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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1/24

“훌륭한 글은 아름다운 표현이 아니야. 훌륭한 생각이지! 너는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글을 쓸 수 있어!” 난데없이 문예의 세계로 나를 유혹하며 김성신 평론가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이건 마치 마법의 주문 같았다. 그 말을 듣자 평생 요리만 하던 내가, 글쓰기에 엄두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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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02

모처럼 근무가 없었던 지난 일요일 오후 창경궁으로 향했다. 연중 가장 아름답다는 5월의 햇살을 만끽하기에 고궁 산책만 한 것이 또 있을까. 호텔 요리사는 주로 실내에서만 일하는 직업이라 늘 햇살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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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4

백희성은 건축가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웠다. 오래되고 부서져 나는 소리를 통해, 비로소 그 집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의 책 『보이지 않는 집』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자르고 익히고 접시에 담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수고, 잘라 입에 넣은 후 씹고 목으로 넘기는 과정, 즉 음미를 통해 요리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백희성이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생각은 내가 요리에 대해 가진 생각과 데칼코마니처럼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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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1

요리는 영원한 존재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창조물이 탄생한 즉시 먹어 없애야 완성된다. 즉 ‘사라짐으로 완성되는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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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5

윤종신이 부른 ‘팥빙수’의 후렴구다. 올여름 나는 조선 팰리스의 주방에서 이 구절을 수도 없이 흥얼거렸다. 지난해 우리는, 대한민국 호텔업계의 빙수대전에서 완승하며 ‘빙수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을 쟁취했다. 경쟁사의 망고 빙수에 먼저 붙었던 레토릭을, 샤인머스캣 빙수로 우리가 쟁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