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음식은 있다 – 케어푸드의 현재와 전망

2020/02/20

2020년, 젊은 노인의 시대가 오고 있다.
국제적 경제주간지 The Economist는 최근 출간한 ‘2020 세계 경제 대전망’을 통해 2020년에 소비자, 서비스, 금융 시장을 뒤흔들 본격적인 ‘욜드(Yold)’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욜드(Yold)는 일본인들이 만 65~75세 사이의 사람들이 ‘젊은 노인(Young Old)’을 줄여부르며 만들어진 용어이다. ‘2020 세계 경제 대전망’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산율이 매우 높았던 베이비붐 시대의 정점(頂点)은 1955~1960년이었다. 일반적으로 정년퇴직 기준이 만 65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0~2025년은 은퇴 연령에 도달하는 시기이다. 욜드 집단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노인집단과도 다르다. 이전 세대 노인들보다 더 많은 수의 집단을 이루고,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소비자 시장은 물론 서비스와 금융시장을 크게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적극적인 소비를 하는 노인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부터 경제력을 갖춘 5060세대를 일컫는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까지. 정의 방식과 관점의 차이는 있으나 이들 간엔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령층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오늘의 고령층을 새로운 세대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시각과 준비가 필요하다.  자산이 늘어나고 취향이 다양해진 이들 세대의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는 ‘건강관리’이다. 그리고 건강관리의 출발점은 먹거리다. 이처럼 신세계그룹 인사이드는 시니어의 의식주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 산업에 집중했다. 일반적인 음식의 섭취가 힘든 일부 고령 세대를 둘러싼 국내외 식품 환경은 어떠하며,  이러한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신세계푸드의 케어푸드, ‘이지밸런스’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신세계그룹 인사이드의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았다.

           

곁에 있으나 느끼지 못하는
‘고령사회’란 이름

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8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4.4%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고령사회(Aged Society) 진입을 알리는 순간이다. 이듬해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진다.2019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구성비는 14.9%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예측했다.

이에 따른 고령층 음식 섭취의 어려움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래가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고령자 가구(가구주 연령 65세 이상) 비중은 점차 증가하며 2019년 21.8%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28.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2019년 기준 전체 고령자 가구 중 노인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34.2%로 고령자 가구 유형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는 고령자 1인 가구가 늘었다는 의미다. 씹고 삼키는 것조차 어려운 고령자들에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혼자 준비하는 것은 더욱 고된 일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고령자의 식품 소비 여건 및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42.9%가 입안 문제로 음식 섭취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대중의 인식과 준비는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체감과 현실이 엇나간 시점에서 사회시스템의 빠른 준비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령사회’라는 사회 현상부터, 식품 연구원의 케어푸드 개발 스토리, 최종적으로 케어푸드를 직접 소비하는 요양 병원현장의 소리까지. 신세계그룹 인사이드 트렌드 리포트는 한국 케어푸드의 시작점에 서서 향후 국내 실버산업의 미래를 예측해봤다.

           

INTERVIEW 01
고령사회 속, 케어푸드는 어디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한유정

Q. 다른 고령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만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첫 번째는 ‘속도’의 차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 시점으로부터 고령사회 진입까지 독일은 약 20여 년, 일본도 약 2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한국은 불과 1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이다. 고령사회 진입 시점으로부터 초고령화 사회 진입 시점 역시 독일은 약 35년, 일본은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한국의 경우 고령사회에 진입한 2018년으로부터 약 7년 후인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비중의 차이다. 고령인구 20%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이르렀을 때, 어린나이의 세대가 너무 적은 역삼각형 구조가 예측된다는 점이다. 인구비중을 | 0-14세 | 15-64세 | 65세 이상 | 세 그룹으로 나눌 때, 다른 국가들의 초고령 사회 진입 시점 비중을 살펴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0-14세 인구 비중이 독일은 13.6%, 일본은 13.8% 였지만, 한국은 12.1%로 전망된다. (초고령 사회 진입 예측년도 2025년 기준) 2017년 당시 인구피라미드는 30-50대가 두터운 항아리형이나, 점차 65세 이상이 두터워지고 10대가 줄어드는 역삼각형 구조로 변화될 전망이다.

Q. 음식 소비에 있어 現 실버세대가 과거의 실버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높아진 1인 가구 비중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1995년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가구의 비중이 19.6%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실버세대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1인 가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4.1%(134만7천가구)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정간편식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Q. 우리나라에서 케어푸드의 상황은 어떠한가.
A. 현재 우리나라는 15년 전의 일본, 10년 전의 독일과 닮아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유례 없는 속도로 인해 준비가 미흡하다. 한국의 케어푸드는 사회 인식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상황이다. 지난 2017년 12월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을 신설하여 고령친화식품의 정의와 식품 경도 기준을 제정한 바 있으나, 현재 명칭은 고령 친화 식품, 노인식, 실버푸드, 시니어푸드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마치 ‘노약자’가 그랬듯 실사용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즉, 정확한 명칭과 역할이 아직은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 향후 제도적으로 영양 성분과 제품 규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발전되었으면 한다. 케어푸드 관련 기준이 명확하게 확립되고 다수의 기업이 경쟁적으로 이 산업에 뛰어들 때, 소비자들도 명확히 케어푸드의 역할과 기능을 인식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A. 출산율이 1.2%에 불과한 현재 실버산업의 전망은 밝다. 향후 고령층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며 소비의 주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다양한 가격대의 케어푸드를 제시하는 것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이윤 추구 목적을 고려했을 때 무작정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일이기에, 이는 정책적인 측면과 함께 맞물려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INTERVIEW 02
이지밸런스, 이렇게 만들어진다
식재개발팀 연구원 박경리

고령층의 음식 섭취 위협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저작기능(음식을 씹는 것)과 연하 기능(음식을 삼키는 것)이 그것이다. 올해 초 신세계푸드는 가속화된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가정간편식 형태의 ‘이지밸런스(EASY BALANCE)’를 출시했다. 이지밸런스는 ‘식도 근육이 약해진 고령자를 위한 연하식(嚥下食)’에 집중하여 B2B 납품 중이며 근 시일 내 B2C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Q. 케어푸드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A.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올반LAB에서는 2017년부터 케어푸드 개발에 착수하였다. 음식을 제대로 먹기 어려운 고령자는 점차 늘어만 가는데, 그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음식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지 밸런스를 개발하게 되었다.

Q. 이지밸런스가 다른 케어푸드들과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케어푸드는 저작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위한 연화식과 식도 근육이 약해진 사람을 위한 연하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세계푸드는 그중 연하식 브랜드인 이지 밸런스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였고 관련 특허를 4건 출원했다. 특허 기술 중 특히 괄목할만한 것은 효소를 통해 전분 구조를 잘라낸 것이다. 예컨대 죽을 생각해보면 삼킬 때 달라붙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달라붙기 쉽다는 것은 호흡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지밸런스는 이 기술을 통하여 삼키기 용이하도록 텍스처를 조정하였다.


Q. 케어푸드에서 ‘점도’가 중요성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이가 들면 식도 주위의 근육 기능이 저하되어 식도를 열고 닫기가 힘들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흔히 걸리는 사레가 노인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된다. 때문에 음식의 점도, 응집성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입안에 음식물이 들어가 타액과 섞이면 덩어리가 되어 식도로 넘어간다. 하지만 근육 기능이 저하된 고령층은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위험하다.
(* 위 이미지의 잔여감 차이 확인)


Q. 기능도 중요하지만 맛도 중요할 것 같다. 맛을 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향후 다양한 맛의 출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케어푸드는 고령층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저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염만 강조하면 맛이 없기 때문에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나트륨이 낮더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현재는 소불고기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다. 이지밸런스는 하나의 상차림을 생각하며 개발했다. 상품 라인업도 반찬을 시작으로 디저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는 총 20종의 상품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Q. 개발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 이곳에 오기 전 피코크 개발팀에서 소스나 국,탕류를 개발했다. 그러나, 최초로 연하식 케어푸드를 시작하려고 하니 국내에서는 해당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이 단 한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환자가 아니기에 먹어볼 수도 없었고 해외로 나가서 기술 세미나를 참가하는 식으로 정보를 습득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전문 의료인이나 학계가 아니기 때문에 접근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해외 현지 조사와 사례 스터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국내 최초의 연하식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INTERVIEW 03
케어푸드를 기다렸던 사람들
일산복음병원 원장 최성혜

Q. 이지밸런스를 병원 내에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담당하는 재활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파킨슨, 뇌졸중, 그리고 외상성 뇌출혈 환자들은 발병 후 연하장애(삼키는 것을 어려워하는)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콧줄을 끼워 영양을 공급하게 되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콧줄을 빼고 식사를 제공하는데, 대부분 미음을 제한된다. 콧줄을 빼고 나서도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맛이 없고 점도가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음식이 지속적으로 제공되면 환자들은 식사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콧줄을 제거하기 전보다 체중이 감소하거나 수인성 폐렴 등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에서 고심이 많았는데, 신세계푸드의 연하식 브랜드 ‘이지밸런스’ 출시 소식을 듣고 환자들에게 매우 적합한 음식이라 판단해 전격적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Q. 도입 후, 환자들의 만족도 및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환자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 콧줄을 뺀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에게 이지밸런스를 배식 후 비교 투시 영상 촬영을 한 적이 있다. 환자분께서 “맛있다”라고 표현한 것과 더불어 음식 역시 상당히 잘 넘기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보험 급여와 식자재 비용의 한계상 하루에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또한, 아직 소매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중화가 될 수 있도록 유통경로 확보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다

새로운 실버세대는 더 이상 수동적인 타겟이 아니다. 이를 인지한 기업들이 실버세대를 겨냥한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시니어 패셔니스타>를 기획해 시니어 모델 성공기를 도왔고, LGU+에서는 <50+ 유투버 스쿨>을 열었다. 시니어들의 주체적인 활동도 주목할만하다. 김칠두, 최순화 등의 시니어 모델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이며, 박막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미친다. 시니어들은 이제 중요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100세 시대라 불리는 지금, 이번 트렌드 리포트는 100이란 숫자를 건강하게 채우기 위한 신세계푸드의 노력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은 케어푸드 이지밸런스. 신세계푸드의 실버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실버세대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나가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