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DT센터장의 리테일 Tech-Knowledge] AI 비전, 오프라인 리테일을 ‘혁신’하다

        

리테일을 위한 AI 비전 기술의 발전

이전 칼럼에서도 여러 번 소개했던 AI 비전(AI Vision)*은 이미지나 영상으로부터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특정 객체를 감지·추적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리테일을 비롯해 제조, 의료, 모빌리티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 중이다. 특히 고객과 상품, 이들을 구성하는 공간에 대한 상태와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경우, 이러한 AI 비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리테일 테크가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AI 비전(AI Vision): 사람이 눈으로 보고 뇌에서 판단하는 것을 카메라와 영상인식 알고리즘이 대체한 시스템.

수많은 상품이 존재하는 오프라인 리테일 환경에서 AI 비전의 핵심은 단연 객체 인식 정확도에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비전 기술이 상품을 오류 없이 인식하기 위해서는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즉, 상품별로 다양한 각도에서 이미지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서버를 통해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실제 현장에서 상품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천, 수만 개의 상품을 취급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리테일 현장에서는 AI 비전의 한계가 도드라졌고, 데이터 수집과 학습 방법의 개선이 필수적이었다.

AI의 딥러닝인 대조 학습(Contrastive Learning) 도식

AI의 딥러닝인 대조 학습(Contrastive Learning) 도식

현재 신세계아이앤씨 AI LAB은 대조 학습(Contrastive Learning)과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추가적인 학습 없이도 현장에서 신상품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술 수준을 높였다. 이는 레이블이 없는 다량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학습하여 상품 간 특징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소량의 레이블 데이터를 통해 유사 상품 간에도 강력한 분류가 가능한 자기지도학습의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취급하는 많은 종류의 상품을 AI 비전을 통해 인식하고, 데이터화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런 딥 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GPU가 필요하여 리테일러의 높은 투자비용이 수반되는 이슈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고가의 GPU가 아닌 일반 CPU에서 AI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인텔과의 협업을 통해 인텔 CPU 환경에서 최적화된 모델을 개발하거나, 지식 증류법(Knowledge Distillation)*을 통해 모델의 사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기술의 정확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컴퓨팅 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 증류법 : 커다란 AI 모델에서 핵심적인 지식만 뽑아내어 작은 AI 모델에 전달하는 과정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AI 비전의 활용

 

AI 비전 기술이 고도화, 효율화됨에 따라 해당 기술이 실제 오프라인 현장에 접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테일러에게는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고객에게는 간편한 구매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대표사례를 소개한다.

#1. 오프라인 방문 고객의 ‘트렌드’를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분석하다

다양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는 온라인 공간과는 달리, 일반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은 결제 기반의 구매 데이터 외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탐색하는 데 시간을 쏟는지, 어떤 세그먼트의 고객들이 방문하는지, 매장 진입 후 구매 없이 이탈한 고객의 비율 등 쇼핑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매장 직원이 결제 전 마주한 고객을 모니터링해 POS에 고객 성별이나 연령대를 직접 입력하는 등 인적 직감에 의한 데이터 수집은 정확도나 지속성에 한계가 있었고, 영상 기반의 고객 데이터를 취득하려는 시도는 개인정보 이슈나 높은 도입 비용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AI 비전 기술의 발달은 카메라로 수집된 영상 정보에서 개인정보를 비(非)식별화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영상 기반 고객 분석에 대한 가능성도 보다 높아졌다. 고객 동선을 분석해 고객의 체류 시간, 특정 구역의 집객율 등 매장의 공간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분석 결과의 가명처리를 통해 개인정보 이슈 없이 고객을 성별, 연령 기반으로 세그먼트를 나누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에서는 매장 내 주요 체류 구역에 판매 전환율이 높은 상품 배치를 확대하거나, 매장 내 병목 및 음영 구역을 파악해 매대 배치를 변경해 최적화된 매장 구성안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집객율이 높은 시간대에 직원 투입을 늘리거나, 시간대별 고객을 분석해 특정 성별, 연령대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고, 고객 세그먼트에 딱 맞는 광고를 송출하기도 하며, 트렌드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 추진도 가능하다.

#2.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매대 내 상품 데이터!
매장 관리의 효율을 높이다

매장 관리자는 매대의 진열 상태, 결품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출처: 신세계아이앤씨 유튜브 채널)

매장 관리의 효율성을 증대하는 관점에서도 AI 비전의 활용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처럼 중대형 규모의 리테일 기업에서는 매대(Shelf) 내 상품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매장 관리 플랫폼은, 매대에 소형 무선 카메라를 부착해 상품 진열 위치나 형태, 구성 등을 나타내는 POG(Plan-O-Gram)와 현실 진열 데이터인 ROG(Real-O-Gram)를 매칭시켜, 정상 진열, 오진열, 결품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매장 곳곳의 매대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존 기술 대비, 고객의 구매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경량화된 장비로 매장 운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 현재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리테일러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매대 상품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것뿐 아니라 CPG* 업체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 기반의 재고율, 판매율 분석, 더 나아가 최대 매출을 낼 수 있는 상품 구성과 배치 등 추천 서비스까지 확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 CPG : Consumer Packaged Goods, 포장소비재

식음료를 판매하는 소규모 매장에서는 현장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AI 비전이 매장 청결상태나 매대 결품 상황 등을 체크해 주기 때문에, 직원들은 고객 응대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비전을 통해 매장 공간을 모니터링하여 고객이 떠난 테이블, 음료와 컵을 반납하는 셀프 반납대, 퇴식구 등 청결관리가 필요한 시점을 판단해 담당 직원에게 안내할 수 있다. 또 매대에 결품(Out of stock)이 발생했을 경우, 특정 상품의 보충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안내해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프로세스가 가능할 것이다.

#3. SCO (Loss Prevention SCO & Vision SCO)
셀프 결제 기술의 화두, ‘손실 방지’를 위한 AI 비전 기술

셀프계산대(Self Check-Out, SCO)에 AI 비전을 활용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등 급격한 변화를 겪은 최근 몇 년간 셀프계산대는 글로벌 시장 전역에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편의점 등 다양한 리테일 부문으로 확대되며 고객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기술이 됐다. 최근에는 유럽, 북미 지역 리테일러 중심으로 매장 내 손실 방지(Loss Prevention)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SCO와 AI 비전을 활용하는 사례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AI 비전을 활용한 손실 방지 셀프계산대(Loss Prevention SCO)를 주요 리테일 기업과 협업해 테스트 중이다. 고객이 손으로 상품을 들고, 빠르게 상품을 스캔하는 셀프계산대의 프로세스를 고려했을 때, 신세계아이앤씨의 기술은 불과 몇 초 안에 1) 고객의 손에 들려 일부가 가려진 상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2) 움직임을 추적해 상품을 올바르게 스캔했는지 분석하며 3) 인식된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정확히 식별해 4) 셀프계산대에 스캔으로 입력된 바코드 정보와 AI 비전이 식별한 상품 정보를 비교해 결과값을 도출한다. 또한 상품 정보에 대한 별도 학습 과정이 없는 자동 수집 및 배포 체계를 구성하고, 고객의 얼굴 등 개인정보는 비식별화하여 상품성을 높였다.

AI 비전, 무게 센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셀프계산대는 쇼핑 편의성과 매장 운영 효율성을 더욱 높인다

AI 비전, 무게 센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셀프계산대는 쇼핑 편의성과 매장 운영 효율성을 더욱 높인다(출처: 신세계아이앤씨 유튜브 채널).

손실 방지 셀프계산대에서 한발 더 나아간 비전 셀프계산대(Vision SCO) 기술도 개발 중이다. 셀프계산대 위에 상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고객이 별도의 스캔 작업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상품을 인식해 구매 내역을 송출하는 프로세스다. AI 비전이 바코드가 아닌 상품 자체를 인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교적 고정적인 패키징 특성을 가진 공산품 이외에도 다양한 비정형 상품을 식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과일, 야채 등 신선식품이나 빵이나 김밥, 도시락 같은 제조 식품 또는 제조 음료 등에 바코드가 하나하나 붙지 않아도 AI 비전이 상품을 식별해 결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고객의 결제 편의성은 물론 매장 직원의 업무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다양한 업태에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비전에 대한 오해 그리고 미래

AI 비전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를 인용해 ‘빅브라더’라 비판하기도 한다. AI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생각해 거부감,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AI로부터 수집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기술 정확도를 높이고 도입 비용을 낮추는 것만큼 데이터 비식별화에 무게를 두고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AI 비전을 통해 수집된 영상, 이미지를 허가된 대상에게만 공개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암호화 기술’, 핵심 데이터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가명처리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식별화 기술은 AI 비전과 발전 속도를 나란히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한 두뇌, 사람과 유창한 대화가 가능해진 AI는 이제 비전을 통해 말 그대로 ‘눈’까지 갖게 됐다. 제조, 유통, 의료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람의 두 눈에만 의존하고 있던 모든 일들이, AI 비전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된 셈이다. 다만,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접점에서 고객과 마주하는 리테일테크는 더욱이 개인정보의 안전성을 보장해야 함을 염두에 두고 AI 비전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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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신세계 I&C DT센터장
Tech하는 사람의 눈으로 Retail을 들여다보며
Retail Tech의 신세계를 빚어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