화점 그리고 사물 • 세계 • 사람』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백화점의 공간적 특징 속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풍부한 상품 지식을 통해 백화점에서 겪는 심리 상태와 함께 조명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머물던 작가는 자신의 집인 서울대입구역으로 갈까 하다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약간의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를 느낀 것이죠. 그리고 그녀가 향한 곳은 눈에 익은 일곱 개의 꽃잎 모양 로고(신세계 강남점)를 지나 에스컬레이터에 오릅니다. 작가는 자신이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중요한 사건과 공간을 백화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펼치는데요, 백화점의 각 층에서 사람들의 모습과 특징을 포착하여 사람과 물질이 어떻게 만나고 갈등하고, 화해하는지 묘사하는 것입니다.

1층: 시계 향수 명품매장/백화점의 동선계획 – 타인의 시선 속에 존재하는 사물들
2층: 여성복 매장/에스컬레이터/봉마르셰 백화점/빨간 원피스 – 나는 입는다, 나는 존재한다
3층: 구두와 가방 매장
4층: 패션 매장/폐점 후의 백화점/물품보관소 – 소유와 욕망의 상관관계
5층: 남성복 매장
6층 아웃도어 스포츠 매장 – 백화점의 역사와 조건
7층: 아동매장/키즈카페/메이시 퍼레이드 – 감정노동과 크리스마스 마케팅
8층: 리빙 매장/수집가들/스마일 라인 – 수집과 잉여의 가치
9층: 특별매장/쇼핑의 일곱 가지 법칙/문화홀 콘서트 – 우리나라 백화점의 역사
10층: 식당가와 옥상정원/VIP라운지/직원전용식당 – 디스플레이의 힘
지하1층: 엘리베이터/쇼핑백/슈퍼마켓과 시장 –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지금까지 문학작품 속 백화점의 모습을 만나보았습니다. 백화점은 시대의 모습을 담으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의 문학 작품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백화점은 한때 특별한 날 방문하는 일상과 분리된 공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백화점도 계속 달라질 것입니다. 변함없는 것은 백화점이 언제나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