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교 작가의 사진 여행 1화] 피렌체, 르네상스로 떠나는 여행

2016/12/01

피렌체 구시가지의 골목은 과거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햇살이 드리운 엽서가판대, 그 아래 은은하게 햇살이 반사되는 돌바닥과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 낡고 좁은 골목의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골목은 수백 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미켈란젤로,단테 등 숱한 세기의 거장이 거닐었던 길이죠. 꿈과 야망을 가진 무명 예술가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 위에 서면 예술가들로 북적이던 과거 르네상스 시기의 열기도 느껴집니다. 오랜 고도를 걷다 보면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는 크고 작은광장을 만나게 됩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만끽해도 좋습니다.

두오모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 두오모는 영화화되기도 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덕분인지 영원한 사랑의 성지로 손꼽힙니다. 영화 속 준세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며 모습을 드러내는 두오모의 자태는 잠시 숨을 멈추게 합니다. 600년의 시간을 품은 대리석 옷을 입은 피렌체 두오모는 성당의 엄숙함보다는 우아하고 화사합니다. 반구형을 일컫는 건축양식인 돔dome을 뜻하는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꽃의 성모 마리아 교회’라는 의미로 1296년에 짓기 시작해 1471년에 완성된이 성당은 르네상스의 거장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거대한 돔, 쿠폴라입니다.

464개의 계단을 오르면 아오이와 준세이가 만나 쿠폴라 꼭대기에 다다릅니다. 그곳에서 퍼즐 조각처럼 맞물리며 도시를 뒤덮은 붉은 지붕들 사이 사이의 골목길, 그리고 탁 트인 전경의 피렌체를 내려다보면 르네상스를 일구어낸 도시의 저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오모 앞에는 단테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와 귀족들이 세례를 받았다는 산 조반니 대성당이 있습니다. 기베르티가 제작한 ‘천국의 문’ 앞에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천국의 문은 아담과 이브, 십계명을 받은 모세, 솔로몬과 시바 여왕 등 성서 속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대작입니다. 두오모를 설계한 브루넬레스키와 경합 끝에 제작은 맡은 기베르티는 천국의 문을 만들기 위해 28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 완성품을 본 미켈란젤로가 감탄하며 ‘천국의 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시뇨리아 광장

피렌체의 중심광장인 시뇨리아 광장이 유럽의 여타 도시의 광장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르네상스 거장들의 대작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노천 박물관이라는 것입니다. 두오모에서 가까운 시뇨리아 광장에 들어서면 동시대 피렌체에 머물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자존심 걸고 당대 최고예술가 자리를 경쟁했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치명적 아름다움과 공포의 아이콘 메두사를 제작한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로마병사들이 인근 부족의 여인들을 납치했던 모습을 담은 <사비나 여인의 강탈>, 피렌체의 해전 승리를 기념한 <넵투누스 분수>와 <헤라클레스>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모든 것이 신 중심으로 돌아가던 고루한 틀을 뒤엎고 인본 중심의 문화와 예술을 화려하게 꽃피운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가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14세기 후반 금융업으로 축적된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권력을 얻게 된 메디치 가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후원에 힘입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보카치오, 단테, 마키아벨리, 라파엘로 등 걸출한 인물들이 르네상스의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광장 끝자락에 위치하여 현재 피렌체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는 베키오 궁전은 한때 메디치 가문이 살았던 곳입니다. 메디치 궁과 더불어 메디치 가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죠. 베키오 궁전과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신화 속 메두사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고 예리하게 표현했다는 카라바조의 <메두사>를 비롯해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루벤스, 렘브란트, 고야 등 거장들의 작품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거리의 예술가

두오모에서 시뇨리아 광장을 거쳐 아르노 강변으로 향하는 길목과 광장에서는 거리예술가들이 시선을 즐겁게 합니다. 분명 예술가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르네상스와 현대를 연결하여 피렌치를 아름다운 예술도시로 빚어내는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죠. 거리의 예술가를 만나고 도로변을 심심치 않게 장식한 현대 조각품과 장난기 어린 낙서(?)들을 감상하면서 중심가의 번잡함에서 벗어나면 폭이 한강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아늑한 아르노 강변. 교각이나 축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이 푸른 강줄기, 맞은편 미켈란젤로 언덕의 작은 숲, 건물들이 자아내는 평화로운 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은 낭만 그 자체입니다.


 

아르노강

두오모에서 시뇨리아 광장을 거쳐 아르노 강변으로 향하는 길목과 광장에서는 거리예술가들이 시선을 즐겁게 합니다. 분명 예술가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르네상스와 현대를 연결하여 피렌치를 아름다운 예술도시로 빚어내는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죠. 거리의 예술가를 만나고 도로변을 심심치 않게 장식한 현대 조각품과 장난기 어린 낙서(?)들을 감상하면서 중심가의 번잡함에서 벗어나면 폭이 한강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아늑한 아르노 강변. 교각이나 축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이 푸른 강줄기, 맞은편 미켈란젤로 언덕의 작은 숲, 건물들이 자아내는 평화로운 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은 낭만 그 자체입니다.


 

미켈란젤로 언덕

해질 무렵 베키오 다리를 건너 강줄기 왼편에 위치한 미켈란젤로 언덕에 오르면 붉은 저녁 노을에 곱게 물든 피렌체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베키오 다리 건너 우뚝 솟은 두오모, 미켈란젤로가 잠들어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 메디치 가문이 영면하고 있는 산 로렌초 성당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피렌체의 전망대입니다. 해가 질 때면 이 곳은 조금 더 황홀합니다. 어쩌면 취하는 것이 더 어울리고, 혼자임이 외롭지 않은 시간 앞에 여행을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밤…일찍 잠드는 도시

어둠이 깃들수록 피렌체의 낭만은 더욱 짙어집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피렌체의 밤은 이탈리아의 숱한 여행지 중 피렌체를 최고로 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거리의 작은 공연들, 낯선 도시가 어색하지 않은 여행자. 항상 바쁘기를 강요당하는 삶에서 벗어나 과거를 살아가는 도시를 걷는 마음은 가볍고 홀가분합니다. 복잡한 골목에서도 길을 잃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 북적대는 가죽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면 단테가 살던 집이 있고, 그 골목길 한 켠의 성당에서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만남이 담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이 곳은 어딜 가든 르네상스를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피렌체에 잠시 머물렀던 사람 조차 오래도록 이곳에 대한 열병을 앓게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