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와 로맨스의 와인, 샴페인

2016/05/18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졸업식과 입학식, 결혼식 등 축하하고 기념할 일이 있을 때 당연히 술 한잔 함께 하며 축배를 들게 되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기포가 보글보글 솟아나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기포의 입자가 곱고 오래도록 지속될수록 좋은 샴페인으로 여겨집니다.

흔히 우리가 샴페인이라고 알고 있는 이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킵니다. 그 외의 국가, 지역에서 생산한 것은 ‘샴페인’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요. 나머지는 일반적으로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발포성 포도주)이라고 말합니다.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도 달라서 프랑스의 샹파뉴 외의 지역에서는 크레망(cremant)이나 무쎄(mousseux)라고 부르며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 또는 프리잔테(Frizante), 독일에서는 젝트(sekt),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라고 부른답니다.

반짝이는 별, 로맨스의 극치

이름은 다르지만 스파클링 와인의 생명과도 같은 기포는 청량감과 복합미 넘치는 향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며 보는 이의 눈까지 즐겁게 해주어 축배용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기포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세로로 길게 디자인된 샴페인 글라스에 담긴 스파클링 와인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이 기포를 가리켜 ‘반짝이는 별’ 혹은 ‘진주목걸이’에 비유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 미학적으로도 뛰어나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눌 때 장미꽃 한 다발과 함께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고급 샴페인이죠.

고급 샴페인은 가늘고 긴 샴페인잔보다 화이트 와인 잔에 담아 마시면 더욱 깊은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Champagne and wine / bubbles in my head / “You’re so divine” he said / And holing my hand, / he promised me heaven / Boy what a sweet, sweet night. 샴페인과 와인 / 머릿속까지 차오른 기포방울들.. / “당신은 정말 멋져” 그가 말했죠. / 그리고 나의 손을 잡고 천국을 약속했어요. / 아, 얼마나 달콤했던 밤인지.

벨기에의 유명한 재즈 여가수 빅토르 라즐로가 부른 ‘Champagne and Wine’이라는 곡의 일부 가사입니다. 상상해보면, 두 선남선녀가 만나 마음이 맞아 함께 밤을 보내는데 주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듯 보입니다. 여자는 샴페인 몇 잔에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로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내일 당장 끝나버릴 만남이라도 반짝이는 기포가 송글송글 올라오는 그 순간만큼은 절대 사랑이라 믿었겠죠.

아쉽게도 이 노래는 “이런 게 바로 사랑일 텐데 어쩜 그렇게 쉽게 끝날 수 있을까”하는 여자의 한숨으로 끝나더군요.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이 노래의 교훈은 샴페인이 무척 위험한 술이라는 점을 경고하는 것’이라 합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기에 샴페인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샹파뉴 살롱 S(Champagne Salon S, Blanc de Blancs, Champagne Grand Cru), 이렇게 빈티지 샴페인은 레이블에 포도수확 연도가 표기된 것이 특징입니다.

결혼식이 유달리 많은 5월은 연말, 크리스마스와 함께 샴페인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즌이기도 하지요!

샴페인에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

샴페인은 캐비어나 푸아그라, 랍스타 등의 고급 요리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 정석이지만 와인과 음식 매칭은 결국 개인의 취향입니다. 물론 수많은 실패를 포함한 경험치가 쌓여야 음식 매칭의 노하우가 생기겠지요.

거창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스시, 신선한 브리 치즈나 부드러운 체다 치즈와 곁들여도 잘 어울립니다. 겨울에는 생굴과도 잘 어울리지만 레몬이나 비네거 소스는 샴페인 고유의 풍미를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올리브나 피클처럼 신 맛이 강하거나 마늘처럼 향이 강한 식재료 역시 샴페인과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저처럼 육식을 즐기는 분이라면, 부드러운 소고기에 향이 좋은 버섯을 함께 구워 오래된 빈티지 샴페인을 곁들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샴페인에 사용하는 세 가지 포도품종 중 피노 누아의 비중이 높은 샴페인들은 대부분의 육류와 잘 맞습니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담백한 파스타에 트러플(송로버섯) 오일을 살짝 뿌려도 빈티지 샴페인 특유의 효모 향과 잘 어우러집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도 추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잡채인데요. 양념이 강하지는 않지만 기름기가 느껴지는 잡채와 함께 마시면 섬세한 기포와 기분 좋은 새콤한 맛이 입 안을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샴페인은 근사한 저녁식사에 곁들일 수도 있지만 햇살 좋은 오후 테라스에서 간단한 안주를 놓고 마실 수 있는 술입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는 축배로, 위로할 일이 있을 때에는 기분을 풀어주는 데 그만입니다. 물론 꼭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연인과 함께 시원하게 칠링한 샴페인 한 잔 놓고 마음 깊은 얘기들을 나눠보는 것도 샴페인을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