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 부장의 서큘러 이코노미] 미래의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 ‘ESG’를 말하다

2021/01/18

요즘 전 세계 투자자들의 화두는 단연 ESG다.
주식이나 펀드 좀 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ESG.
ESG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일까?

           

구글 트렌드로 보는 ESG

ESG 관심도 변화를 시간순으로 나타낸 그래프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면, 최근 1년의 급격한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 수치는 특정 지역 및 기간을 기준으로 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 대비 검색 관심도를 나타냅니다. 값은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검색어의 경우 100, 검색 빈도가 그 절반 정도인 검색어의 경우 50, 해당 검색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0으로 나타납니다.

ESG란, 기업 비재무 정보의 핵심요소 3가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줄임말이다. 기업의 재무 성과만을 판단하던 과거와 달리, ESG는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한다. 이에 따라 ESG는 기업경영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넘어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ESG를 각 항목별로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E(환경)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 수준, 온실가스 배출량 및 신재생에너지 사용, 대기/수질오염 예방, 폐기물 관리, 상품의 탄소발자국, 친환경상품, 동식물 보호 및 생물 다양성, 토지이용, 각종 환경 법규 규제 대응 등에 대한 기업의 관리 수준을 평가한다. S(사회)는 고객, 직원,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인권, 성별 및 다양성, 노사이슈 등에 대한 부분들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G(지배구조)의 경우, 해당 기업의 이사회 구성, 감사 구조, 임원의 성과체계, 내부고발제도, 주주 이해관계 등에 대한 내용들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과거처럼 단순 기부를 많이 하는 회사가 아닌 친환경적이며, 윤리적이고 지배구조가 바람직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회사를 의미한다. 이젠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세대를 위한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ESG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블랙록(BlackRock, 약 7조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연례 서한에서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인을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서한에 의하면,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며,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지금의 두 배인 150개 이상으로 늘린다.  즉,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투자 순위로 삼겠다’고 한 것이다. 블랙록뿐 아니라 전 세계 대형 연기금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속속 ESG를 핵심 투자 지침으로 삼았다. 소위 ESG 펀드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지도자들이 탄소 중립을 연이어 선언했다.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성과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ESG는 단순히 개별 기업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과 국가 경영의 필수 키워드이자 철학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야말로 ESG 글로벌 전성시대다.

           

ESG 춘추전국시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과 많은 사람에게 ESG는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다.

ESG는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투명경영, 윤리경영, CSR, CSV 등이 어디 하루 이틀 해오던 이야기던가. 기업의 비재무적 평가의 범주와 책임관리의 영역이 보다 확장되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실적 및 성과에 대해 재무/투자의 관점에서 분석/활용하기 위해 지표화/체계화하고자 하는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가깝다.

다만, 현재 ESG는 평가지표 기준의 구체성과 통일성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ESG 점수는 기관별로 상이하다. 기관별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점수는 99% 일치하지만,  ESG 점수의 일치도는 61%뿐이다. 이는 수많은 ESG 평가기관들이 정보수집, 분석, 평가 단계에서 저마다의 기준과 방법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기관에서는 특정 지표 공개나 정형화된 기준을 바탕으로 자료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기업의 자체 보고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테슬라(Tesla)는 소위 가장 대표적인 ESG의 모범사례처럼 소개된다. 그러나, 영국 FTSE 러셀(영국의 주가지수 및 관련 데이터 서비스 제공자)의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고, 미국 MSCI  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더욱이 온통 영어 약자로 만들어진 관련 기관명과 용어들(부득이 본인도 계속 쓰고 있지만), 수많은 평가기관이 내놓는 상이한 기준과 결과들은 복잡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해당 지표를 요구받고 피드백을 해야 하는 기업들도 부담이 커진다. 발표된 자료를 해석해서 투자에 활용해야 할 일반인들은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그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누가 져야 할지 의문이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GRI나 ISO26000 등 지속 가능 보고서를 쓰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체 보고를 활발히 진행한다. 하지만, 긴 역사를 통해 다듬어져 온 재무 지표에 비교하면 비재무 지표의 일관성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ESG 택소노미 (Taxonomy)

다행히 시장 상황을 인식하고 ESG 정보공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며 표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간 ESG 정보를 제대로 비교하기 위한 일관되고 공통된 합의 기준, 택소노미(Taxonomy)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GRI와 SASB 등 비재무 정보(ESG) 공시 표준을 정하는 5개 기관이 협업하기로 성명을 발표했다. 단일 글로벌 지속가능성 표준이라는 비전을 마련코자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비재무공시의 글로벌 표준 작업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을 받았다. 훗날 기업의 재무성과를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를 통해 이해하듯, 기업의 비재무 지표 역시 표준화된 공시지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참고로 이마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이마트 공시자료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

*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 FASB가 비재무공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 CDSB(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ESG를 대하는 기업의 자세

ESG 택소노미의 핵심은 투명성, 비교성, 일관성, 유연성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래서 사전에 기업들은 스스로 성과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일관되게 계측하고 모니터링하며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안을 찾아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다양한 중장기 전략을 스스로 수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들은 외부와의 다양한 협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19년 7월 기준 ‘RE100’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 중인 글로벌 185개 기업

얼마 전 SK그룹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RE100을 선언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대단한 용기와 의지다. 정부에서도 한국형 K-RE100을 발표하며, 다양한 달성방안을 제시하는 등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한국형 미래 차 공급 확산을 위한 K-EV100 계획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민간기업의 보유 차량을 100%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며 ESG를 현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신세계그룹도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세이브더덕(Save The Duck)과 함께 비건 패션을 출시했다. 신소재 ‘플룸테크’를 통해 다운을 완벽히 대체한다. SSG닷컴은 2019년 ‘알비백(I’ll Be Bag)’을 처음으로 기획했다. 지난해 7월 기준 재사용률은 95%에 달했으며, 1년간 SSG닷컴이 절감한 일회용품은 1,080만 개로 추산한다. 스타벅스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와 함께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플래너를 제작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마켓 아마존은 유럽 시장에서 운영할 운송 차량으로 독일 벤츠로부터 약 1,800대의 전기 트럭을 주문했다. 아마존은 2019년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전기 승합차 10만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2030년까지는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역대급 규모의 전기차 공급계약에 앞서 벤츠는 기후서약에도 서명했다. 기후서약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시기인 2050년을 10년 앞당긴 2040년까지 사업장 전반의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도 기후 서약에 서명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그는 이어, 타 제조업체들 역시 운송 분야의 탈탄소를 위해 동참하고 혁신할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기후 서약에 서명한 벤츠도 멋있지만, 그러한 리더십을 알아본 시장선도자 아마존의 협업 추진 의지와 결단이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큘러 이코노미는 선순환의 연속을 이뤄낸다. 철학을 가진 기업들 간의 협업은 일시적 ESG평가를 위한 부화뇌동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뤄낼 성과는 분명 더 큰 선한 영향력과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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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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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를 꿈꾸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