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현장] 별마당 도서관, 요나스 요나손 작가 &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강연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이 짧은 가을을 특별하게 만드는 강연을 준비했다.

강연의 주인공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요나스 요나손’과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이다. 두 작가는 휴식과 만남, 책을 주제로 소통하는 문화 감성 공간이라는 별마당 도서관의 슬로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간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만 만나봤던 작가와의 만남은 독자들에게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다.

반짝이는 시대의 작가들이 전하는 시대의 문제와 그 해결책, 그리고 우리의 미래. 바로, 오늘 우리가 준비한 이야기이다.

 

#요나스 요나손의 인사이트

희망을 만드는 것은 유머와 자기객관화이다

요나스 요나손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15년 간 기자로 일했고, 100명 넘는 직원을 거느린 미디어 회사의 대표이기도 했다. 20년의 경력을 뒤로 하고 50살 가까이된 나이에 처음으로 쓴 책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프랑스 120만 부, 영국 120만 부, 독일 4백만 부 등 전 세계 8백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 그가 10년 만에 후속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을 출간하며 한국을 방문했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요나스 요나손이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선택한 곳은 별마당 도서관이다. 강연 전 짧은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만난 요나스 요나손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재치있고 능청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요나스 요나손이 생각하는 유머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의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 두 가지 중 하나가 유머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자기 객관화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춘다면 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인터뷰중)

그의 답변에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그리고 삶 속에서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번 소설 속에는 현시대의 정치인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는 매우 이색적이다. 실제 인물들을 소설 속으로 데리고 온 요나스 요나손은 그들을 희화화 하며 시대의 이슈를 드러낸다. 날카로운 아이러니로 웃음을 자아내는 그만의 방식이 강연 속에서도 여실이 드러났다.

박정민 배우와의 대담에서는 조금 더 내밀한 작가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영감의 원천, 인물 구성의 방식, 팬들과의 소통 등 작가로서 요나스 요나손의 삶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그의 글 속에서 배어 나오는 유쾌함의 근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저는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인류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가까운 지인이 태국에 사는데 쓰나미로 가족 전체를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전세계가 많은 도움을 주던 것을 보았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기후 변화도 심해지고 있지만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 때 인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도와주려고 하겠죠.” (강연중)

요나손의 답은 마음 깊은 곳 인류에 대한 신뢰였다. 전세계적으로 국가주의가 확산되고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인류는 결국 인류를 돕는다는 긍정. 조금은 나이브해 보이는 천진함은 글 쓰는 이로써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100세의 나이에 모험을 떠나는 소설 속 인물과 50살의 나이에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작가는 사실 동일 인물이 아닐까? 그런 그의 에너지가 별마당 도서관을 가득 채운 독자들의 마음 속에도 도전의 불씨를 지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요나스 요나손 미니 인터뷰

“최소한 두 번 이상 창문 밖으로 도망치시길 바랍니다”

별마당 도서관 강연 전, 요나스 요나손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책만큼 유쾌했던 답변들.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Q. 첫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 칼손’이 다시 돌아왔는데요. 첫 소설부터 계획하셨던 건가요?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오랫동안 다른 주인공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죠. 쓰다 보니, 알란 칼손만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단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알란을 다시 데리고 와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랬더니 이야기가 너무 잘 풀리더군요. 그렇게 이번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알란 칼손의 여정은 아직 남아있을까요? 한국의 한 독자로서, 요나스 요나손의 팬으로서 알란 칼손의 이야기가 계속 더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첫 책이 나왔을 때, 후속작은 절대 안 쓰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후속작이 나온 걸 보면 제가 거짓말을 한 게 되겠죠, 하하. 지금 책을 보면 한 번 더 모험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거짓말이 될 수도 있으니 확신은 못 하겠네요.

어쩌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달린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 여기저기 많이 일어난다면 다시 알란이 등장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Q. 자신의 창문을 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위해 알란 칼손이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요?

내 상황이 괴롭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인생에서 최소한 두 번 이상 창문을 넘어 도망쳐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나가면, 지금 갇혀있던 상황보다는 나은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삶이라는 건 어차피 모험이고, 새로운 것을 보는 과정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오늘 저의 강의에 만족하셨다면, 꼭 각자의 창문을 넘어 보시길 바랍니다. 기다리지 마세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인사이트

정직한 평가와 선택적 변화가 위기를 해결한다

시대의 석학으로 불리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그의 학문 스펙트럼은 문화 인류, 조류, 역사, 생리학, 의학을 총망라한다. 무엇보다 그의 저서 <총, 균, 쇠>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다. 경제, 사회 발전의 불평등 근원을 기존의 인종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환경적 요인에서 탐구했다. 이후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인류 문명의 탄생, 문명의 붕괴, 희망과 생존에 대한 문명 3부작을 완성하였다.

그가 새 책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와 함께 한국을 네 번째로 찾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강의와 질의로 이어진 60분의 시간을 통해 별마당 도서관에 모인 독자들과 뜨겁게 소통했다. 그리고, 강연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매우 명쾌하고 분명했다. 강연의 화두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해결책이었다.

“개인과 공간 그리고 차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한 객관적인 평가와 인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어려운 일일수록 여러 시도를 해야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강연중)

그가 이러한 화두를 꺼낸 이유는 현재의 국제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위기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객관화된 관점으로 위기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천연자원의 고갈과 경제적 불평등까지. 전 지구가 지금까지 한 번도 맞닥뜨려본 적 없는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상황에 대한 비관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희망의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지금 전 세계는 두 마리의 경주마가 경주를 하고 있는 상황과 같다. 한 마리는 파괴의 말이고 또 한 마리는 희망의 말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두 마리 경주마는 가속도가 붙어 악화는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이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더 강력한 해결책만이 희망을 줄 수 있다. 2050년이면 이 경주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우리의 결정이 그 결과를 가름할 것이다.” (강연중)

묵직한 현실의 문제를 직면한 개인은 사실 그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를 살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번 저서에서 위기란 일반적인 대처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 말한다. 지금의 문제가 가진 무게감은 현재의 관점에서 평가하기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일상의 변화를 가지고 오는 문제들이다. 그만큼 개개인 모두에게 변화, 혹은 대변동이 필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니 인터뷰

“한국은 올 때마다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어 방문이 매번 기대가 됩니다”

별마당 도서관 강연 전, 재레드 다이아몬드와도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벌써 한국 방문이 네 번째인 그.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그의 답변을 담았다.

 

Q. ‘별마당 도서관’에서 한국 독자들을 만나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렇게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에 온 건 이번이 네 번째인데요. 1999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그때는 한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여러 번 인연이 되어서 한국을 찾게 되었고, 한국 사람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올 때마다 나전칠기 보석함 같은 한국 전통 물건을 사서 아내의 생일이나 기념일마다 선물로 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올 때마다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어서 방문이 매번 기대가 됩니다. 어려운 역사를 잘 극복하고, 나아가는 한국인의 정신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인류사의 전반을 꿰뚫은 교수님의 뛰어난 통찰력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저희 부모님은 제가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몰두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학교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고, 운이 좋아 실험실 연구진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 연구를 하면서 역사와 지리까지 관심을 분야를 넓히게 되었죠.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책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교수님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맞습니다. 앞으로의 스케줄이 빈틈없이 꽉 채워져 있습니다. 가볍게 말씀을 드려볼까요? LA로 일단 돌아가서 조금 쉰 후, 브라질, 독일, 스페인으로 갑니다. 집에 잠깐 돌아와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다시 일본, 이탈리아로 갔다가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낸 후 UCLA 강의를 바로 시작할 거 같습니다. 정말 바쁜 시간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미래의 인간, 미래의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인류는 진보할 수 있을까? YES!

요나스 요나손과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가와 문화 인류학자는 그 단어만으로도 주는 느낌이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작가와의 만남 속에서 이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객관화된 시각을 통한 희망이다. 강연 내내 객관화된 관점을 중요시한 두 작가는 공통으로 불평등, 기후 변화 등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비슷하게 또 다르게 희망을 발견한다. 이는 개인이 맞이하는 다양한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2019년 가을, 별마당 도서관에서 만난 세계적 작가 두 명은 그 명성만큼 매력적이었다. 책 한 권 읽어볼까 생각이 드는 계절, 이성과 감성을 채우는 두 작가의 신작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