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 부장의 서큘러 이코노미] 리테일계의 녹색표준(Green Taxonomy)은 누가 거머쥘 것인가?

2021/12/28

‘최초, 최다’는 그 자체로도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한 분야의 ‘표준’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먼저 시작하거나,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결국 표준이 된다. 산업계의 다양한 기술, 그리고 각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이나 브랜드 대부분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도 여러 업계에서 표준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핫한 필드는 ‘녹색표준’이다. ESG 경영에서 녹색표준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녹색표준의 타이틀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의 녹색표준 선점 행보

 

지속가능 기술이 반영된 구글지도가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편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 10월,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는 “오늘날 기후변화는 위협 그 이상”이라며 그린워싱*을 차단하고, 제대로 된 친환경 정보를 알려주는 구글의 다양한 지속가능한 기술과 경영 계획을 소개했다.
* 그린워싱: Green Washing,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구글 지도는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교통편 정보를 안내한다. 또한 도로 경사나 교통혼잡, 교통예측을 기반으로 연료 사용량을 계산하여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동선까지 알려준다. 검색 결과에도 친환경 정보를 반영한다. 호텔을 검색하면 해당 호텔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환경인증 여부를 표시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제품은 에너지 사용 정보 및 효율을 함께 보여준다.

구글은 내년 초부터 차량 검색 시, 보다 친환경적인 차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스마트 스피커인 구글 네스트는 에너지 요금에 따라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구글의 온도조절기 기능을 접목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기업이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 노머티브(Normative)와 손을 잡았고,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콘텐츠에는 아예 구글•유튜브의 광고를 차단하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구글의 녹색표준 선점 가능성이다. 연간 2조건 이상의 검색량으로 전 세계 검색량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구글은 차곡차곡 그들의 녹색 알고리즘을 세워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구글을 거대한 녹색표준으로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현재 수많은 기업이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에 맞추어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는 것처럼, 구글의 녹색 표준에 맞추어 제품을 만들고 상품을 유통하며 판매하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녹색 표준을 둘러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마트의 녹색표준, PSI(Product Sustainability Index)

이러한 이유로 국내 기업들도 녹색표준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최초로 PSI(Product Sustainability Index, 상품 지속가능성 가이드)를 만들고 있다. PSI는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고 판단하는 기준과 원칙 즉, 표준을 세우는 일이다. 이것이 리테일 업계, 그중에서도 이마트가 맡아야 하는, 동시에 이마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종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가 아닐까 한다. 지난 칼럼 1편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택소노미(Taxonomy)’는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분류체계와 가이드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린 택소노미는 친환경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 택소노미: Taxonomy, Tassein(분류하다)와 Nomos(법, 과학)의 합성어
* 그린 택소노미 : Green Taxonomy, 녹색산업 분류체계

이마트 PSI는 곧 ESG 경영을 위한 첫 걸음이기도 하다. 이는 이마트 안에서 지속가능 상품, 친환경 상품 등에 대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때 보다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관점에서도 유관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마트 PSI의 세부 항목은 더 다듬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4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 순환경제 :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

#1. 친환경상품(Green Product)

우선 정부에서 말하는 친환경상품(녹색제품)의 범주에 속하는 영역이다. 친환경상품(녹색제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제66조 제4항에 따른 제품이다. 에너지ㆍ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의미하며, ‘환경표지인증, 저탄소인증, 우수재활용인증’이 포함된다. 또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기농, 무농약, 저탄소농산물’과 같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친환경인증을 비롯하여, 환경부의 그린카드, 녹색매장, 탄소포인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성할 수 있다.

본 영역을 국내 법적 기준 내 제품으로 규정한 이유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및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에 따라,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가 ‘그린워싱’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인증상품이 아닌 경우, 친환경이나 녹색이란 단어를 상품에 함부로 붙였다가는 ‘위장환경주의’ 즉, ‘그린워싱’이 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 원재료의 책임감 있는 소싱(Responsible Sourcing)

다음은 원재료 채취나 소싱 및 가공 단계에서부터 책임감 있는 액션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태계•생물 다양성•자원•노동 건전성 및 사회적 이슈 등을 골고루 다루는 영역이다. 이미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이를 위해 제 3자 인증을 받은 원자재를 적극 조달할 뿐 아니라, 자체적인 공급사 및 소싱가이드를 수립하여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3자 인증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산물의 경우 남획이나 불법 어업 등 파괴적인 어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산자원을 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양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하고, 생물 다양성 및 수자원 보전 등 책임 있는 양식시장 조성을 위한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이 있다. 지속가능한 팜유 및 대두 생산을 위한 인증으로는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RTRS(Roundtable on Responsible Soy Association)가 있다. 산림 임목재 분야의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이나 커피•차•코코아 같은 가공품 분야의 Fairtrade, Rainforest Alliance 인증은 대중적으로 가장 익숙한 항목이 아닐까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증은 가축의 동물복지에 대한 RSPCA(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나 국내의 무항생제 인증 등이 있다. 그 밖의 인증으로는 목화와 같은 면직물에 대한 살충제 저감 등 화학적 기준 준수 및 재배부터 생산까지의 친환경 생산을 통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등이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사례로는 영국의 세인즈버리(Sainsbury’s)가 있다. 세인즈버리는 지속가능한 원자재 구매를 확대하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관련된 달성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세인즈버리는 지난 2017년부터 Sainsbury’s Fair Traded Tea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자사의 차 브랜드인 ‘Red Label’ 차가 생산되는 지역의 농가들을 기후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한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Sainsbury’s Fairly Traded Tea 프로젝트로 생산된 상품

말라위, 르완다, 케냐 등 기후 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농가에게는 판매된 차 1kg당 $0.5를 제공하여 농가 역량 강화, 비료 구매, 우물 구축 등을 지원한다. 세인즈버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상품이 생산되는 지역의 농가와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투명한 공급망 및 지속가능한 차 소싱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그리고 해당 상품을 ‘Red Label’이라는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에게도 지속가능한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확대한다.

#3. 건강&안전(Health&Safe)

앞서 소개한 영역이 지구 환경과 사회 윤리를 생각한 상품이라면, 건강/안전 상품은 주로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살펴보게 되는 영역이다. 소비자의 몸에 건강하고 안전한 상품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가지가 명확히 분리되는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많은 경우 동일시되기도 한다. 다만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보다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해썹이라고 부르는 HACCP 인증(식품의 원재료 및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 요소가 해당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안전과 퀄리티가 인증된 상품 및 건강과 영양 등의 기능을 개선하는 상품군이 포함된다. 설탕•지방•나트륨 등의 인공 성분 저감, 영양성분 개선 등과 더불어 요즘 화두가 되는 비건 등의 이슈도 함께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테스코(TESCO)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건강’ 식품군을 정의하고, 전사 차원의 목표와 KPI를 설정하여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테스코는 2025년까지 ‘건강한’ 식품 매출 비중으로 65%로 확대하고, 레시피 재구성을 통한 상품 건강기능을 제고하며, 식물성 대체육 매출을 300% 증대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체 건강점수 산정시스템 (Tesco Health Score)을 구축하여 건강상품을 정의한다.

* 영국정부의 Nutrient Profiling Model : 식품이나 음료 내 영양소 함유량을 A와 C점수로 변환하여 총 점수를 산정 (100g 기준 함유량에 따른 영양소별 점수 부여)
   A – C = TOTAL
  • A 점수: 열량, 포화지방, 당류, 나트륨
  • C 점수: 과일∙야채∙견과류, 식이섬유, 단백질
  • Total: 식품 4점/음료 1점 이상을 “less healthy”로 정의”

#4. 패키징&플라스틱(Packaging&Plastic)

이마트는 키친델리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즉석조리식품의 포장재를 분리 배출이 가능한 비목재 종이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 패키징&플라스틱 이슈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이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의 큰 숙제다. 단순히 상품 개별 패키지뿐만 아니라, 물류 운송 및 진열 판매 단에서 소모되는 플라스틱류 및 온라인 배송 과정에서의 모든 패키지와 일회용 플라스틱 소모품들이 모두 해당한다. 풀어야 할 숙제가 가장 많은 영역인 만큼, 동시에 가장 개선할 수 있는 게 많은 영역이다. 아울러 3R (Reduce, Reuse, Recycle)에 입각해 철저한 감축•개선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자원의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 대체재의 성급한 도입으로 손쉬운 성과달성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ESG 경영의 투명하고 구체적인 정보공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실적을 데이터화하고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 및 검증한 후 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라 요구한다. 그리고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이 역시 솔직하게 밝히고 개선 계획을 제시하라 말한다. 그래서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기업들이 지난 한해동안의 실적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거나 홈페이지에 그간의 실적들을 쏟아내기 바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러한 정보 공개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것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택소노미다. ESG 경영의 방대한 영역 안에서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분류체계와 가이드를 세워야 한다.

ESG 경영은 택소노미와 같은 기준과 원칙을 바탕에 두고 지속하는 긴 여정이다. 그리고 그에 근거한 이러한 철학과 기준이 바로 설 때, 우리는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보다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마트의 PSI(Product Sustainability Index) 역시 이를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이마트가 만들어가는 녹색표준이 이마트의 성공적인 ESG 경영을 위한 기준점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내 리테일 산업 전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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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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