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투자총괄의 벤처캐피탈 모먼트] 2021 벤처투자 점수는요

새로운 한 해도 두 달여를 넘기며, 각 분야는 작년의 성과 분석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에 본 칼럼에서는 21년 벤처 투자의 주요 사건을 회고 및 평가하고, 올해 벤처 투자의 흐름을 전망하고자 한다.

         
A-
대한민국 벤처투자 총점

상세 평가 점수 상세 항목
A+ 벤처투자 규모
A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다양성
A+ 투자 유치 규모
A- 신규 투자 비중
A+ 컨슈머테크
A- 디지털헬스케어와 머신러닝
A- 대체투자
B 국외투자 및 투자자 다양성

 

2021년 대한민국 벤처 투자는 A-를 주고 싶다. 역대급의 벤처 투자 규모, 양질의 후속 투자, 쿠팡과 크래프톤의 상장, CVC와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VC가 증가했고, AI를 넘어 메타버스와 NFT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키워드로 채워진 멋진 한 해였다. 팬데믹으로 길거리는 우울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는 코로나 따위와 상관없이 광속 질주한 한 해였다. 아마 벤처캐피탈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또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2021년을 마치 추수감사절 축제 같은 해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A, A+가 아니고 ‘A-’일까?
차근차근 항목별로 플러스 점수와 마이너스 점수를 매겨보자.

         
A+
최대규모 벤처투자

2021년 벤처 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3.3조 원 이상 증가한 7.7조 원 상당으로 집계 되었다. 전년대비 무려 78% 나 늘어난 역대급 규모의 벤처 투자가 이루어졌다.

투자 건수도 5천5백건을 넘어 전년 대비 31% 늘어났다. 건당 투자금액은 13.8억 원이며, 기업당 투자금액은 31.5억원으로 공동투자와 후속 투자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분기별로 살펴봐도 1분기~4분기 모두 역대 최대 투자 규모였으며, 특히 4분기는 단일 분기 역대 최대규모인 2.3조 원이 벤처 투자에 쓰였다.

         
A
다양해진 벤처캐피탈
드디어 돌기 시작하는 스타트업 플라이휠

벤처캐피탈 (창업투자회사) 수도 폭증했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등록된 벤처캐피탈 회사 수는 100여개 수준이었고 그간 큰 변동은 없었다. 하지만, 2021년 말 벤처캐피탈 수는 197개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38개나 신규로 등록한 셈이다.

2021년 신규로 조성된 벤처 투자조합도 404개로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더욱 놀랍다. 2021년에는 9.2조 원이 넘는 신규 펀드가 조성되어 향후 연간 10조원 벤처투자조합 결성 시대를 예고했다.

규모도 압도적이지만, 출자자 구성비를 보면 더 고무적이다. 일반 법인이 18%로 모태펀드 (17.3%)를 추월하며, 이제는 기업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벤처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각 조합의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결성된 벤처 투자조합 중 1천억 원 이상 규모는 모두 21개로 파악됐다. 이 중 2,400억 원 규모의 해시드 펀드는 출자자 100%를 민간에서 조달하면서 정책 자금을 받지 않았다. 이는 블록체인 등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면서 순수히 민간 출자자들로만 조합을 구성하여 더욱 급진적인 투자를 하는 펀드도 가능하다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액셀러레이터의 벤처펀드 결성도 활발했다. 규제 완화 등 정부의 노력 덕분에 액셀러레이터가 운용하는 벤처펀드는 2021년도에 41개가 결성되어 전년대비 30개가 늘었다. 조성 금액 또한 3,800억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7배 늘었다.

2010년만 하더라도 부족한 창업자 수, 영세한 규모의 벤처 투자, 더딘 성장 속도와 성공사례 부재로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펀드의 등장, 다양한 초기 액셀러레이터 펀드, 성장기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및 세컨더리펀드 등 풀스택VC 생태계의 조성이 이루어졌다. 또, 글로벌 수준의 우수한 창업가들이 등장했고, 벤처 투자자, 정부 정책과 학계의 노력 덕분에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기가 생겼고,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했다.

         
A+
투자유치 100억원 시대 열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유치 100억 원 시대가 열렸다. 2021년에 157개 기업이 100억원 이상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그 수가 뛰었다.

대형 투자유치도 많아졌다. 야놀자는 비전 펀드로부터 1조 원 투자를 받았고, 컬리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각각 4천억 원 이상씩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1천억 원 이상 대형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당근마켓, 무신사, 크림, 포티투닷, 루닛, 엔픽셀, 와디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왔다.

         
A-
성장기 투자에 집중한 한 해
초기 투자 늘려 미래에 대비해야

업력별 신규투자 비중을 보면, 중기가 45.3%로 제일 많았다. 과거 초기나 후기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성장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가 늘어났다. 조금 우려할만한 점은 2021년 초기단계투자 비중이 24.2%로, 전년 대비 6.5%나 빠졌다는 사실이다.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초기 단계 투자가 풍부해야 유니콘 스타트업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

         
A+
컨슈머테크에 몰린 $$$

MZ 세대를 위한 기술 기반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ABLY’

2021년은 컨슈머테크 분야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친 한 해였다. 특히 패션과 푸드 분야에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무신사는 1,300억 원 투자유치를 하며 공격적으로 나섰고, 에이블리와 브랜디도 각각 6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중고거래와 명품 해외직구 쪽에서도 발란, 트렌비, 캐치패션 (스마일벤처스), 머스트잇, 리본즈 등 대부분이 투자에 성공하면서 경쟁했다. 크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도 모두 대형 투자유치를 하면서 커지는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푸드 쪽에서는 정육각, 슈퍼메이커즈, 설로인, 마이셰프, 쿠캣, 테이스트나인 등에 투자가 이뤄졌고, 런드리고, 생활연구소, 워시스왓, 펫닥, 핏펫 등 반려동물과 생활 분야 전반에 다양한 투자를 했다.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활발했다. 1조 원 이상 투자받은 야놀자 외에도 와그, 트리플, 트립비토즈 등 여행 관련 스타트업들도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코로나 시대에도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증명했다.

M&A 와 IPO도 활발했다. 화려하게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쿠팡을 필두로 디어유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는 웹툰 스타트업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시를 인수했고, 네이버는 문피아를 인수했다. 지그재그와 스타일쉐어는 각각 카카오, 무신사에 인수되었고, GS리테일은 펫프렌즈와 쿠캣을 인수했다. 신세계는 W컨셉과 G마켓을 인수하며 소비재 시장 확대에 나섰다.

         
A-
디지털헬스케어와 머신러닝은
곧 다가올 미래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 AI 기술을 활용 부정맥 진단으로 헬스케어 시장 혁신 ‘HUINNO’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기술을 개발하는 루닛, 휴이노, 뉴로핏 등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뷰노는 상장에 성공했고, 루닛도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유전자 분석 분야도 쓰리빌리언, 싸이퍼롬, 지놈인사이트 등 우수한 연구진이 있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으며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술은 우리 생활 모든 곳에 스며들고 있다. 업스테이지, 보이저엑스, 포티투닷 등 자연어처리, 이미지 분석, 자율주행 등 머신러닝 기술을 생활에 적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을 따라오지 못하는 규제와 사회시스템이 디지털헬스케어,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도입을 늦추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이 2018년 발표한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도 디지털헬스케어 성장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제도적 규제를 꼽았다. 미래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사회가 시험할 장이 필요하다.

         
A-
블록체인과 NFT, DeFi와
대체투자 열풍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제작한 NFT ‘ Spring Vibes’

이 세 키워드는 각각 에피소드를 쓸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은 분야다. 하지만, 요약하자면 Z세대는 기존과 다른 투자를 열망한다는 사실이다.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이런 니즈를 이미 증명했듯, 온투법* 시행으로 렌딧, 피플펀드, 뱅크샐러드, 핀다, 파운트, 헤이비트(업라이즈)와 같은 젊은 소비자 중심의 금융서비스들이 부상했다. 카사, 뮤직카우, 열매컴퍼니, PSX 와 같은 대체투자 금융서비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 온투법 :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금융당국의 심사기준을 통과한 회사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 (21년 5월 시행)

2021년은 암호화폐 열풍이 전 국민에게 불었던 해였고, 그만큼 부침도 심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중에서는 테라폼랩스, 람다256, 앰블랩스 등이 투자를 받았고, 휴먼스케이프는 카카오에 인수되었다. NFT 쪽 움직임도 활발했다. NFT뱅크, 멋쟁이사자처럼이 각각 해시드와 미래에셋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다만 NFT쪽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아직은 VC보다는 위메이드, 컴투스, NC소프트, 카카오, 네이버 등 게임회사들 중심으로 NFT 투자를 하는 단계다.

         
B
해외투자자 수 부족과
성비 불균형 문제

지난 수년간 급성장한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상에 비해 해외투자자 수는 매우 부족하다. 쿠팡, 배달의민족, 크래프톤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가 투자 건수 측면에서는 가장 활발하고 잘 알려진 편이고, 비전펀드는 야놀자와 뤼이드에 투자하며 국내에 진입했다. 초기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와이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이 투자받고 싶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1년 해외투자자 비율은 6% 수준으로 대부분 유니콘 스타트업이나 성장단계에 집중되었다. 2021년 초 매치그룹이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해외투자자와 기업들의 높은 관심은 있었다. 그에 비해 글로벌스탠다드와는 사뭇 다른 국내 제도, 폐쇄적인 투자자커뮤니티, 정보 부족 등은 해외투자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장애 요소로 꼽힌다.

적은 여성 창업가 수도 심각한 문제다. 2021년 투자유치에 성공한 창업가 10명 중 겨우 한 명만 여성창업가이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가 그나마 유니콘 스타트업 중에서 잘 알려진 여성 창업가이고, 8퍼센트, 지구인컴퍼니, 생활연구소, 자란다, 째깍악어, 코코지, 레몬트리 등이 여성 창업가 스타트업이다. 무신사가 인수한 스타일쉐어, 카카오가 인수한 그립, 크래프톤이 인수한 띵스플로우는 여성 창업가 스타트업의 피인수 사례라는 점에서 역시 스타트업이 다양성에 대해 조금 더 개방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2
벤처캐피탈 예측

끝으로 2022년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본다. 회사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둔다.
순번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정렬하였다.

1. 한국 창업투자회사 200개 시대 열린다.
2. 연간 벤처투자 10조 원 투자 시대 열린다.
3. 비전통적 VC 들이 부상한다. 비전통적 VC라 함은 Corporate VC, LLC형태의 부티크VC, 해시드와 같이 특정 산업 분야에 전문투자하는 전문VC 등을 말한다.
4. 더 많은 엔젤투자자, 개인 투자조합이 생길 것이다.
5. 회수시장은 암울하다. 글로벌 정치 불안, 경제 위기, 상장시장 침체,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 거시경제의 여파로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6. 과거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 열린다. 새 정부, 새 정책, 포스트팬데믹, AI, Metaverse, AR/VR, Crypto 등 산발적으로 발전해온 기술들이 콘텐츠와 커머스와 엮이면서 앞으로 십 년 동안 새로운 산업이 대폭발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 참고 자료
1) 중소벤처기업부 2022.1.27 발표자료
2) 벤처캐피탈협회 2022.1.27 Venture Capital Market Brief
3)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2021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투자담당 총괄
#창업가에서 #투자자로 #스타트업흰머리아저씨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