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 부장의 서큘러 이코노미] 이마트가 10분간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이유

2021/05/04

10분간 소등. 한참 영업 중인데 왜?

지난 4월 22일 저녁 8시, 전국 각지의 이마트가 옥외 사인을 소등했다. 이마트의 상징인 노란 옥외 사인을 끈 것은 환경적 의미가 담겼다. 이마트는 매년 ‘지구의 날’을 맞아 소등 행사에 참여해왔다.
매년 이날이 되면 중앙기관과 기업, 관광 명소에서도 건물 내·외부 조명을 끄고 지구에게 휴식 시간을 준다. 8월 22일 ‘에너지의 날’에도 이런 캠페인이 진행되는데, 그 슬로건이 참 예쁘다. “불을 끄고 별을 켜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표현 뒤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과 공포, 엄청난 위기의식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 10분간 불을 끄는 의미는 아주 크다. 스위치를 내리는 액션 하나로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신세계그룹의 사업이 대부분 소매/서비스군 건물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제조/생산 산업 업종에 속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신세계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새발의 피다. 우리나라 기업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포스코와 비교하면 약 160분의 1,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약 22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19년도 배출량 기준 포스코 약 8천만 톤, 삼성전자 약 1.1천만 톤, 이마트 약 50만 톤 / 출처: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8년 건물업종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에서 각각 2, 9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 건물업종 내에서 비교해보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우리 신세계그룹은 대한민국 모든 건물업종 법인 중 가장 많은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자랑이 아닌 무거운 책임감에서 하는 고백이다.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사업장들은 건물 유지/운영에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에너지 사용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되어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도하에 규제를 받는다. 정부가 정한 할당량보다 초과 배출 시 시장가의 3배 규모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배출권 시장가격은 현재 톤당 약 2만여 원으로 작년 한때 톤당 약 4만2천여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마트의 연간 배출량 규모는 약 50만 톤이므로, 이를 배출권 시장가로 단순 환산하면 약 100억대 규모에 이른다.

이미 제도권에 들어온 이마트, 백화점, 스타필드 일부 매장만 합해도 매년 배출량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곧 제도권에 들어올 스타벅스나 신세계푸드와 같은 관계사들까지 합한다면, 배출권에 따른 예상 리스크와 사회적인 책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리스크

먼저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다. 배출권이 부족해서 우리가 구매해야 할 수도 있는 배출권 비용 규모 또는 과징금도 엄청나지만, 그건 우리 사정이고 여기선 좀 더 거시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29일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시장에는 기존 시장조성자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외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SK증권과 같은 3곳의 증권사가 추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즉, 이제 할당기업뿐 아니라 제3자의 시장 참여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초기엔 개인 참여가 제한되고 가격 제한 폭도 좁겠지만, 추후 선물시장이 도입되어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하면 배출권 시장을 주식에 접근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대하게 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도 기업의 사내 배출권 상황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요구하고 분석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이런 배출권 시장에는 얼마든지 투기 자본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게 상당한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출권이 기업에게 상당한 재무 위협이 될 수 있고 많은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배출권으로 시작된 자금시장은 결국 그렇게 흐를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와 그린 택소노미>에서 밝혔지만, 기후변화 이야기는 더 이상 착하고 예쁜 환경 캠페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이 달린 위기이자 거대한 위협의 문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선 여전히 모든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나 탄소 국경세에 대해 많은 발표와 논의가 있지만, 아직 그 어디에도 세세한 액션 규칙이나 플랜은 없다. 미국과 유럽이 얘기하는 탄소국경세가 우리나라 기업들에 줄 영향도 마찬가지다. 배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철강, 석유화학 기업이 아닌, 일반 제조/생산 소비재 기업이나 신세계그룹 같은 유통 서비스 기업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지, 당장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미래를 예측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고로 어떠한 임계치에 봉착하기 전까지는 미리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국제상황에 따라 국내법도 급변할 수 있고, 이는 곧 기업이 감내해야 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수출국에서는 국내 무역 흑자 감소가 소비재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기업에게 직격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국제적 담론은, 단순히 배출권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 패키지(플라스틱)와 자원에 대한 영역까지 이미 확대되어 있다.

           

사회적 책임

신세계그룹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타 기업의 것과 특이한 차이가 있다. 바로 ‘우리의 간접 배출이 고객의 간접 참여’라는 점이다. 우리는 주로 온실가스를 간접적으로 배출하고, 고객들은 그 배출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우리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개선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신세계그룹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인은 매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다. 석탄/석유 같은 화학에너지를 사용하여 굴뚝에서 연기(온실가스)를 직접 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체감하기 어렵다. 이러한 간접 배출이 약 90% 가까이 차지하고, 냉난방이나 이동 연소(임원/점장 차량)를 위한 중온수/가스/유류 사용이 나머지 일부를 채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수요가 공급을 부르는 법.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얻는 게 아닌 이상, 결국 우리는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전기를 공급받으며 온실가스 배출에 계속 일조하기 때문이다.

매장의 밝은 조명, 상품의 선도 유지를 위한 냉장/냉동 쇼케이스, 편리한 무빙 워크, 일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냉난방, 미세먼지 가득한 날도 실내 공기 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공조시스템 등…. ‘고객을 위해’ 어느 것 하나 뺄 게 없어 보이는 이 모든 것들에 사용되는 에너지들이 사실은 우리가 선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주 요인들이다. 물론 쾌적하고 편리한 매장 운영은 기본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을 위한 선택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철학이 있느냐’일 것이다.

과거 고객은 매장을 방문했을 때 ‘우리의 선택’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고객들은 그 선택을 가만히 좌시하지 않는다.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고객은 기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플라스틱/과포장 상품들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며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처럼, 우리 매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동참하고 있다는 죄의식을 느끼길 원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고객을 위한다는 핑계로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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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매년 100억대 규모의 ESCO 사업을 하며 고효율 에너지 설비 교체를 꾸준히 진행하고, 전국 약 50여 개의 태양광과 10여 개의 지열 에너지 설비를 운영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또한 전기차 충전=이마트라는 새로운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민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의 새로운 실천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자 회사 볼보의 광고는 무척 인상 깊었다.

광고는 ‘The Ultimate Safety Test’라는 차량 안전테스트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안전요소로 부각되는 충격적인 기후변화를 직시하게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 지구에 대한 극한의 안전테스트(Climate change is the ultimate safety test)’라는 말과 함께 ‘이것이 볼보가 전기차 회사로 전환하는 이유. 바로 오늘부터 (That’s why we’re changing to all-electric. Starting today)’를 덧붙이며 광고는 끝을 맺는다.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생수가 등장하기 전, 물을 돈 주고 사 먹게 될 줄 누가 상상했을까. 미세먼지와 코로나가 극심해지기 전,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를 어느 누가 상상했겠는가. 기후위기도 이렇게 불쑥 찾아올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또 ‘과거엔 말야…’라며 라떼 타령을 할 것인가.

탄소중립 시대, 우리는 다가올 위협을 직시하고, 생존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우리 신세계그룹이 고객과 함께 하는 내일의 가치에 주목하고, 내일을 위한 오늘의 습관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와 다름없을 것이다.

#ESG는작은실천부터한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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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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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를 꿈꾸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