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 가장 보통의 일상,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출근길

2020/02/14

매일 아침, 우리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누군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는 지하철역에서, 누군가는 어느 도로 위에서. 각기 향하는 목적지는 다르지만 우리는 그 길을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출근’, 가장 보통의 일상을 여는 단어다. 날이 채 밝기도 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찬물로 덜 깬 잠을 억지로 깨워 집을 나서게 하는 출근의 무게. 이렇게 또 하루를 나게 하는 출근길 위에서 신세계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통의 하루, 그 시작에 감사를
신세계푸드 영종대교 휴게소 이용환 점장

근무지 인근의 사택에서 출퇴근 한다고 들었다.

원래 용인에 살고 있는데 집에서 영종도 휴게소까지 편도 80km 거리다. 집에서 출퇴근하면 1시간 30분도 더 걸리는 거리라, 청라에서 자취 생활을 한다. 사택에서는 출근하는데 차로 딱 15분이다.

지금은 영종대교 휴게소 운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전국 휴게소 내 신세계푸드 식음 파트를 관리했었다.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근무했다. 경주, 덕유산, 홍천, 평창, 또 제주까지. 그야말로 전국구였다. 출퇴근으로만 1년에 7만km를 찍은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고 싶다는 꿈을 늘 품고 있었는데, 지금 그 꿈을 이룬 셈이다.

▍사택 생활 덕분에 출퇴근 거리가 가까워져서 다행이다. 하지만 집을 떠나 생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많은 분이 혼자 사는데 로망이 있지 않나. 결혼해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딱 6개월 좋다. 식사부터 빨래, 청소, 하다못해 다림질하고 단추 다는 것까지… 혼자 모든 걸 해결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굉장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성격이 좀 꼼꼼하고 깔끔한 편이라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오늘 셔츠 단추도 직접 달아 입고 나왔다.

 

▍혼자 지내는 중에 가족이 가장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

항상 그립기는 하다. 그중에서도 힘들 때나 아플 때는 가족의 품이 더 그립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역설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일깨운다. 곁에 있으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잊곤 하니까.

요즘 평일에는 출퇴근 때문에 사택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족 모두 지금처럼 떨어져 지내는 게 익숙하다. 아이들도 이제 많이 컸다. 큰아이가 벌써 대학교 4학년이다. 아빠가 안 보이면 ‘아 근무 때문에 또 지방으로 가셨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더라.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조금은 외로운 출근길이지만 그래도 속에서 발견할 있는 즐거움이 있을 같다.

영종대교 휴게소에서 보는 서해 풍경이 참 좋다. 출근하면서 바다도 보고, 차 한잔하고. 이런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특히, 영종대교 휴게소가 사진작가들에게도 유명한 노을 촬영 스팟이다. 일몰 시간의 풍경이 끝내준다. 이곳에서 근무하며 서해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동해나 제주 바다와는 다른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가끔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휴일에는 혼자 근교 섬으로 여행도 다닌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거창한 걸 꿈꿨었는데, 지금은 이런 소소함이 좋다. 늘 감사하다.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꾸는 시간,
신세계TV쇼핑 엄후식 파트너

보통의 하루 그 시작점인 출근길,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 집에서 회사까지 3-40분 정도 걸린다. 사람들로 가득 찬 소위 ‘지옥철’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긴 하지만, 한편으로 출근길은 최고의 공부 시간이다. 출근길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경쟁사 방송을 보거나, 담당한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른 사람들처럼 출근길에 영상을 보는 게, 내게는 하나의 공부가 된다. 소소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다.

 

▍매일 타는 만원 지하철이지만, 지옥철은 언제나 적응이 어려운 것 같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 생활을 시작해, 졸업하고도 계속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출근길이 학교가는 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캠퍼스를 지나야 지하철 역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직은 지옥철 타는 출근길도 두근거리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회사 선배가 ‘학교 근처에 살면 학생티를 벗기 힘들다’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아직도 학생티가 많이 남아 있으니, 학생 때부터 익숙하게 지내던 공간을 바꾸는 게 회사원으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많이 공감했다. 공간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또 삶의 모습도 바뀌는 거니까. 그래서 올해는 이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사는 어디로 갈 계획인가?

회사 근처로 이사할 생각이다. 몇몇 선배들은 회사 근처에서 생활하면 쉬는 날도 회사 나오는 느낌이라며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크게 부담감이 없다. 근처에 즐겨 찾는 카페나 식당도 많이 있고 휴일에 일부러 회사 인근으로 놀러 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대한 부담감은 남들보다 적은 것 같다.

특히, 가장 기대하는 건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거다. 매일 30분은 더 잘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업태 특성상, 방송 송출이나 야외 촬영 때문에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업무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 것 같다.

이사가 생활 전반을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올해로 입사 3년 차이고, 정식으로 방송을 담당한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슬슬 사회 초년생 티를 벗고, 프로로 성장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사를 하고 또 새로운 출근길을 맞으며, 한 단계 도약하는 나 자신을 기대하고 있다.

매일 비슷한 풍경의 출근길과 반복되는 일상이 때론 지루해질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큐사인을 던지는 순간의 설렘만은 늘 새롭게 느끼는 PD가 되고 싶다.


어쩌면 출근길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풍경이다. 때문에 보통의 하루의 시작점인 출근길이 특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일상의 여정 속에 숨은 의미는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꿈을 위해,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오늘의 행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