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홍치마, 예쁜 술 전성시대

2015/11/18

얼마 전 프랑스 보르도의 1등급 와인생산자 샤토 무통 로췰드(Chateau Mouton Rothschild)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이 그린 2013년 라벨 디자인을 공개했습니다.

1855년에 이미 1등급을 부여 받아 명실공히 프랑스 와인의 최고로 손꼽히는 샤토 무통 로췰드는 1945년부터 매년 피카소, 앤디 워홀, 샤갈, 미로, 달리 제프 쿤,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그려낸 라벨을 붙인 와인을 내놓아, 와인 애호가뿐 아니라 미술 콜렉터들의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술 병의 라벨은 단지 브랜드, 원산지, 용량을 표기하는 역할이나 등록상표로서의 역할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비교하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종종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눈으로만 즐겨도 좋을 예쁜 술을 소개합니다.

 

미식의 고장 이태리 피에몬테의 빵 굽는 냄새를 담은 와인 – 스칼리올라 피에몬테 샤르도네 (Scagliola Piemonte Chardonnay)

스칼리올라는 이태리에서도 손꼽히는 미식의 고장 ‘피에몬테’ 남부 작은 마을에서 4대째 와인을 만드는 가문입니다. 생산하는 모든 와인마다 각 와인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은 아름다운 레이블 디자인으로 애호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칼리올라 피에몬테 샤르도네’ 와인의 라벨은 이태리의 시골 마을 빵집 어디서나 사용하는 빵 포장용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인위적이거나 호사스런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특유의 빵 굽는 냄새를 표현하기에도 딱 맞는 소재입니다.

레이블의 꽃 모양은 피에몬테의 계절을 나타내는 다채로운 색을 사용했습니다. 알프스 산맥 아래자리한 피에몬테 지방은 구릉이 많아 각 계곡마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풀이 자란다고 합니다. 꽃 모양에 색을 입히는 것은 모두 스칼리올라 가족들과 인근 주민들이 짬을 내 함께 모여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렸습니다. 와인 상자마다 뜯어보면 꽃의 모양과 색깔이 조금씩 다 다른 것이 이 때문입니다.

 

거장감독의 영화와 크래프트 맥주가 만나다, 아마르코드(Amarcord)

이탈리안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아마르코드’는 이태리 영화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1974년 작 <나는 기억한다(원제 : Amarcord)>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주인공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독특한 맥주입니다. 유럽 3대 산맥인 아펜니노 산맥의 맑고 깨끗한 천연수와 수작업으로 재배한 최고급 원료만 사용해 이태리 현지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맥주이지요.

펠리니 감독은 이 영화로 오스카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감독의 어린 시절, 즉 3,40년대의 이태리를 어린이의 순수한 관점에서 그려낸 영화이며 파시즘이 지배하던 암울한 시기의 이태리를 살던 개개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일 향과 깊이 있는 맛, 호박색을 띠며 9.0%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닌 유니크한 스타일의 ‘타바체라 앰버 에일’은 영화에서 큰 가슴과 풍만한 몸집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인 ‘타바체라’를 표현했습니다. 등장인물 중 가장 아름다운 외모와 매혹적인 웃음을 지녔으며 인간의 비밀스러운 욕망과 유혹, 금기를 의미하는 ‘볼피나’는 약간의 계피 향을 지닌 루비 색 맥주 ‘볼피나 레드 에일’로 재탄생 했습니다.

황금빛 컬러와 달콤하고 진한 몰트 향, 풀 바디한 무게감의 ‘미도나 블론드 에일’은 1930년대 당시 전형적인 이태리의 가정주부를 묘사한 ‘미도나’를 담아냅니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그의 모습에서 엄마 같은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펠리니 감독의 이상형이라고도 알려진 영화 속의 마녀 ‘그라디스카’는 모두가 꿈꾸는 여인이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자 절대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영화의 메인 캐릭터이기도 한 그녀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 그와 대조적으로 혀와 코를 자극하는 쌉쌀한 풍미의 ‘그라디스카 스페셜 블론드’와 딱 어울립니다.

 

북유럽의 괴짜 크래프트 맥주 생산자가 만드는 핸드메이드 진 – 미켈러 보타니컬 진 (Mikkeller Spirits Botanical Gin)

북유럽 크래프트 맥주의 대명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맥주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미켈러가 이번에는 프리미엄 스피릿을 선보입니다.

미켈러의 보타니컬 진은 신중하게 고른 허브 재료들, 심코 홉을 넣어 신선한 아로마와 풍부한 맛을 강조한 스타일입니다. 구할 수 있는 한 최상급의 원료만을 사용하며 작은 구리 증류기에서 소량씩 만드는 핸드메이드 진입니다. 레몬그라스, 달콤쌉쌀한 오렌지 향과 부드러운 감촉을 지녀 믹서 없이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을 정도의 맛을 보장합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World Spirits Competition’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미켈러는 다른 맥주 브루어리와는 다른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양조장이 한 군데 정해진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는 양조 레시피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공간만을 운영하며 실제 양조는 술의 종류, 스타일, 원료에 따라 각각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등지에 위치한 콜라보레이션 양조장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때 그때 자신의 영감에 따라, 혹은 제철에 수급이 가능한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해 소량으로만 생산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켈러는 ‘유령 양조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미켈러 병에 보이는 하얀 유령이 왜 그려져 있는지 아시겠죠? 아 참, 스피릿은 알코올 성분이 강한 증류주를 일컫는 말이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정신, 영혼’이라는 뜻도 있으니 이 병의 레이블 디자인은 여러 의미를 담아낸 것 같습니다.

 

* 미켈러 진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Tip!

알코올 도수가 44%에 달하는 미켈러 진을 스트레이트로 마시긴 쉽지 않죠. 한남동의 유명한 클래식 바 ‘더 부즈’의 박기웅 바텐더가 제안하는 미켈러 진 칵테일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북유럽에서 온 미켈러 진을 멋진 파티 음료로 변신시켜 ‘오슬로 쿨러(Oslo Cooler)’라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엄선된 허브로 만들어진 미켈러 진의 독특한 캐릭터에 사과와 생강이라는 맛 좋은 궁합을 더해 계절감 있게 즐길 수 있는 롱 드링크 타입입니다. 식용 장미의 사랑스러운 색감이 로맨틱한 취향을 저격하며, 상큼한 레몬 휠은 천천히 마시는 롱 드링크 칵테일에 지속적으로 산미를 더해 입맛을 돋워 줍니다. 알싸하고 달콤한 생강 가니쉬,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코끝에 향긋함을 발산하는 로즈마리 가니쉬는 미켈러 진의 다채로운 향과 맛을 살려주는 일등공신입니다.”

– 더 부즈 박기웅 바텐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