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빙하와 사막을 담아온 사진가가 이번에는 작은 대상의 표면에 렌즈를 밀착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사진가 최지욱의 개인전 《표면의 언어(Language of Surface)》를 연다고 밝혔다. 대표 연작인 ‘연 줄기(Lotus Stem)’와 처음 공개하는 신작 등 총 20여 점의 사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최지욱 작가는 1986년 사진에 입문한 이후 서울을 거점으로 아이슬란드, 두바이, 미국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대자연의 풍경을 기록해왔다.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적외선 촬영 기법과, 여러 장으로 나눠 찍은 풍경을 하나로 이어 붙이는 대형 파노라마 작업으로 자신만의 화면을 구축해왔다. 작가의 사진은 예술을 깊이 즐기는 애호가와 수집가들 사이에서 꾸준한 지지를 받아왔으며, 지난 2022년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첫 전시에서도 이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의 열쇳말은 ‘비움’과 ‘밀착’이다. 넓은 풍경을 바라보던 작가는 이번에 대상 주변을 덜어내거나, 반대로 대상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으로 사진의 표면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연 줄기’ 시리즈는 작가가 3년에 걸쳐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며 완성한 작업이다. 햇빛이 수면에 반사되는 순간 주변 풍경은 하얀 여백 속으로 사라지고, 연의 줄기와 잎만이 간결한 선으로 화면에 남는다.
처음 공개되는 신작은 자연의 일부에 카메라를 극도로 밀착해 촬영한 작품들이다.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미세한 무늬와 질감, 색의 변화가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다.
전시장 입구부터 ‘연 줄기’ 시리즈를 볼 수 있고, 복도를 지나면 신작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은 공간을 따라 걸으며 비움에서 밀착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시선 변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거대한 자연을 담아온 최지욱 작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발견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익숙한 대상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는 국내 최초의 갤러리인 신세계 화랑의 문을 연 이후 60년 넘게 김환기, 피카소 등 국내외 거장들의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강남점, 본점, 센텀시티 등 주요 점포의 갤러리에서 패션·디자인·건축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갤러리 청담은 2023년 9월 분더샵 청담에 문을 연 신세계의 첫 백화점 밖 갤러리다. 세계적인 건축가 존 포슨(John Pawson)이 설계한 화이트 큐브 공간에 자연광을 살린 조명을 더했으며, 개관 이후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를 꾸준히 소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