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현장] 일년에 딱 15일, ‘1% 한정판’ 신비 복숭아 산지를 가다

2020/06/24

#샤인머스캣 #플럼코트 #블랙사파이어 #토망고 …
인스타그램엔 과일 태그가 유행이다. 생소한 과일에 갖는 호기심은 곧 “먹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SNS에서의 유행은 빠르고 넓게 퍼진다. 한 손에 늘 휴대폰을 든 사람들은 이제 시즌마다 새로운 과일을 찾는다. 트렌드와 프리미엄은 패션뿐 아니라 과일에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과일 가격은 일반 과일보다 평균적으로 약 1.5배 이상 높다. 하지만 과일 매출 선봉에 섰다. 과일 하나를 먹어도 특별하고 맛있게 먹으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재배 방식을 개선해 과일의 프리미엄화를 모색하고 있다. 프미리엄 과일 왕좌에 오른 샤인머스캣의 자리를 위협할 제2, 제3의 고급 과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포스트 샤인머스캣’으로 떠오를 과일은 무엇일까. 이마트는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를 선택했다.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경북과 전북을 넘나 들며, 이마트 바이어와 함께 복숭아 산지를 직접 찾아가 봤다.

갓 수확한 신비 복숭아

현지 생산자들은 복숭아가 제 맛을 내려면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물맛이 강하고 당도가 떨어지는 맛 없는 복숭아가 된다. 경북 경산 지역이 전국 천도복숭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천도 복숭아 명산지인 경산시 자인면의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분공급이 복숭아 품질을 높인다.

자인농협 이재형 과장과 이마트 구재현 바이어가 신비 복숭아의 품질을 체크하고 있다.

“좋은 놈, 아닌 놈, 다 여기서 골라냅니다”
들어서니 벌써 복숭아 향이 가득하다. 경산시 자인농협은 한창 복숭아 분류 작업으로 분주했다. 일반인 눈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년 간의 경력을 갖춘 농협 물류센터 직원들은 매의 눈으로 양질의 상품을 고르기 위해 섬세히 분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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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문가가 일일이 선별하는 이유가 있다. 신비 복숭아 같은 조생종은 기계를 통한 정확한 당도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산 자인농협 이재형 과장은 “육안으로 좋은 상품을 1차 선별 후, 2차로 기계를 활용해 중량 별로 다시 선별한다. 크기 별로 가장 큰3번과 부터 5번과 까지 분류하여 이마트로 배송된다”고 말했다. 엄선한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으니 과연 “달다” 느껴진다. 한입 더 베어 물으니 “다르다” 느껴진다.


신비 복숭아 산지
@경북 경산시 자인면

신비 복숭아가 자라는 곳. 자인면의 복숭아 농장으로 이동했다. 드넓은 땅에 보이는 건 복숭아 나무뿐이라, 신비 복숭아의 인기를 실감한다. 신비 복숭아는 처음부터 각광 받던 복숭아가 아니었다. 천도보다 무르고 과즙이 많아 키우기 까다로워 농가들이 꺼렸다. 11년간 농사를 지은 자인면의 김성원 생산자는 “신비 복숭아를 위해 4~5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잘 무르고 햇빛 요구도가 높아 숱한 시도 끝에 노력의 열매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런 어려움 속 신비 복숭아의 성공 이유는 명확하다. 황도나 백도와 달리 털이 없어 깎아 먹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천도처럼 시큼하지 않고 달콤하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자들이 찾는다. 소위 말하는 물복과 딱복의 장점을 합친 복숭아다.

신비 복숭아의 겉은 천도복숭아와 비슷하다. 털이 없고 경도는 비교적 단단하다. 하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과육은 백도처럼 하얗고 부드럽다. 풍부한 과즙에 담긴 당도는 10~13Brix 정도로, 기존 천도복숭아엔 없던 달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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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복숭아의 적은 생산량은 ‘신비’함을 더 증폭시킨다. 신비 복숭아 생산 비율은 천도복숭아 중 0.8%가 전부다. 조생종으로 생산은 6월 중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약 보름만 가능하다. 신비 복숭아는 온도에 민감해 조금만 더워도 쉽게 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하 시기가 복숭아 중에서는 가장 빨라 소비자에게는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신비 복숭아 30톤 을 준비했는데, 일주일만에 완판했다.

김성원 생산자가 신비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다.

이런 신비 복숭아가 쉽게 만들어 질리 없다. 김성원 생산자는 신비 복숭아 재배 특징을 꼽았다. “첫째는 색이다. 이를 위해 전지 전정 작업을 봄부터 잘 해줘야 한다. 둘째는 향이다. 화학비료를 넣으면 신비 복숭아 특유의 향이 사라지고 물러진다. 그래서 직접 소를 키워 양질의 퇴비를 만든다.

나무에 열린 신비 복숭아를 하나 따 건넨다. 산지에서 먹으니 맛이 다르다. 갓 딴 복숭아도 충분히 맛있지만, 수확한 복숭아는 80~90% 정도 익은 상태라고 한다. 마트로 옮겨 판매되기 까지 시간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어, 김성원 생산자는 “이마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1-2일 상온 후숙하여 먹으면 가장 좋다. 120% 익었을 때 가장 맛이 좋더라. 먹기 1시간 전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먹으면 최고의 신비 복숭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팁을 전했다.


그린황도 복숭아 산지
@전북 남원시 송동면

최홍선 생산자가 갓 따온 그린황도 복숭아를 보여주고 있다.

여름 비가 내리던 오후. 전북 남원의 그린황도 복숭아 농장으로 이동했다. 남원 역시 대한민국에서 적은 강수량과 많은 일조량을 가진 곳이다. 토질 자체가 마사토로 배수가 용이한 지질이다.
남원의 최홍선 생산자가 직접 그린황도 복숭아를 건냈다. 일반 황도의 70% 크기 수준인 그린항도 복숭아는 아담한 느낌이었다. 한 손에 들고 먹기 참 좋은 크기다. 14년차 생산자 최홍선 씨는, “5년 전 첫 수확 때만 해도 복숭아 크기가 작아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였다. 지금은 크기는 다소 작지만, 일반 천도 복숭아 대비 맛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과일에도 다 때가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과일도 양보다 질을 따지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착색봉지가 씌워진 그린황도 복숭아의 모습

그린황도 복숭아는 눈으로 먹는 맛이 있다. 전체적으로 노란 빛에 붉은 물이 예쁘게 들었다. 슈가 파우더를 흩뿌린 듯한 과정부(*과일 꼭지의 맞은편)는, 먹지 않아도 벌써 맛있어 보인다. 빛깔을 어떻게 내는지 생산자에게 묻자 착색봉지라고 답을 한다. “아래가 뚫린 착색봉지를 씌워 두면 복숭아가 크면서 아래 부분이 벌어진다. 그러면 복숭아 끝이 타이벡(*열매에 고루 태양빛을 반사하기 위해 바닥에 두는 것)의 빛을 받아 불그스름해지고, 봉지에 쌓인 부분은 노란빛이 돈다. 만약 착색봉지를 씌워두지 않으면 검붉은 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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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보려 과도를 찾으니 “그린황도 복숭아는 껍질 채 먹어야 향이 많고, 아삭한 맛이 산다”며 생산자는 한사코 말린다. 그대로 한입 베어 물으니 과즙이 풍부하고 맛이 진하다. 신맛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생산자가 보여주는 당도측정기계엔12.2 Brix가 선명하다.
그린황도 복숭아는 일반 황도의 불과 0.5%만이 생산된다. 하지만 분명한 강점이 있다. 황도는 복숭아 중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수확기가 가장 늦는 게 단점이다. 8-9월이나 되어야 맛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린황도 복숭아는 6월이면 만나볼 수 있다.

그린황도 복숭아 자체가 생소한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해당 품종이 시판 된지는 약 7년이 넘었다. 먹어본 사람은 모두 좋아했지만 아는 사람이 적었다. 도약의 기회가 필요했다. 지난해부터 이마트가 두 이색 복숭아 판매에 본격 나섰다. 최홍선 생산자는 “이마트 납품 전까지는 물량 준비를 지금처럼 대량으로 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입소문으로 퍼지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좋은 기획을 만났을 땐 1년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복숭아의 품종은 수천 개. 그 중에서 우리가 아는 품종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 수 많은 복숭아 중 이름과 스토리가 있는 복숭아만을 우리는 기억한다.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에게 이런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마트 바이어를 만나 그 과정에 대해 직접 물었다.


INTERVIEW
구재현 |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

Q. 이마트 바이어로서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일의 핵심 조건은 ‘맛’이다. 맛없는 과일은 주목을 받더라도 인기가 금세 식는다. 하지만 구매하여 먹기 전까지 맛을 알 수는 없다. 때문에 과일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려면, 그 과일만의 이색적인 스토리가 필요하다.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는 이 모든 측면을 가지고 있는 과일이다.

Q. 화제의 희귀 품종들이다. 이마트에 두 복숭아가 진열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두 복숭아 모두 이마트가 10년 전부터 주목한 품종이다. 좋은 품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현실화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신비 복숭아는 해당 품종을 별도 분류하기 전까지 천도복숭아에 속했다. 때문에 농민들은 천도복숭아의 전체 생산량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로서는 신비 복숭아를 따로 분류할 동기가 부족했다. 농가에 기획과 지원을 통해 우수한 상품성을 입증할 과정이 필요했다.
그린황도 복숭아는 2011년 이마트가 직접 남원에서 품종 우수성을 검증하여 판매를 해왔다. 그 뒤로 재배 기술과 고객 반응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검증을 해왔다.
두 과일 모두 맛은 더 높이고, 기존과는 다른 스토리를 만들었기에 화제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Q. 인기는 많지만 생산물량이 극소량이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은 없는가.
올해 4월 냉해 피해가 있었다. 이로 인해 복숭아뿐 아니라 배, 자두 등의 과일 생산량이 15% 상당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기후다. 이런 상황에도 이마트는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 전체 시장의 20~40%를 매입 중이다.
워낙 화제 품종이라 작년 대비 매입 규모를 늘렸다. 작년 매출 기준, 신비 복숭아는 30톤, 그린황도 복숭아는 60톤이 팔려나갔다. 올해 신비 복숭아 물량은 3배 이상 늘려 100톤을 준비했고 그린황도 복숭아는 30% 늘린 80톤을 준비했다. 완판을 예상한다.

Q. 황도, 백도 그리고 납작복숭아까지. 쟁쟁한 복숭아들 사이에서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선 두 복숭아는 황도, 백도의 출하 시기와 겹치지 않는다. 즉, 경쟁 관계가 아니다. 6월 중하순에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를 즐기고, 복숭아의 여운을 그대로 황도와 백도로 이어가면 된다. 납작복숭아는 화제의 과일 중 하나다. 맛과 차별성 조건 모두 충족하는 과일이다. 그러나 대부분 수입산이라 높은 가격이 단점이다. 반면, 신비 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는 맛도 비등하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신선함과 가격 우위에서 신비 복숭아의 우세를 점쳐본다.


1% 희귀 복숭아
이마트 25일부터 할인 판매


이마트는 25일부터 7월1일까지 앞서 소개한 두 희귀 복숭아를 할인 판매한다. 신비 복숭아는 1팩에 8,900원(800g), 그린황도 복숭아는 17,900원(5~6입)과15,900원(7~8입) 두 종류이다.

60여개 점포에서는 시식도 가능해, 장보러 가는 길에 맛봐도 좋다.

복숭아를 두고 옛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마포 도화동은 신선이 준 천도복숭아 씨가 내려 복사골로 불렸다는 설화가 있다. 삼국지의 ‘도원결의’, 도화원기의 ‘무릉도원’ 역시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한다. 복숭아 산지에 가보니, 왜 그들이 복숭아 밭을 낙원으로 여겼는지 알 것만 같다.
고민하면 지나간다. 조금 이르게 열린 낙원에서 온, 두 희귀 복숭아는 자연이 만든 한정품과 다름없다. 7월 중순까지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더워지기 전, 아직 창가엔 바람이 선선하게 분다. 마트에서 사온 복숭아들을 식탁에 올리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