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용진 바이어의 와이너리티 리포트] 프리미엄 와인이 뭔데? (1)

2020/09/07

프랑스의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인 산지

요즘은 어딜 가나 프리미엄, 프리미엄… 광고를 봐도 프리미엄, 백화점에 가도 프리미엄, 부동산도 프리미엄, 와인도 프리미엄. 저도 참 많이 사용하는 단어 ‘프리미엄’. 그래서 오늘은 ‘프리미엄 와인이 뭔데? 이 정도는 알아두자! 프랑스 편’입니다.

와인 세상에는 정말 많은 프리미엄 와인이 존재해요. 기준도 아주 모호하죠. 가격이 비싸야 프리미엄인지, 명품 산지에서 나와야 프리미엄인지, 역사와 전통을 갖춰야 프리미엄인지. 그래서 오늘은 보편타당하게 와인을 아는 사람이 평가하는 ‘프리미엄 와인’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도 아직 못 마셔본 와인도 많아요. 그래도,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게 바로 와인의 세계랍니다. [1편: 와인! 이 정도 알면 어디 가서 아는 척은 할 수 있다]

먼저 프랑스입니다. 여기는 그냥 다 프리미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는 꼭 기억해두면 좋아요.

 

          
부르고뉴 DRC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이 업계에 있을 때 향이라도 한 번 맡아보면 좋겠네요. DRC는 최첨단 유통방식을 고수하는 프리미엄 와이너리입니다. 그 최첨단 유통방식은 바로 ‘끼워팔기’입니다. 로마네 꽁띠를 사기 위해서는 DRC가 생산하는 와인 1세트를 구매해야 해요. 1세트 12병 안에 로마네 꽁띠가 한 병 들어있죠. 정말 장사는 저렇게 해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딱 한 번 DRC 1세트를 팔았습니다. 2,999만 원으로 기억합니다. 엄청난 특가였죠. ‘끼워팔기’라 표현했다고 해서 꽁띠 외의 와인을 평가절하하면 절대로 아니, 아니, 아니 됩니다. DRC의 에세조, 라타쉬, 리쉬부르, 그랑 에세조, 로마네 생 비방 그리고 몽라쉐 모두 구매는커녕 구경도 힘들어요. 국내에 공식수입사가 한 곳 있고, 낱병으로 구매할 수 있으나 그 낱병은 세트 가격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답니다.

 

          
보르도 1등급 5대 샤또

5대 샤또는 DRC 보다는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생소해도 외워두면 와인 구경하는 맛이 납니다. 동경하는 즐거움은 5대 샤또면 충분해요. 우선 메독지구의 4가지 와인입니다. 라피트 로칠드, 라뚜르, 마고, 무똥 로칠드. 다음은 그라브 뻬삭레오냥 지역의 오브리옹. 제가 와인장터마다 한정 수량 특가로 준비하는 와인이죠.

전 세계 물량이 별로 없어서 구하기도 점점 어렵습니다. 매년 가격이 올라 명품백 가격 인상이 가소롭게 느껴질 때도 많답니다. 빈티지마다 천차만별이라 같은 상품도 두 배 이상 가격 차가 나기도 하죠.

 

          
생떼밀리옹 클라스 A

이 와인들은 심화 과정으로 보면 좋아요. 보르도 생떼밀리옹 지역에서 최고로 꼽히는 슈발 블랑, 오존, 안젤루스, 빠비입니다. 슈발 블랑과 오존은 전통적으로 특급 와인입니다.  오존은 실제 방문했는데, 소박한 땅뙈기가 인상적이었죠. 안젤루스와 빠비는 2012년에 클라스 A로 들어가 몸값이 훌쩍 뛰었습니다. 편입 전에 좀 사둘 걸 후회합니다.

 

          
뽀므롤 ‘페트뤼스’, ‘르 팽’

생 떼밀리옹 바로 옆에 뽀므롤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어요. 비싸고 구하기 힘든 전설의 와인을 이 곳에서 만드는데요. 바로 페트뤼스와 르 팽이랍니다. 메를로 100%와인으로 페트뤼스는 연 4,000상자, 르 팽은 연 600상자 가량 소량 제작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리미티드’죠. 저도 죽기 전에 한 번 맛보고 싶네요. 그나마 르 팽은 가끔 보이는데 페트뤼스는 몇 년간 통 볼 수가 없더라고요. 보고 싶다, 페트뤼스야!

 

         
라라라 · 르르르

론 지역의 프리미엄으로는 라라라와 르르르 시리즈를 꼽습니다. 꼬뜨 로띠의 맹주 이기갈의 라라라 시리즈는 포도밭 이름에서 나왔습니다. 라 랑돈, 라 튀르크, 라 물랭의 첫 글자를 따서 라라라 시리즈라 부릅니다. 명망 높은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론 지역에서 이기갈에게 가장 많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이 라라라 시리즈는 보르도 1등급 와인과 맞먹는 가격을 자랑한답니다. 엠 샤푸티에는 이기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이너리입니다. 이 곳은 르 빠비용, 레르미뜨, 르 메알의 글자를 딴 르르르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샴페인

# 아르망드 브리냑 브뤼 골드
불타는 태양의 수르수르 와인. 강남 클럽의 억대 와인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와인입니다. 이마트에서는 1백만 원대에 판매합니다. 유명 래퍼의 파티 와인으로도 유명한데요. 기존에 선호하던 타 샴페인 하우스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이 아르망드 브리냑을 인수하고, 그 이후로는 모든 파티에 사용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샹파뉴 살롱 S
살롱 라벨에는 심플한 S가 큼직하게 써졌습니다. 작황이 좋을 때만 생산하는 와인이라 국내 수입물량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가격은 말할 필요 없이 비싸요. 미리 살짝 알려드리자면 이번 추석 명절, 초고가 와인 세트로 딱 4세트 준비했습니다. 전설의 빈티지라 일컫는 08 빈티지입니다. 가격은 가볍게 1,000만 원 이상.

# 돔페리뇽
루이비통 브랜드를 소유한 LVMH의 샴페인 브랜드죠. 돔페리뇽은 워낙 파티에서 많이 접하니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연말에 불티나게 찾는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 루이 뢰더러 크리스탈
루이 뢰더러 크리스탈은 황제의 와인이라 부릅니다. 구경조차 하기 힘든 수입량과 5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못 만난 지 오래됐네요.

 

프랑스만 소개하는데도 양이 엄청나네요. 위에 소개한 와인은 수많은 프리미엄 와인 중 인지도 높은 와인만 추려본 리스트랍니다. 간단하게 지역 명칭을 언급했지만, 그냥 와인 자체만 구경하듯 보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나고 와인에 관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든요.

이마트 와인매장이나 백화점, 주류전문점 어디서든 이제 고가 와인존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새로운 시각으로 와인을 만나게 될 거예요.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