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용진 바이어의 와이너리티 리포트] 도구를 잘 고르면 와인이 맛있다! 장비빨 세우기

2022/03/25

그토록 고대하던 와인 대중화의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와인을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요. 와인 눈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이제 장비에도 관심을 가져 볼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와인 맛을 결정해주는 장비, 바로 와인 잔과 와인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해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델’이라는 와인 잔 브랜드가 있습니다. 컬러풀한 스템*으로 이미 ‘인싸템’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 리델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선 ‘글라스 테이스팅’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와인 품종과 주종에 따라 가장 알맞은 와인 잔에 비교 테이스팅을 진행하면서 와인 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아주 사악한 프로그램이죠.
*스템: 와인 글라스의 긴 손잡이를 칭하는 용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듯, 와인 잔이 와인 고유의 풍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은 팩트입니다. 와인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파인 다이닝에 가보시면 서브하는 와인마다 다른 와인 잔에 서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와인과 매칭되는 와인 잔의 중요성을 대변해주고 있죠.

와인 잔은 고급 와인 잔과 막잔으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데일리 와인들은 투박하게 생겼다 하여 소위 막잔이라 불리는 와인 잔에 드시면 됩니다. 하지만 값비싼 와인을 마실 땐 와인의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게, 와인의 격을 맞출 수 있는 와인 잔을 선택해야 합니다. 심리적 만족감은 물론 미세한 와인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와인은 자기만족이고, 약간의 허세도 부릴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아이템이니까요. 그리고 제 경험을 비춰 봤을 때 고급 와인 잔은 얇아요. 그것도 아주 얇아요. 그래서 갓난아기 다루듯 섬세하게 다뤄야 하죠. 심지어 건배할 때도 조심해야 한답니다. 반면 막잔은 다소 거칠게 다뤄도 기능상의 문제는 전혀 없죠.

그동안 다양한 와인을 경험해봤고,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구분하기 시작했다면 와인 잔에 대한 갈증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맛있는 와인을 즐기기 위해 아래 네 가지 와인 잔 먼저 모아보세요.

        

#1. 보르도 레드 와인 잔

아마도 가장 익숙한 잔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볼이 크고 입구가 넓어서 레드 와인이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요. 그만큼 탄닌이 부드러워지고 와인이 가진 풍미가 잘 발산되겠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르도 그랑 크뤼 레드 와인에 매우 적합하고, 까베르네 소비뇽, 이탈리아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멜롯, 까르미네르 등 바디감이 있는 와인을 마실 때 적합합니다.

<보르도 레드 와인 잔과 어울리는 추천 와인>
# 운두라가 파운더스 까베르네 소비뇽
# H3 까베르네 소비뇽
# 반피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 까르민 데 페우모
# 샤또 가쟁 2017

        

#2. 버건디 레드 와인 잔


우선 이 버건디(부르고뉴) 레드 와인 잔은 직관적으로 예뻐요. 보르도 와인 잔보다 공기 접촉면이 넓고 잔 입구가 좁아져서 신선한 과일 향을 모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와인 잔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르고뉴 지역의 레드 와인에 무난히 잘 어울립니다. 보졸레도 부르고뉴니 당연히 잘 어울리겠죠. 이외에도 네비올로 품종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도 아주 잘 어울린답니다.

<버건디 레드 와인 잔과 어울리는 추천 와인>
# 필립 샤를로팡 쥐브리 샹베르땡 비에유 빈뉴
# 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
# 루이자도 샤또 데 자크 물랭 아 방
#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바레스코 아실리

        

#3. 화이트 와인 잔


화이트 와인 잔은 레드 와인 잔에 비해 사이즈가 눈에 띄게 작다는 게 보이실 겁니다. 보통 차갑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의 특성상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해요. 하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화이트 와인 잔을 보다 보면 보르도 잔에 버금가는 크기의 잔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오크 숙성된 고급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너무 차게 마시면 그 와인이 가진 특성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볼이 넓은 화이트 와인 잔에 살짝만 칠링해서 마시는걸 추천 드린답니다.

<화이트 와인 잔과 어울리는 추천 와인>
# 아와테레 소비뇽 블랑
# 프리미엄 릴리즈 언오크드 샤르도네
# 시부미 놀 샤르도네

        

#4. 샴페인 잔 (스파클링 와인 잔)

샴페인 잔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길고 얇은 형태니까요. 아마도 집에 한 두 개씩은 있을 거예요. 이 샴페인 잔의 포인트는 와인이 가진 기포를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집에 샴페인 잔이 있다면 와인 잔 안쪽에 스템과 볼이 만나는 부분을 한번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칼로 흠집을 내놓은 것 같은 스크래치나 작은 구멍이 있지 않나요? 불량은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그 스크래치나 구멍이 샴페인을 자극해서 끊임없는 기포를 만들어 준답니다.

<샴페인 잔과 어울리는 추천 와인>
# 델라모뜨 브뤼
# 도츠 브뤼 클라식
# 로랑 페리에 하모니 드미 섹
# 앙드레 끌루에 브뤼 나뛰르 실버

이제 ‘장비빨’ 세울 준비는 완료입니다. 기본적인 네 가지 컬렉션만 있어도 와인 마시는 즐거움이 훨씬 배가될 거예요. 물론 사진 찍을 때 감성 샷도 얻을 수 있고요. 집에 고급 와인 잔이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와인 에티켓도 장착되기 시작합니다. 건배만 잘못해도 몇만 원 짜리 와인 잔과 비싼 와인이 동시에 날아가니까요. 고급 와인 잔일수록 유리 날에 베일 정도로 얇기 때문에 건배할 때는 볼의 아래쪽을 서로 맞대야 해요. 입술 닿는 림 쪽으로 건배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조심하셔야 한답니다. 깨지는 게 싫어서 막잔으로 돌아갈 수 있거든요.

와인 잔은 보관과 세척도 주의해 주세요. 보통 세척할 때 와인 잔이 가장 많이 깨집니다. 와인 잔을 밥그릇 닦듯이 수세미로 박박 밀어내면 절대 안돼요. 내부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안쪽을 닦다가 깨지는 것도 부지기수거든요. 와인 잔은 미온수로 내부를 닦아주고 입술이 많이 닿는 입술 부분만 약간의 세제를 이용해서 가볍게 닦아주면 된답니다. 세척할 때는 꼭 스템이 아니라 볼을 잡고 해주는 게 포인트예요. 그 후 일반적으로는 키친 타올을 깔고 와인 잔을 뒤집어 놓죠. 하지만 정석대로라면 물을 끓여서 안쪽에 수증기를 쐬어주고 린넨 천으로 닦아줘야 얼룩 없이 영롱한 크리스탈의 모습이 유지된답니다. 고급 와인 잔이든 막잔이든 내부 세척 시에는 미온수로 헹궈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늘 그렇듯 와인의 세계에 정답은 없어요. 와인을 세부적으로 나열해보면 그 끝이 어딘지는 저도 모르거든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듯이 와인 잔은 와인의 첫인상을 결정해 주기 때문에 기왕이면 제대로 된 잔에 드셔 보시길 제안 드리는 거랍니다.

이제 와인 잔 하나 장만하고 분위기 한번 내보는 거 어떠세요?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