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명절 최고 인기선물은? : 1950~1980년대 편

2015/07/10

정이야말로 삶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해주는 우리 민족 최소의 정서이죠.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정에 약한 민족도 드뭅니다. 그만큼 우리는 정에 약한 민족이며, 서로 간의 정을 담은 선물을 주고 받습니다. 내 식구는 못 먹어도 선물만은 귀한 것을 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달걀 한 꾸러미, 찐 고구마 한 바구니, 참기름 한 병 등 집에서 직접 만들어 수줍게 내밀던 선물에서 상점이나 상인들이 패키지로 만들어놓은 선물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선물의 구성은 시대적 환경과 소비자 의식에 따라 변합니다. 그중 명절과 선물시즌에 보내는 선물상품의 변화는 각 시대의 경제수준과 생활관습을 보여줍니다.

 

1950~60년대 생필품 위주의 선물

6•25 이후 사회복구에 힘쓰는 50년대에는 선물이 상품화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당시에는 매 끼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밀가루와 쌀, 달걀, 찹쌀, 돼지고기, 참기름 등의 농수산물을 선물로 주고받았습니다.

60년대에는 어느 정도 전후 복구가 이루어지면서 설탕, 비누, 조미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이 선물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당시 선물 종류는 100여 종 정도였습니다. 그중 설탕은 물자가 부족했던 60년대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이러한 선물 변화는 당시 우리 경제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이때는 아직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식생활 문제마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였죠. 또한, 규격화되고 편리한 공산품이 희귀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선물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외에 아동복, 내의 등의 직물류가 인기선물에 속했습니다. 직물류의 제품은 2~3천 원대였고, 이때부터 백화점이 선물구매 장소로 등장하였습니다. 백화점에서는 1960년대부터 추석 신문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했고, 한 장짜리 추석 카탈로그를 제작, 배포하는 등 추석을 판촉행사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산업화로 변화하는 1970년대 선물

1970년대 신세계 명절 선물 카탈로그(김희진 /안인숙/이미숙)

1970년대는 산업화가 시작된 시기입니다. 경제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국민생활도 보다 풍요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선물풍토도 바뀌어 가고, 선물의 종류도 천 여종 정도로 늘어납니다.

다양한 공산품이 생산되면서 생필품 위주의 선물이 기호품으로 대체되기 시작합니다. 이때의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식용유, 럭키 치약, 와이셔츠, 피혁제품, 주류 등입니다. 가격은 3~5천 원 내외였죠. 또한, 커피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특히, 다양한 과자로 박스를 구성한 종합선물세트는 어린이에게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선보인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당시 다방과 함께 커피가 확산하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설탕과 조미료 세트에 이어 인기 있는 백화점 선물 매출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70년대의 또 하나의 재미있는 현상은 지금과는 달리 화장품과 여성용 속옷, 스타킹 등이 상당히 고급 선물세트이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텔레비전, 전자보온밥통, 전기밥솥, 가스레인지 등의 가전제품이 선물로 집중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얼마나 빨리 이루어졌고, 이와 함께 전자제품이 급속하게 대중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이러한 제품이 완전히 대중화되면서 선물로서의 명성도 잃게 됩니다.

 

현재 명절선물을 정착한 1980년대

1980년대 신세계 명절 선물 카탈로그(선우용녀/김창숙/윤미라)

우리나라 1980년대는 중산층의 비율이 증가하고 수출이 증가하면서 대중 소비사회가 시작됩니다. 자동차를 보유한 가정이 늘어나는 마이카 시대이기도 하죠. 이러한 경제성장과 함께 선물도 고급화, 다양화됩니다. 획일적인 선물이 아니라 상대방에 알맞은 제품을 선물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았고, 그 종류도 3천여 종으로 늘어납니다.

지금도 인기선물인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양말세트 등 신변 잡화가 선물로 등장한 것이 이때입니다. 또한, 정육 세트나 고급 과일, 참치, 통조림으로 대변되는 규격화된 식품도 인기 있는 선물로 떠오릅니다. 이처럼 1980년대는 선물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된 시기입니다. 신규 백화점이 출현하고, 다점포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죠. 백화점에서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이처럼 소득 증가와 함께 두터워진 중산층의 비중은 선물의 양상을 변화토록 하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 명절 최고 인기선물은? : 1990~2000년대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