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리얼한 마케팅 이야기] 역설의 광고

2019/07/08

 

 


 

오늘 쓰는 글은 와이너리 광고가 왜 좋은 광고이고 그래서 이런저런 상을 받았다는 자랑 보다는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직을 운영하고 대행사, 프로덕션들 파트너사와 어떻게 일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광고가 만들어지는 과정

마케팅은 어느 회사든지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종 중의 하나입니다.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좋은 광고, 프로모션을 기획해서 성공하는 것을 꿈꾸죠. 또한 광고회사는 수많은 광고동아리가 활동할 만큼 취업에 있어 최고 인기 회사기도 합니다. 그러나 입사하게 되면 생각과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TV 광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TV 커머셜은 기타 다른 매체와 함께 종합적인 캠페인으로 많이 하기 때문에 기간과 매체에 따라 다르지만, TV 광고 하나만을 놓고 봐도 3~40억은 들 정도로 굉장히 투자가 많이 되는 캠페인입니다. 광고주가 TV 광고를 하고 싶을 경우 아이디어에 대해서 경쟁입찰로 결정하기 때문에 광고 회사들이 수많은 날을 꼬박 밤을 새우며 아이디어를 짜내 준비하게 됩니다.

광고회사가 PT에서 결정이 되면, (결정도 쉽게 되지않습니다. 규모가 클 경우는 참여자 수를 줄여가며 1차, 2차, 3차 PT를 하기도 합니다.)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프로덕션과 함께 제작하고 광고주에게 선보이고 매체를 타게 되는데, 수많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가장 먼저 PPM(Pre-Product Meeting)을 합니다. 어떤 광고를 만들 것인지 화면을 스케치해서 설명하는 거죠. 그 다음 광고 제작 과정에서 광고주 팀장 시사, 임원 시사, 그리고 경영진 시사를 통해 결정됩니다. 제작과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두 달에서 석 달 정도 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며 아이디어가 발전되고 더 나아지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보고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바뀌거나 (사전에 보고했는데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마이너한 수정으로 시간을 소요하거나, 광고의 타깃과 성별이나 연령대가 다른 경영진이 본인의 취향대로 수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광고의 제작과정은 수직 계열화 되어있습니다.

 

 

 


스피디한 시대, 이마트의 광고 마케팅 과정!

 

이러한 구조가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스피디한 시대에 마케팅 이슈가 있을 때 매번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마트는 대형 할인마트입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 광고를 제작해야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필요한 이슈에 대해 빨리 아이디어를 내서 신속하게 실행하고,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는 마케팅 조직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마트 와이너리는 글로벌대행사 TBWA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마트는 일 년에 두 번 와인장터를 통해 좋은 양질의 와인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이마트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보니 주류구매 고객의 단 22%만 와인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와인보다는 아직 소주나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와인장터에 맞춰 그동안 와인을 접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쉽게 와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 현업과 저희 마케팅팀의 니즈였습니다.

이마트, ‘와인 이즈 노말’ 광고의 한 장면

 

TBWA는 이러한 저희의 니즈에 맞게 와인을 접해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와인을 즐기는 와이너리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담당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현우 CD가 모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본인이 해본 것 중에 가장 빠른 의사결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신속하게 의사결정하고 이 프로젝트에 소요될 예산을 배정해주었으며, PPM은 이후의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실무팀에 맡겨 두었습니다. 실무팀은 TBWA 직원들과 실제 촬영의 배경이었던 지리산 밑 구례에 내려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닭을 잡아먹으면서 광고를 찍었습니다.

이마트의 ‘와인 이즈 노말’ 광고는 내용적으로도 역설적이었고, 광고에 들인 시간과 비용에 비해 정말 큰 성과를 거둔 것도 역설적이었으며, 30억 이상 소요되는 TV 광고의 백 분의 일 매체비로 이런 성과를 거둔 것도 역설적이었습니다.

2018 서울영상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받고, 세계 3대 광고제인 뉴욕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광고를 찍은 당촌리에 한번 다시 내려가서 마을 잔치를 하고, 그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BWA 역시 아이디어에 흔쾌히 동의해주었고,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콘텐츠를 제작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마을잔치에 쓸 와인 2백 병을 들고 당촌리를 다시 한번 찾아갔으며,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와이너리 기념 라벨을 붙인 와인을 선물로 받은 어르신들은 진정으로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이쯤되면 광고와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도 하나의 역설이 아닐까요?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담당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IDEA와 MONEY의 사이에서,

회사와 고객의 사이에서

항상 방황하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