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의 손] 신세계푸드 스위트개발팀 안기효 파티쉐

2016/11/09

팔을 통해 손목으로 이어진 30개의 뼈, 그리고 이를 덮고 있는 근육과 피부. 바로 우리의 손입니다. 인간의 손은 문명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손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은 손으로 일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그 무엇이 되었든 손은 우리의 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손은 그 시간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신세계인의 손>은 손을 통해 신세계인들의 일과 삶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신세계푸드 스위트개발팀 연구원 안기효 파트너 밀가루 먼지가 뽀얗게 피어 오르는 주방에서 오늘 신세계인의 손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신세계푸드 R&D센터 안기효 파트너인데요. 간단한 치장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손이 부끄럽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손 속에 담긴 열정 가득 파티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신세계의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나의 손 간단한 자기소개 이전에 기상청 예보국과 연구소에서 일했어요. 뒤늦게 미국으로 유학가 베이킹에 입문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이력 때문에 신세계푸드 입사 때부터 줄곧 왕 언니 자리를 놓친 적 없는 파티셰에요. 소속, 직무, 담당 업무 스위트개발팀에서 제품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딘앤델루카, 베키아에누보, 루브리카, 데블스도어 등의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어요. 요즘 나의 업무 저희팀의 연말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됩니다. 크리스마스, 연말 모임, 파티… 바야흐로 케이크의 시즌이 다가올수록 점점 바빠지죠. 이미 연말을 향해 달리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 업무 일과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시간 주방에서 새로운 케이크와 디저트를 만들 때 아닐까요? 내 업무 중 가장 보람을 느끼고, 힘을 주는 업무는 매장에 우리가 만든 빵과 케이크가 놓여있을 때, 그리고, 신제품 출시 후 ‘맛있다’는 고객의 소리를 들을 때가 제 최고의 순간이에요.

 

내 손 끝에서 피어나는 나의 브랜드

달콤한 인연의 시작, 딘앤델루카

미국 유학 후 한국으로 들어와서 이태원 프렌치 레스토랑과 개인 숍에서 일했어요. 이후, 조선호텔 베이커리 개발팀에 입사했습니다. 가장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는 딘앤델루카. 당시 우리나라에서 낯선 브랜드였던 딘앤델루카는 저에게 특별해요. 유학시절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르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딘앤델루카는 마냥 행복했던 첫 프로젝트로 기억됩니다. 이 달콤함에 깃든 정성 디저트 개발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해요. 우선 제품 리서치 후 개발한 제품을 품평회를 거쳐 출시 여부를 확정지어야만 공정작업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런 다음, 제품 교육을 진행하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후 꾸준한 제품 품질관리로 이어지죠.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 속에 저희 팀의 땀과 노력이 베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달콤함

베키아에누보에서 첫 선을 보인 치키타 바나나 케이크와 레드벨벳 케이크에요. 출시 후 반응이 좋아 여러 브랜드에서 다른 버전으로 출시된 기특한 아이거든요.

디저트란 나에게 …

즐거움! 만드는 동안 즐겁고, 내가 선사한 달콤함을 즐기는 사람 때문에 즐겁습니다. 물론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즐겁죠.

내 영감의 원천, 손

Q. 파티셰이자 푸드 연구원으로서 나의 좌우명

A. 몸 속에서 건강하게, 입 안에서 맛있게, 눈으로 예쁘게!

Q.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A. 일상의 순간순간이 모두 영감을 줍니다. 친구를 만나서 들려오는 음악과 이야기,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쇼윈도의 디스플레이나 공연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어요.
자기 전 체크하는 SNS 속 이미지들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항상 제 감각을
열어놓으려고 노력해요.

Q. 내 손 끝의 감각을 깨우는 작업

A. 매일 손으로 뭔가를 만들다 보면 지겨울 법도 한데, 저는 손으로 하는 일들을
좋아해요. 미니어처 만들기, 색연필로 그림 그리고 색칠하기, 사각사각 책장
넘기기… 이런 일상 속 작업들이 제 손끝 감각을 깨워준다고 믿어요.

고맙다, 나의 손 어느 샌가 만능이 된 나의 손. 저울에 무게를 달지 않아도 정확하게 몇 그램인지 알 수 있고 먹어보지 않아도 내 ‘손맛’을 알 수 있고, 눈으로 본 것을 손으로 똑같이 뚝딱 만들어내고... 이 일을 시작한 뒤 내 손에 단 한번도 치장해본 적이 없어요. 액세서리 착용은 물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예쁘게 기른다거나 하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죠. 어느새 거칠어진 손에 ‘이게 여자 손이냐’고 불평도 합니다. 그래서 손을 보이거나 악수하는 것 조차 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손을 촬영한다는 이야기에 ‘왜 하필 손이야…’라는 생각도 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오히려 제 손에 대한 애정이 샘솟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내 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삼 내 손끝에서 사람들의 아름다운 한 해 마무리가 함께 한다는 생각에 제 일에 대한 보람도 더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