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소장의 리테일 프리즘] 호모 루덴스를 위한 유통, 라이브커머스

2020/12/31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도 한다. 유희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을 뜻한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는 인간의 본원적 특성은 놀이라고 주장한다. 팬데믹 이후 가장 인기 있는 놀이를 꼽는다면 단연코 콘텐츠 소비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으로 영화나 드라마, 각종 동영상을 즐기는 호모 루덴스가 크게 늘고 있다.

쇼핑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호모 루덴스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통은 라이브커머스다. 라이브커머스는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신개념의 쇼핑 방식이다. 특히 동영상에 익숙한 MZ세대들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매출 신화를 달성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SSG닷컴이 이마트 월계점 토이킹덤에서 진행한 라이브커머스에서 전점 3~4일 치 매출액을 단 1시간 만에 달성했다. 가전업체 밀레코리아가 지난 11월 진행한 라이브커머스에서는 90분 만에 10억 원이라는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라이브커머스가 뜨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이다 보니, 마치 예능을 보면서 쇼핑을 하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나 셀럽이 등장해 스토리를 엮어서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한다. 상품에 대해 잘 아는 MD나 제조공장 사장, 농장주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촬영 장소도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매장, 산지, 농장, 공장 등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곳이 활용된다. 온라인이지만 직접 매장이나 현장에 나가서 대면 구매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실시간 채팅으로 궁금한 점도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어 구매전환율이 높다. 초기에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도가 높은 패션이나 뷰티 상품이 주로 팔렸지만, 최근에는 식품, 생활용품, 중고 자동차까지 상품 범위가 다양하다.

SSG닷컴은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 ‘쓱라이브’를 통해 입생로랑 뷰티에서 출시한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주요 업체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온오프 유통업체들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SNS 등 다양한 업체들이 앞다퉈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사 중에서는 SSG닷컴, 신세계TV쇼핑,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국내 포털 1위 네이버, 메신저 시장 1위 카카오도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구축한 데 이어, 쿠팡도 조만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디지털 소비층이 기존 MZ세대에서 5060세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MZ 세대와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로 라이브커머스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5G(5세대 이동통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기술발전으로 인해 라이브커머스의 현실감과 편의성도 진화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측 니즈가 서로 맞물리면서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규모는 2020년 3조 원에서 2023년에는 8~10조 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시장보다 3~4년 앞서 라이브커머스가 태동된 중국의 시장규모는 벌써 162조 원에 달한다. 2017년 3조 원 규모에서 3년 만에 50배 이상이 성장한 것이다. 현재 알리바바가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미국의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2023년이 되면 거의 30조 원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10분 만에 100만 달러를 달성한 매출 신화가 탄생하면서, 거대 플랫폼들도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공룡 아마존에 이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이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신설하고 있다. 월마트는 얼마 전 인수전에 참여했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서 라이브커머스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틱톡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패션 아이템 등을 소개하면서 커머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은 팬데믹 이후의 시대정신은 거대한 ‘창의적 디스럽션(Creative disruption)’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라이브커머스로 인해 유통시장이 또 한차례 ‘디스럽션(disruption)’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스럽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핵심역량으로 꼽히는 콘텐츠 기획력과 잠재고객에 대한 타깃 역량을 확보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라이브커머스 생태계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면서 베스트 솔루션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올라타면서 스스로 ‘창의적 디스럽션’을 주도한다면, 위기가 아닌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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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 소장
현재에서 미래를, 미래에서 현재를 부감하며

리테일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