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 “같은 사람 맞아요?” 숨은 매력의 비밀, ‘보통의 취미’들

2020/06/16

살다 보면 취미에 대해 답하거나 적어야 할 상황을 마주한다. 흔한 질문이고 쉽게 대답할 법 한데, 척척 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개 음… 하고 운을 떼곤한다. 망설이는 사람은 이런 이유를 내세운다. ‘딱히 취미가 없거나’, 아니면 ‘취미라고 하기엔 쑥스럽거나’. 하지만 이 두 가지 물음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취미란 모름지기, ‘그럴싸한’ 모양새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취미는 일이나 명함이 아니다. 국어사전에서조차,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 정의한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고, 유행이란 이유로 요가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집에 돌아와 올리브 나무를 보고 있는 게 즐겁다면, 그게 취미가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우리를 머뭇거리게 만든 ‘그럴싸한’ 취미들도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것 아니었을까. 올리브나무를 좋아하다 꽃꽂이로, 조경으로, ‘그럴싸한’ 취미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6월, <보통의 하루>는 보통의 신세계인들에게 숨겨진 보통의 취미들에 주목했다.
능숙함보다 재미로 하는 신세계인들의 취미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지, 그들에게 직접 물었다.

 

            
Part 1. 마라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칼성비의 끝판왕”
이준호, 김홍숙 파트너
*칼성비: 칼로리와 가성비의 합성어

Q. 사전 섭외 당시, 꼭 둘이 함께 촬영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굳이 ‘마라톤을’, ‘함께’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준호P:
입사 3년차 였을까.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체중의 증가가 느껴졌다. 처음엔 동기인 김홍숙 파트너의 추천으로 킥복싱을 시작했다. 킥복싱장이 한강과 가까워 무작정 달려본 날이 있었다. 몸이 무겁기는 했지만 기분이 정말 좋더라. 며칠 뒤, 때 마침 킥복싱 관장님도 달리기를 제안해 홍숙 파트너까지 셋이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시작이었다.
김홍숙P: 같이 뛰는 즐거움이 있다. 파트너가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파이팅을 외치며 끌어주고 밀어준다. 혼자 뛸 때는 느낄 수 없는 에너지다. 기록도 훨씬 좋아진다. 처음 마라톤을 나갔을 때도 다른 멋진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니 평소보다 좋은 기록이 나왔다.

Q. 각자 마음 속 목표들이 있을 것 같다.
김홍숙P: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내 기록을 내가 깨는 것이다. 평소 러닝 어플로 기록을 체크하는 편인데, 내 기록을 볼 수록 욕심이 난다. 또, 어플 내 누적거리에 따라 레벨이 나뉘기 때문에 보다 상위레벨로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추억을 쌓는 것이다. 작년에 친한 언니들과 마라톤에 나갔을 때 느낀 보람과 즐거움이 또 다른 동기가 됐다. 작년처럼, 올해도 내년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며 추억을 쌓고 싶다.
이준호 P: 처음엔 단순히 다이어트가 목적이었다. 근데 뛸 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속도가 붙는 게 느껴졌다. 자신감이 붙어 시작 8개월만에 하프마라톤을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고, 6개월 뒤엔 바로 풀코스에 참가했다. 초보 마라토너라면 모두가 목표로 하는 서브4(*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를 말함)에 도전했다. 하프 지점까진 좋았다. 이대로라면 3시간 30분 컷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0km를 넘어서자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쥐가 난 것이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 결국 목표했던 서브4 달성에 실패했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반드시 풀코스 서브4를 완주하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 달성할 목표들도 미리 계획해놨다. 3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의 완주(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jtbc 서울마라톤) 그 다음은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완주, 최종적으로는 철인3종경기를 완주할 생각이다.

Q. 나중에 꼭 뛰어보고 싶은 장소, 뛰었을 때 좋았던 장소가 있나?
김홍숙P:로나로 대회가 취소되었지만, 안정되면 여의도 벚꽃 마라톤에 꼭 뛰고 싶다. 막상 뛰면 힘들어서 벚꽃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일 것 같다.
이준호P: 여행을 가면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한다. 다른 도시에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다. 가장 좋았던 곳은 단연 센트럴 파크다. 새벽 6시에 일출을 보며 뉴요커들과 달리는 기분은 잊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제주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부근이 기억난다.
아직 뛰어보지는 못한 곳 중에서는, 앞서 말한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코스를 가장 뛰어보고 싶다.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코스도 꼭 뛰어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새벽 황금빛 바다에서부터 새파란 바다가 보일 때 까지 뛸 생각을 하면 벌써 마음이 벅차다.

Q. 러닝은 누구나 한번씩 도전하고 누구나 한번쯤 포기한다. 동기부여가 될 한마디를 부탁한다.
김홍숙P: 쉬운 목표를 정하고 하나씩 넘어보면 어떨까. 1km로 시작해서 3km, 5km로 조금씩 목표를 늘리는 것이다.내 경우는 km당 평균속도를 목표로 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성취감을 얻기도 쉽고, 그날 정한 목표를 깨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다.
이준호P: 일단 러닝은 단기간에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수영 같은 경우는 수개월 또는 수년의 시간이 들여야 하고 재능의 장벽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달리기는 지금 당장 나가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10km 대회에 나가서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하프나 풀코스에 나가서 어마어마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칼성비다. 다이어트에 이만한 운동이 또 없다. 보통 속도로 한 시간만 달려도 6-700kcal가 소모된다. 실제로 3개월만에 20kg를 넘게 감량했다.

 

            
Part 2. 프랑스어
“요리책 읽다가 5개 국어까지 하게 된 사연”
차승욱 파트너

Q. 프랑스어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문 용어와 음식들이 모두 불어로 되어 있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때부터 자연스레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와인 라벨을 읽거나 프랑스 지명을 공부할 때에 큰 도움이 됐다.

Q. 프랑스어 외에도 여러 언어의 구사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언어와 이유는 무엇인가.
스페인어와 독일어는 가벼운 회화가 가능하지만 공인된 실력은 아니다. 단, 영어와 프랑스어는 사용기간이 길고 공인시험 성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3개 국어가 맞다. 각 언어의 특색이 있어서 다 재밌지만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어를 가장 좋아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하다보면 영단어의 상당 수가 프랑스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어, 같은 단어임에도 발음과 의미의 차이를 발견할 때 흥미롭다.

Q. 언어 공부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나만의 팁을 소개하자면,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습득하고자 하는 언어의 뉴스를 듣고 읽는다. 특별히 집중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듣게 되면, 억양 또는 강세 등 언어의 특색이 귀에 익는다. 그리고 단어를 머릿속에서 사진처럼 그리는 것이다. 그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와 한국어를 연결짓지 말고 단어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좋다. 이해가 훨씬 빠르고 쉬워진다. 익숙해지면 머릿속 한국어 번역이 필요없게 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언어를 할 수 있지만, Jack of all trades, master of none (재능은 많지만, 한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라는 속담을 유념하고 있다. 그래서 “수박 겉핧기”식의 학습보다는 한 우물을 깊게 파고 싶다. “이 분야에서는 그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파고 드는 편이다.

Q.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가장 뿌듯한 순간은 공부 중인 언어를 머릿속에서 번역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해하고 표현할 때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하철” 이라고 적힌 글자를 스쳐보아도 알 수 있다. 단순 글씨를 읽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이라는 단어에 담긴 ‘대중교통’, ‘지하에서 달리는 열차’ 같은 형태와 의미를 연결 짓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어가 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질 때 가장 뿌듯하다.

잘 노는 건 삶에서 꼭 필요한 재능이다.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매번 집에서 멍하니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면, 이제부터 올라올 신세계인들의 취미를 훔쳐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새로운 ‘인생 취미’ 하나 발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나 조차 몰랐던 나의 캐릭터와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