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앤모어 양윤철 점장의 마셔보고서.txt] 피노누아, 연말 모임을 빛낼 ‘마성의 매력’

벌써 올해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12월입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예년보다 빨리 찾아올 설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요. 모임과 행사가 잦은 지금 시즌에 많이 찾는 와인 품종 중 하나, 바로 ‘피노누아(Pinot Noir)’입니다. 이번 ‘마셔보고서’에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품종인 피노누아를 다뤄볼까 합니다.

와인은 향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장 잘 느끼게 해준 품종이 피노누아입니다. 향미가 워낙 풍부하다 보니, 와인을 마실 때도 향을 더 잘 모을 수 있게 볼이 큰 잔을 사용해 마십니다. 대학생 시절, 어머니 지인의 초대로 와인 모임에 간 적이 있습니다. 소믈리에가 들어와 와인을 오픈하자, 끝자리에 앉아 있던 저의 코에 향이 확 꽂혔습니다. 부르고뉴산 피노누아 와인이었죠. 

저는 사람들에게 와인의 품종을 소개할 때 이미지화해 표현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카베르네 소비뇽을 지덕체가 완벽한 정조대왕으로 소개하는 것처럼요. 피노누아는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여인’으로 표현합니다. 연상되는 연예인으로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가수 이효리 씨를 가장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팬심을 가득 담아 ‘피노누나’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는 피노누아의 대표 산지입니다. 그 외 미국 오리건(Oregon),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등에서도 피노누아를 생산합니다. 저희 매장 피노누아 와인의 판매량을 봐도 프랑스 > 미국 > 뉴질랜드 순입니다. 오리건은 ‘미국의 부르고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질 좋은 피노누아를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뉴질랜드는 와인 평론가들이 앞으로의 품질이 기대되는 유망 지역으로 손꼽는 곳이기도 합니다.

역사와 전통을 따져보았을 때, 부르고뉴는 피노누아의 독보적인 생산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부르고뉴 와인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숨 쉴 때마다 오른다고 표현하고 싶은 정도죠. 그런 부르고뉴를 선택하지 않고, 맛있는 피노누아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요?

피노누아의 고향’ 부르고뉴를 잠시 벗어나, 다른 지역의 맛있는 피노누아를 찾기가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취지입니다.

이번 테이스팅에서는 부르고뉴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피노누아 와인 5종 그리고 보졸레(Beaujolais)의 가메(Gamay)까지 총 6가지 와인을 시음했습니다. 5가지 피노누아는 미국 오리건주,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피노누아와 함께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 호주 야라밸리 피노누아, 그리고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피노네로를 선정했습니다.

6가지 와인 중 유일하게 피노누아가 아닌 품종이 있습니다. 과거 한때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되던 ‘가메’입니다. 현재는 보졸레 지역의 주 품종인 가메는 보졸레 누보라는 햇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가메로 만든 보졸레 와인에 대한 반응도 궁금해 보졸레 10크뤼* 중 ‘플뢰리’라는 곳의 와인을 포함해보았습니다.

*크뤼: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원 또는 부르고뉴 와인 생산지의 포도밭 구획.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전문 셰프 2명과 회사원 2명, 대학생 1명에 저까지 총 6명이 참여했습니다. 블라인드 섹션은 크게 아메리카 섹션과 오세아니아 섹션으로 나누고, 각 섹션에 이탈리아와 보졸레를 한 개씩 포함했습니다.

        

첫 번째 테이스팅:
아메리카 피노누아 & 이탈리아 피노네로

첫 번째 테이스팅은 아메리카 대륙의 피노누아와 이탈리아 피노네로 와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저평가되는 칠레산 피노누아와 이탈리아산 피노네로를 오리곤 피노누아와 비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피노네로’에 대해 설명해 드리면, 피노 계열의 품종은 껍질의 색깔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릅니다. 껍질이 검정색일 경우 ‘검다(Noir)’라는 의미를 더해 ‘피노누아’라 부릅니다. 껍질이 하얀색일 경우 ‘피노블랑’, 회색빛을 띨 때는 ‘피노그리’라고 표현하죠. 이탈리아에서는 각각 ‘피노네로’, ‘피노비앙코’, ‘피노그리지오’라고 부릅니다.

1번 섹션에서는 도우 오리건 피노누아(미국), 프레스코발디 포미노 피노네로(이탈리아), 코노수르 20 배럴 피노누아(칠레) 순으로 1, 2, 3번 와인을 세팅했습니다.

이중 시음한 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와인은 오리건 피노누아와 20 배럴 피노누아로 갈렸습니다. 오리건 피노누아를 선택한 분들은 다른 두 가지 와인에 비해 과실 향이 직관적이면서도 부드럽다는 평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피트 향*과 비슷한 스모키한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피트 향: 위스키의 원료 맥아를 건조할 때 사용하는 석탄의 일종인 이탄 때문에 위스키에 밴 스모키한 냄새

세 가지 와인 중 가장 산도가 높게 느껴진 와인은 포미노 피노네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중 가장 섬세한 피노누아를 보여주는 와인이었다고 느꼈는데요. 나머지 두 와인은 과실 향이 진하게 올라왔던 데 비해, 피노네로는 은은하면서 사우어한 레드베리 과실 향과 함께 더욱 깊은 산미가 느껴졌습니다. 음식과 곁들였을 때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코노수르 20배럴 피노누아의 경우 붉은 과실 향이 주를 이루면서 검은색 과실 향이 함께 느껴졌으며, 오크 및 숙성 밸런스가 좋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두 번째 테이스팅:
오세아니아 피노누아 +보졸레 가메

두 번째 테이스팅은 오세아니아 대륙의 피노누아 2종과 프랑스 보졸레 가메로 진행했습니다. 가메를 피노누아 섹션에 포함한 이유는, 좋은 품질의 가메로 빚어낸 와인은 피노누아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어필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고객들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오세아니아는 개인적으로 피노누아 생산에 있어 가장 기대되는 지역입니다. 뉴질랜드는 오래전부터 주목받는 지역이었고, 요즘 접한 호주산 피노누아 중 맛있는 와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호주의 대표적인 피노누아 생산지는 모닝턴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 테즈메니아(Tasmania), 야라 밸리(Yarra Valley)입니다. 이번에 시음한 와인은 뉴질랜드 말보로 (Marlborough) 지역과 호주 야라밸리의 피노누아입니다. 보졸레 지역은 ‘플뢰리’였습니다.

2번 블라인드 섹션은 자이언트스텝스 야라밸리 피노누아, 리버비 말보로 피노누아, 루이자도 샤또 데 자끄 플뢰리(가메) 순으로 세팅했습니다. 테이스팅하는 분들에게는 가메의 존재를 이야기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야라밸리 피노누아는 과실 향을 지니면서도 풀, 허브의 캐릭터가 많이 올라온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유칼립투스나 민트 같은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점이 좋았습니다.

말보로 피노누아는 달콤한 과실 향과 산뜻한 산미로 마시기 편하다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피노누아가 지닌 딸기나 체리 같은 과실 향을 아주 잘 표현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 두 가지 와인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과도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대망의 보졸레 가메, 샤또 데 자크 플뢰리는 ‘클래식한’ 느낌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야라밸리, 말보로 피노누아와 달리 오크 느낌과 함께 타닌이 좀 더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붉은 과실, 검은 과실의 캐릭터가 함께 느껴지면서 앞선 와인들과 비교해도 과실 향이 결코 떨어지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는 와인이었죠. 한 분은 고기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도 남겨주셨습니다.

이번 테이스팅에서 와인을 오픈했을 때 “이 지역에서도 피노누아가 나와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른 품종과 비교했을때, 선택하는 생산지가 유독 한정적인 피노누아에 좀더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는 반응이었죠.

테이스팅이 끝나고 “와인 너무 맛있었어요~ 지금 와인앤모어 가면 살 수 있는 건가요?”라는 마지막 멘트를 들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이번 테이스팅의 취지대로 마침내 피노누아의 두 번째 고향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이번 마셔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피노누아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겨 보시길 바라면서…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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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철 와인앤모어 서울숲점 점장
마시는 게 좋아 일하는
와인앤모어 점장이
쓰는 게 좋아져 시작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