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팀장의 견묘한 펫 이야기] 우리집 막내 댕댕이의 건강한 노후, 어떻게 준비할까?

2022/05/02

몇 년 전 펫 박람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박람회 분위기는 연신 활기찼습니다. 귀여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상품들이 즐비했으니 그럴 수 밖에요. 한참 기분 좋게 여러 부스를 돌아보던 중, 후미진 곳 한 켠에 자리 잡은 한 부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유독 그곳의 공기는 냉랭했습니다. 사람들은 유난히 그 부스를 슬쩍 피해 가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브랜드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저렇게 피하지?’라는 호기심에 그쪽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다름 아닌 펫 장례식 업체의 부스였습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펫팸족’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도 어느덧 십 년이 넘었습니다. 어느덧 펫팸족은 1,500만 명을 넘어섰고, 그와 함께 많은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었습니다. 개와 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15년이며, 생애 주기상 8살~10살이 넘어가면 노령으로 분류합니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반려견 양육가구 중 노령견을 기르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는 19.0%였습니다.

인간이 그러하듯 반려동물에게도 ‘노화’는 필연적입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반려동물들의 평균 수명도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는 곧 노령의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식 같은 내 아이가 늙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종의 다름을 인정하고 준비해야만 아이가 노후를 불편하지 않게 잘 보낼 수 있습니다. 나아가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작별 인사 또한 아름답게 할 수 있겠죠. 자 그래서! 오늘은 우리 아이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부분은 아이의 구강 건강과 이에 맞춘 사료·간식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반려동물의 구강 관리는 필수입니다. 반려동물의 치석은 염증과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스케일링으로 간단히 관리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의 스케일링은 전신마취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노령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죠. 때문에 아이의 치아 상태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아 관리와 함께 아이가 잘 먹는 사료나 간식 등이 아이의 치아 상태에 맞는 것인지 꼭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아무리 잘 관리하더라도, 노령이 된 반려동물의 치아는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건사료도 좋지만 씹어 삼키기 편한 소프트 사료간식을 준비해서 아이가 잘 먹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환경 변화입니다. 사람과 같이 노령의 반려동물들 또한 노화로 인해 몸의 여러 기능이 저하됩니다. 시력이 떨어져 소리와 감각에 의지하는 경우도 생기며, 관절이 약해지거나 인지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활동 반경 내 모든 시설물을 아이의 건강 상태에 맞춰주세요. 부딪힐 수 있는 뾰족한 장애물들은 다 정리해 주시고, 다니는 곳의 높낮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게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카펫이나 논슬립 매트 등으로 힘없는 다리에 부담을 주지 않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적절한 산책입니다. 반려견은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감소하고 자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힘들어할 수도 있죠. 그렇다고 집에만 있게 한다면 근육량이 감소하거나 소화불량, 신진대사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짧은 시간이라도 산책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잘 걷지 못하거나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 반려동물 전용 유모차를 준비해주세요. 보다 수월하게 산책을 시킬 수 있을 겁니다.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정도가 심하면 근육통이나 관절염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산책 전후로 아이의 몸 상태를 체크해주세요.

네 번째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입니다. 아무래도 노화가 시작되면 건강상 여러 부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령일수록 증상이 확실하게 나타난다면 완치하기 어려운 만성 질병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아픈 부분을 빨리 확인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처럼 개와 고양이 역시 10살이 넘으면 6개월마다 건강 검진을 권장합니다. 평소 아이의 신체와 행동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아이의 건강을 살펴주세요.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한다면 노령의 아이들이 심한 고통을 앓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항목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을 함께 준비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는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은 흔치 않기에 우리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아마 겪어본 분들이라면 절절히 공감하실 겁니다. 반려동물과 이별 후 상실감과 죄책감, 우울감 등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요.

아이가 준 큰 기쁨은 큰 슬픔으로 돌아옵니다. 상상하지 못할 고통과 슬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때문에 더욱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이의 노화 과정을 손수 챙기면서 아이와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마음속에 담아주세요.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위한 장례 절차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닥친 이별에 너무 당황하기보다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아이를 잘 보내줄 수 있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참 무겁게 다가옵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난 만큼, 반려동물의 상실을 경험해야 하는 반려인 또한 늘어났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의 끝에는 이별의 순간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제가 드리는 이야기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반려산업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장점보다는 쉽지 않은 부분을 더 많이 이야기하며 “그래도 키울 수 있겠느냐”라고 되묻곤 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호기심으로, 남들도 다 키우니까” 로 시작하면 반려인도 반려동물도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러분! 아이도 여러분도 함께해서 행복했다는 기억만 남을 수 있도록 오늘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주세요. 아이들이 여러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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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이마트 몰리스 상품개발 팀장
개냥이들의 대부
‘반려동물이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곳’
몰리스에서 11년 째 상품개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