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소장의 리테일 프리즘] ‘WC(With Corona)’ 시대를 대비한 피봇팅 전략

2021/09/15

손흥민이 활약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수만 명의 관중이 노마스크로 떼창을 한다. 류현진이 뛰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얼마 전 뉴욕에서 치러진 ‘US오픈’ 테니스 경기장에도 관중들이 노마스크로 열광한다.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며 마스크 착용은 물론 사적 모임까지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는 무척이나 생경한 모습이다.

노마스크로 열광하는 관중들이 눈에 띈다 (사진 출처: US오픈 공식 페이스북)

델타, 감마, 람다로 이어지는 변이 바이러스가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세계 각국에서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속속 선언하기 시작했다.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이나 중증환자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면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출구전략이다. 자영업자 등 경제 곳곳에서 한계상황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기약 없이 코로나 종식에 매달리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초 세계 최초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이스라엘은 대부분 방역 규제를 완화했다. 영국도 지난 7월 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하며 방역 조치를 대부분 완화했다. 방역 규제를 급격하게 풀다 보니 확진자 수는 많이 늘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치명률 관리에 중점을 둔다. 영국과 달리 덴마크는 지난 4월부터 단계적 완화모델을 도입하면서 확진자 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나이트클럽과 스포츠 경기 관련 방역 제한도 모두 풀었다. 현재 전 세계 10여 개 국가가 제각기 다른 ‘위드 코로나’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는 국가들은 모두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점이다.

유럽의 한 여성이 길거리의 군중들 근처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방역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10월 말 성인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게 되면 위드 코로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다만 ‘9월 방역 상황이 적정하게 안정화될 때’를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이번 달에 초중고교 개학과 대학 개강, 추석 연휴 등이 있는 만큼 9월이 위드 코로나 전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흔히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가 일시에 해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11월부터 마스크나 모임 제한이 없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부가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위드 코로나 시대가 와도 방역 규제는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모임 인원수 등 규제가 완화되면 일상활동 반경이 넓어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임상 3상 단계를 거치고 있는 치료제들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반감될 것이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던 대부분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줄면서 내식 대신에 급식이나 외식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그동안 위축됐던 패션, 뷰티 등에 대한 소비도 올라갈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의 7월 리테일 통계도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 지난 7월 미국 내 그로서리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2.2% 증가에 그친 반면, 패션 카테고리는 43.4%나 반등했다. 모임이나 외식이 늘면서 레스토랑이나 주점 매출도 전년동월대비 38.4%나 반등했다.

각국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해외여행도 서서히 재개될 것이다. 얼마 전 국내 한 여행사가 업계 최초로 유럽 패키지여행 재개의 포문을 열었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 추석 기간 동안 스페인 여행을 할 수 있는 패키지다. 스페인 도착 후 바로 여행이 가능하고, 귀국 후 1일 내 코로나 음성 진단 시 자가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만약 위드 코로나 시대가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내년 2분기부터는 국가 간 이동과 집합 제한 등이 점차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여름부터는 해외여행 예약이 다시 시작되고 콘서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답답했던 심정을 명품 구매 등으로 분출했던 소비 욕구가 해외여행이나 콘서트 등으로 분산될 것이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에 치중됐던 소비 채널도 서서히 온·오프 융합 옴니채널로 이동할 것이다. 자의 반 타의 반 디지털 채널로 쏠렸던 소비가 패션, 뷰티 등 고관여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소비 반경의 확대 등과 함께 옴니채널로 이동할 것이다. 이는 얼마 전 발표된 월마트의 2분기(5~7월) 실적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월마트의 미국 내 기존 점 매출은 5.2%로 시장 예측치를 상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6%에 그쳐 1분기 성장률(37%)보다 크게 낮아졌다. 1등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역시 북미 시장 매출이 21.9%로 1분기 증가율 32%에서 크게 둔화됐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시 움직이게 될 진동 추에 맞춰 유통업계도 피봇팅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 확산기에 내식, 리빙 등 홈코노미 관련 카테고리에 전략적 가중치를 크게 뒀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패션, 뷰티 등 고관여 카테고리나, 외식 등 식음료 서비스도 같이 균형을 잡아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위드 코로나 상황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나 확산의 정도에 따라 계속해서 수정될 것이다.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카테고리 전략, 채널 전략 등을 상황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ing)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선은 ‘일상으로의 회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US오픈 공식 홈페이지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US오픈’ 경기장에는 입장 시 위생 안전규칙(Health and Safety Protocol)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돌아갈 준비를 하세요(Get Ready for Your Return).”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으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뒤집어 읽으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자는 일상으로 돌아가 스포츠 관람을 즐길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목전에 둔 유통업계도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한다. Get Ready for Your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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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 소장
현재에서 미래를, 미래에서 현재를 부감하며
리테일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