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의 완벽한 랜딩, 슈퍼 스타에서 시작한다

2021/03/26

2021년 한국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의 시범경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프로 스포츠에서 경쟁과 승리는 관중을 동원하고 흥행을 끌어내는 중요한 요인이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명승부를 펼치거나, 팀 선수가 역사적인 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다면 팬들의 이목은 더욱 집중된다.

수많은 선택이 존재하는 스포츠 시장에서 모두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경기력을 무색하게 하는 불확실성의 원리 때문이다. 팀의 성적에만 의존하는 구단 마케터들은 팬들의 의사결정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관중을 동원하는 미디어 지원마저 무안해질 만큼, 시즌 중 텅 빈 경기장을 보면서도 성적만을 탓한다. 속수무책이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은 팬의 마음과 한정된 시간을 탐내는 활동이다. 팀 성적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팬덤(Fanbase)을 갖춘 강력한 브랜드로 변모시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핍된 리그와 구단은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못 맞추고 결국 도태한다. 프로 스포츠 시장은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한다. 이 시장은 가장 강한 자가 아닌, 환경에 가장 적합한 자를 선택한다.

올해 초 신세계그룹은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SK 와이번스 선수단과 프론트를 그대로 승계하며, 연고지도 인천으로 유지한다. 와이번스 인수 후 그룹과 구단 차원에서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추신수 선수 영입이다. 신생 구단인 SSG 랜더스는 연봉 27억 원이라는 KBO리그 사상 최고액을 들여 추신수 선수를 영입했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세계그룹은 왜 거액을 들여 SSG 랜더스 1호 선수로 추신수 선수를 영입했을까? 메이저리그 아시아 타자 중 정상급 활약을 한 선수지만 위험한 투자는 아닐까? 전성기 기량도 아닐 텐데 말이다.

필립 코틀러는 ‘사람들은 다양한 연결고리(Points of Connection)를 통해 특정 스포츠와 팀에 몰입하고 충성스러운 팬으로 성장한다’고 이야기한다. 코틀러는 스포츠 비즈니스 관점에서 구단이 제공해야 할 필수적인 연결고리는 ‘스타’라고 못박는다. 

스타란 단순히 유명 선수만을 뜻하지 않는다. 경기장, 리그, 구단주 등 인간화된 스포츠 콘텐츠(Humanized Content of Sports)도 스타다. ‘스타 파워’는 적자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팬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팬들의 애착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 스타 파워 중 으뜸은 ‘스타 선수’다.

스포츠 역사를 되돌아보면, 스타 선수는 언제나 팬의 관심을 끄는 주요 매력 포인트였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에서 슈퍼 스타 영입이 낳은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MLB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늘 하위권을 맴돌던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019년 당시 북미 스포츠 역대 최대 규모인 13년간 3억 3천만 달러(약3천 709억 원)를 들여 메이저리그 신인왕이자 MVP 출신 슈퍼 스타인 브라이스 하퍼와 자유계약(FA)을 맺었다.

하퍼 영입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시범경기는 단숨에 팀 시청률 신기록을 세웠다. 유니폼 등 구단 관련 상품 판매도 전년도 대비 무려 5,000% 이상 증가하며 MLB 굿즈 판매 신기록을 깼다. 하퍼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NBA의 비인기 구단 블루클린 네츠는 뉴욕 홈구장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지만, 관중 동원이 리그 꼴찌였다. 지난 2019년, 브루클린 네츠는 팬의 큰 관심을 받았던 슈퍼 스타 케빈 듀란트를 비롯해 가이리 어빙, 디안드레 조던을 영입했다. 스타 파워와 함께 팀 전체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듀란트 영입 발표와 함께 시즌 티켓 판매, 스폰서십 추가 계약, 온·오프라인 굿즈 판매, 구단 홈페이지 접속 등에서 구단 기록을 갈아치우며 약 3,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스포츠 소비 행동 연구에 따르면, 적자생존의 스포츠 여가 시장에서 ‘선수의 스타 파워’는 충성스러운 팬덤(Fanbase)을 만드는 능력이다. 이러한 스타 파워는 단순히 기량뿐만 아니라 선수가 지닌 상징성과 역사성, 팬과의 교감 능력을 포함한다.

팀을 대표하는 1호 선수로 신세계그룹은 추신수를 선택했다. 스타 파워 원리와 효과를 간파한 안목이 돋보인다. 코로나19로 지친 한국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흥행카드가 부재한 상황에서 추신수 선수 영입으로 신세계그룹과 SSG 랜더스는 KBO리그 재도약과 흥행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의 추신수 선수 영입이 돋보이는 이유다.

또, 2021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걷히고 점차 일상으로 안전한 복귀가 기대된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였던 추신수 선수가 랜더스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의 화려함과 품위도 격상했다. 그의 경기를 인천과 전국 각지 야구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코로나19로 지친 야구팬에게 기쁨을 줄 것이다. 창단 선물로 제격이다.

SSG 랜더스는 추신수 선수 영입으로 지난 20여 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쌓아온 추신수 선수의 명성과 역사성, 그리고 전통성을 이어받는 전이효과도 얻을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구단의 역사와 전통은 충성스러운 팬을 유지하고 그 저변을 확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인천을 중심으로 한 SK 와이번스 팬을 승계하고 저변을 더욱 확장해야 하는 신세계그룹의 이번 결정은, 추 선수 영입을 원하는 인천 팬의 목소리를 귀담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추신수 선수는 지난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손꼽힌다. 추 선수가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팬에게는 SSG 랜더스가 전통성과 역사성을 갖춘 명문구단으로 빠르게 도약할 준비가 됐다는 시그널이 된다.

신세계그룹의 선택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추신수 선수의 브랜드 성격(Brand Personality)이다. 추신수 선수는 도전, 노력, 선행의 아이콘이다. 도전과 혁신,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표방하는 신세계그룹 비전과도 일치한다.

추 선수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지난 16년 동안 늘 오전 5시 훈련장에 도착해 먼저 몸을 풀고 훈련한 사실은 메이저리그 동료들 사이에 전설로 남았다. 오죽했으면 감독이 출근을 늦춰달라고 부탁까지 했을까. 그러나 그는 팀 최고참이 되고서도 늘 그랬다. 아시아 선수 첫 빅리그 통산 200홈런이라는 탁월함은 도전과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다.

또한, 추신수 선수는 따뜻함을 지녔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로 생활고를 겪는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에게 인당 1,000달러씩 총 19만 1,000달러를 전달하였다. 당시 SNS를 접한 현지 팬과 언론의 반응은 모두 긍정적이었다. 이번 랜더스와의 계약에서도 연봉 27억 중 10억 원을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하기로 결정하는 등 그의 선행소식은 끊임없다. 

얼마 전 추 선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천과 전국 야구팬에게 자신을 믿어준 구단(for the team that trusts me)과 자신의 플레이를 기다려준 사람들(for people waiting to seem my play), 그에게 희망을 보내준 모든 분을(for people who send me the biggest and best hope) 위해, 그리고 자신의 따뜻한 마음(for my heart)을 위해 플레이할 것을 다짐하였다.

그는 대중의 마음을 안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대중을 택한다. 대중도 그를 택할 수밖에 없다. 추신수 선수의 따뜻함과 탁월한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동료와 팬 그리고 대중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열쇠다.

스포츠는 본시 ‘도전’, ‘땀’, ‘노력’, ‘공정’, 그리고 ‘인류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다.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 소비자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이자,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안해야 하는 가치다. 대한민국 대표 온·오프라인 B2C 기업인 신세계그룹이 지향해야 할 브랜드 성격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이 추신수 선수와 함께한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추 선수 영입은 신세계그룹과 온·오프라인 목표시장이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연결고리(Points of Connection)가 될 것이다. 추 선수에게 호감을 지닌 두터운 야구팬층이 온·오프라인 시장 메인 고객층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신세계그룹 이미지와 신성장 동력인 SSG닷컴의 인지도, 그리고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SSG 랜더스는 추신수라는 MLB 스타 영입으로 와이번스 선수로 구성된 인적 자산에 막강한 스타 파워를 더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래를 보는 신세계그룹은 SSG 랜더스를 통해 그룹 차원으로 비즈니스 연계 효과도 거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스타 선수는 물론이고 인간화된 스포츠 컨텐츠(Humanized Content of Sports)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팀의 스타믹스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확장된 스타믹스 개념에는 팬의 오감(Five Senses)을 즐겁게 하는 야구장, 스타 선수만큼 인기 많은 구단주, 팬의 미각을 돋우는 치맥과 흥겨운 이벤트, 구단 스토어, 각종 편의시설 등도 포함된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은 팬의 마음과 한정된 시간을 탐내는 활동임을 잊지 말자. 2021년 시즌 개막을 앞둔 지금, 팬은 벌써부터 SSG 랜더스 소식에 눈과 귀를 모은 채 봄 야구에 빠져들고 있다.

서원재 교수
을지대학교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스포츠 경영 전공 교수
성균관대학교 스포츠사회학 박사
텍사스 대학교(UT Austin) 스포츠 경영학 박사 
필립 코틀러의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2021) 번역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