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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앤모어 양윤철 점장의 마셔보고서.txt] 이기갈로 만나는 프랑스 론 와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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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앤모어 양윤철 점장의 마셔보고서.txt] 이기갈로 만나는 프랑스 론 와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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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셔보고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자리인만큼 주제에 대한 고민도 많았죠.

고심 끝에 결정한 주제는 프랑스 론의 대표 와이너리, 이기갈(E.GUIGAL)입니다. 평소에 매장에서 근무할 때 보면 프랑스 와인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은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만 선택하시더라고요. 그 틈에서 외면 받아 안타까운 곳, 이 늘 마음에 걸렸죠.

그래서 이번 마셔보고서에서는 이기갈을 통해 론 지역을 함께 맛보고, 그 매력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요. 특별한 자리인만큼 저의 소중한 개인 소장 와인도 많이 가져갔답니다.

 

프랑스 론의 대표 와이너리, 이기갈의 와인 산지 (출처: www.guigal.com)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들어가기 전에, 이기갈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할게요. 이기갈은 북론의 꼬뜨 로띠, 그중 당퓌 마을에 본사를 둔 론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에요. 오랜 역사와 전통에 현대 기술을 접목시키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죠. 자체 제작한 오크통으로 북론에서 남론까지 다양한 AOC 와인을 생산하며, ‘라,라,라’* 시리즈를 비롯해 해마다 전 세계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와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답니다.
* 꼬뜨 로띠의 ‘라 뮬린’, ‘라 뒤끄르’, ‘라 랑돈’과 꽁드리유의 ‘라 도리안’을 통칭하는 말

이기갈의 활동지인 론은 남론과 북론으로 나뉘는데요. 남론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AOC)는 꼬뜨 뒤 론, 지공다스, 샤토네프 뒤 파프, 북론은 꽁드리유, 꼬뜨 로띠, 생 조셉, 크로즈 에르미타주, 에르미타주를 꼽을 수 있어요.

일반 소비자가 알아두면 가장 좋은 북론과 남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품종이 아닐까 싶어요. 북론의 대표 품종은 쉬라로, 레드 와인의 대부분을 이 단일 품종으로 양조합니다. 북론의 꼬뜨 로띠만 예외적으로 비오니에를 소량 블렌딩하죠. 반대로 남론의 레드 와인은 그르나슈를 중심으로 여러 품종을 블렌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뤄요.

 

이번 테이스팅의 주제! 이기갈을 처음 접하시는 경우 남론 와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기갈의 뿌리는 어디까지나 북론에 있답니다. 그래서 테이스팅 와인들도 이기갈의 메인인 북론 와인을 중심으로 꾸렸습니다. 여기에 중간중간 남론의 와인을 넣어 맛과 스타일을 다양하게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죠. 리스트를 완성하고 나니, 한국에서 이 정도로 이기갈을 맛본다면 ‘이제 이기갈은 다 마셔 봤다’고 해도 될 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번 테이스팅엔 총 9명이 참여하였습니다. 9명중에 1명만 와인 업계에 계신 분이고 8명은 모두 일반 소비자들이었어요.

 

 

E.GUIGAL AOC WHITE

 

화이트 와인으로는 꼬뜨 뒤 론, 에르미타주 블랑, 꽁드리유 라 도리안을 준비했습니다.

소개 방식을 두고는 꽤 고민했어요. 남론과 북론의 와인을 함께 비교해볼 수 있겠다고 했지만, 북론에르미타주 블랑과 꽁드리유 라 도리안에 비하면 남론꼬뜨 뒤 론의 퀄리티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꼬뜨 뒤 론은 테이스팅 전에 웰컴 와인으로 가볍게 서빙해 드리며 분위기를 여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1. 에르미타주 블랑 2018
2. 병에서 바로 서빙 한 꽁드리유 라 도리안 2018
3. 작은 디캔팅에 브리딩한 꽁드리유 라 도리안 2018

블라인드 테이스팅에는 작은 재미를 더했습니다. 꽁드리유 라 도리안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 번 서빙해 핸들링에 따라 와인이 달라지는 걸 직접 경험하게 했어요. 두 번째와 세 번째 와인이 같다는 걸 알게 된 참가자들은 이 변화를 무척 흥미로워 하셨죠.

사실 이번 섹션의 메인 주제는 에르미타주꽁드리유의 비교지만, 꽁드리유가 ‘라 도리안’이라는 화이트 와인계의 하이엔드 라인업인 만큼 에르미타주와는 확연한 레벨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참가자들에게 라 도리안의 매력을 더욱 선명히 각인시킬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은은한 흰 꽃과 복숭아의 풍미가 어우러진 에르미타주 블랑이 더 취향이었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꽁드리유 라 도리안에 흠뻑 빠졌습니다. 마치 꽃다발에 코를 파 묻었는데 그 안에 살구, 복숭아가 가득 담겨 터져 나오는 듯한 강렬한 아로마를 뿜고 있었거든요.

 

 

E.GUIGAL AOC RED

 

화려한 아로마의 화이트를 즐기고 유명한 따벨 AOC의 이기갈 로제 와인으로 입안을 산뜻히 정리한 뒤, 레드로 넘어갔습니다. 레드 와인은 총 6병을 준비해 3종씩 두 세트로 나누어 진행했어요. 이번 테이스팅의 무대가 북론이니만큼 각 세트는 남론 1종, 북론 2종으로 구성했죠. 북론 와인 중 생 조셉꼬뜨 로띠는 기본 라인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을, 크로즈 에르미타주에르미타주는 기본 라인으로 준비해 다양한 스타일과 레벨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 크로즈 에르미타주 2020
2. 꼬뜨 뒤 론 2019
3. 이기갈 아트 앤 와인 에르미타주☓ 물방울 (김창열, 1974년작) 2014

먼저 크로즈 에르미타주, 꼬뜨 뒤 론, 에르미타주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에르미타주는 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아트 앤 와인(Art & Wine)’ 시리즈로 준비하였습니다. 2018년 신세계L&B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 명의 화백과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중 하나로, 라벨에는 김창열 화백의 1974년작 물방울 작품이 담겼어요. 40년 넘게 물방울만 그린 김 화백의 집념과 수십 년간 매해 최고의 포도를 길러 한 방울의 와인을 만드는 여정이 맞닿아 있다는 의미가 깃들었죠.

 

이번 섹션에서 제가 궁금했던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쉬라 100%의 영한 북론 와인인 2020년 크로즈 에르미타주와, 마찬가지로 영한 남론 와인인 2019년 꼬뜨 뒤 론 중 참가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하는 점. 둘째, 10년 이상 숙성된 쉬라, 즉 2014년 에르미타주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결과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건 단연 2014년 에르미타주였습니다. 10년 이상 숙성된 쉬라가 보여주는 풍미와 깊이가 압도적이었죠. 게다가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한정판 라벨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드셔보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영한 남론 와인인 2019년 꼬뜨 뒤 론에도 두 표가 모였습니다. 발랄하고 잘 익은 과실의 풍미가 매력적이라는 평이었죠.

 

 

1. 꼬뜨 로띠 샤또 당퓌 2013
2. 샤토네프 뒤 파프 생 피에르 데 날리스 2021
3. 생 조셉 비뉴 드 로스피스 2014

마지막 세트는 그야말로 이번 테이스팅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세 와인은 모두 남부와 북부를 대표하는 AOC면서, 이기갈의 일반 라인보다 한단계 높은 싱글 빈야드급으로 모았어요. 빈티지가 통일된 구성은 아니었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한 와인을 꺼내 함께 나누다 보니 세월을 조금 더 머금은 와인들이 섞이게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2013년 꼬뜨 로띠의 섬세함과 은은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가자분 중에는 비교적 젊은 빈티지로 생생한 과일 풍미를 품은 2021년 샤토네프 뒤 파프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가장 많은 표심을 얻은 건 2014년 생 조셉이었습니다. 복합미와 무게감, 잘 익은 과실향, 빈티지에서 오는 숙성의 풍미가 어우러져 많은 참가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빈티지 차이도 있지만, 레드와인은 품종에 따라 참가자들의 선호가 나뉘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남론의 주된 품종인 붉은 베리 풍미의 그르나슈를 썼는지, 북론의 주된 품종인 검은 베리 풍미의 쉬라를 썼는지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났죠.

숙성된 와인들에 선호도가 높았던 것도 예상과 달라 흥미로웠습니다. 직관적인 과실미를 가진 영한 와인이 좀 더 인기 있을 줄 알았거든요. 아무래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월이 만들어낸 부드러움과 깊이가 이날 테이블에서는 영한 매력을 앞질렀죠.

 

이렇게 이기갈의 다양한 와인을 맛본 대전 테이스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에 밀려서 늘 한발짝 뒤에 있던 론 지역의 와인을 함께 마시며 나눈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죠. 여기에, 이기갈이라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반응도 들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혹시 론 와인이 궁금해지지 않으셨나요? 다음에 와인앤모어에서 와인을 고를 때는 보르도나 부르고뉴로 손이 가기 전에 잠시 론도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언젠가 마셔보고서에서 이기갈의 라,라,라 시리즈도 비교 시음해볼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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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철 와인앤모어 삼성1호 점장
마시는 게 좋아 일하는
와인앤모어 점장이
쓰는 게 좋아져 시작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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