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식품 시장이 식품 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가치 소비가 식문화 전반에 확산하며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가능케 하는 대안식품이 크게 부상한 것이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이 2020년 294억 달러에서 2030년 1,6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대안육 시장도 40억 달러에서 74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안육 시장은 2018년 75억 원에서 2022년 212억 원으로 4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 5월 전국 2030세대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대안육을 경험해 보았다고 답한 소비자는 49.1%로 6개월 전보다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식물성 재료로 만든 참치캔, 곡물로 구성한 단백질볼, 두부로 요리한 스낵 등 다양한 대안식품이 판매되면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선뜻 대안식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안식품이 동물성 식품의 식감과 감칠맛을 내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식물성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시중에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세계푸드가 대안식품의 ‘맛’이라는 난제를 해결했다. 지난 9월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론칭하며 ‘식물성 대안식품’의 새로운 포문을 연 것이다.
2016년부터 시작한 신세계푸드의 대안식품 연구
신세계푸드가 대안식품에 주목한 건 약 7년 전이다. 과거 대안육은 일부 채식주의자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대안육이 건강, 동물복지 등의 소비자 인식 강화로 인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 예측하였고, 곧장 대안육 개발에 칼을 빼 든 것이다.
신세계푸드는 연구 끝에 2021년 7월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대안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슬라이스 햄으로 시작해 지속적인 개발로 런천 캔햄, 소시지 패티, 프랑크 소시지, 미트볼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7월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에서 선보인 ‘베러미트 피자빵’은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 2천 개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1,600개씩 팔리며 일부 매장에서는 조기 품절이 일어나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큰 인기에 부응하여 신세계푸드는 9월,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론칭하고 대안식품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유아왓유잇’은 ‘더 나은 나와 지구를 위한 맛있는 식물성 대안식’을 콘셉트로 개발한 브랜드다. 신세계푸드가 2021년 선보인 대안육 ‘베러미트(Better Meat)’를 비롯해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식물성 소스, 식물성 치즈, 오트밀크 등 다양한 대안식품을 재료로 활용해 만든 간편식과 외식 메뉴로 선보인다.
신세계푸드는 ‘유아왓유잇’의 첫 제품으로 ‘식물성 간편식(PMR, Plant-based HMR)’ 3종을 출시했다.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한 끼가 완성되는 게 특징이다. 편의성 위주의 가정간편식(HMR)인 1세대, 맛을 중시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인 2세대에 이어, 3세대에서는 이번엔 건강과 가치소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3세대 식물성 간편식(PMR)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대안식품으로, 신세계푸드가 선두 주자다.
대안식의 진화
간편식에 가치를 더한 ‘유아왓유잇’
유아왓유잇의 첫 제품으로 출시한 식물성 간편식 3종은 ‘런천 김치덮밥’, ‘볼로네제 라자냐’, ‘라구 리가토니’다. 패키지는 키치한 디자인으로, 유아왓유잇의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했다.
런천 김치덮밥은 따뜻한 쌀밥 위에 베러미트 런천 슬라이스햄과 식물성 볶음 김치를 곁들었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기존 고기 기반 덮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볼로네제 라자냐는 자체 개발한 식물성 볼로네제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듀럼밀로 제작했다. 라구 리가토니는 쫄깃한 식감의 리가토니면에 베러미트 다짐육을 넣은 식물성 라구 소스를 사용했다. 동물성 식품을 쓰지 않고도 치즈와 고기의 묵직한 맛과 높은 풍미를 똑같이 구현했다. 오랜 연구로 쌓은 신세계푸드의 기술력 덕이다.
기존 동물성 식사와 동일한 맛, 식감, 색상을 식물성 대안식품으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식물성 대안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낸 신세계푸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 01
신세계푸드 냉동개발팀 이기주, 천두희, 안경만 파트너
Q. PMR 3종의 메뉴를 런천 김치덮밥, 볼로네제 라자냐, 라구 리가토니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안경만 파트너: 채식 소비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우리 회사의 대안육 원료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중 저희가 가장 자신 있는 제품을 만들었어요.
이기주 파트너: 저는 이전에 동물성 라자냐 간편식을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동물성 라자냐의 묵직한 맛과 식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살려 식물성 라자냐도 잘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죠. 다른 파트너분들도 가장 자신 있는 제품을 하나씩 맡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Q. 가장 자신 있는 메뉴라고 해도, 이를 식물성으로 구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을 듯합니다.
천두희 파트너: 아무래도 모든 원료에서 동물성이 하나라도 포함되면 안 되니 그 점이 가장 도전과제였어요. 예를 들어 제가 맡은 런천 김치덮밥에서 햄뿐 아니라 김치도 모두 식물성이어야 했죠. 새우젓, 멸치액젓 등을 안 쓰고 순수 채소로만 맛을 낸 김치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원료 하나하나 성분표시 확인 작업도 꼼꼼히 진행했습니다. 여기에만 약 두 달의 기간이 소요됐어요.
Q. 각 식물성 재료를 공수한 후에는, 일반적인 동물성 음식과 같은 레시피로 제작하는 방식인가요?
안경만 파트너: 아닙니다. 동물성 식품이 가진 묵직한 맛과 식감, 색감을 내기 위해서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조합하며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해 봐야 했습니다. 소스의 양, 가열 시간 등 가장 맛있는 맛의 조합을 위해 조금씩 다른 레시피를 수십 번 시도하기도 했죠.
천두희 파트너: 맞습니다. 개발하는 동안에는 하루 세 끼 이 제품만 먹었어요. 한 달에 150번은 런천 김치덮밥을 먹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내부 검토도 치열했습니다. 매번 10명 이상의 내부 연구원님들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Q. 검토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이기주 파트너: 기존에 출시된 식물성 대안식이 사실상 없다 보니, 비교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대신 동물성 식품과 맛을 비교하며 검토했습니다. 레시피를 바꿔가며 자사 국내외 연구원님들이 인정할 때까지 개발을 진행했죠.
Q. 비교할 만한 마땅한 대안식이 없다니 개척의 길을 걸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겠습니다.
천두희 파트너: 어려움은 있지만 선두 주자로서 느끼는 뿌듯함이 더 큽니다. 신세계푸드는 오랜 시간 동안 대안 식품을 연구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타사가 저희가 출시한 상품과 비슷한 질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출시한 상품을 보면 든든하겠어요.
안경만 파트너: 출시 후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슬쩍 시식을 유도해 보았는데, 제가 식물성 제품이라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뿌듯했습니다.
천두희 파트너: 사실 지금 나온 3종의 식물성 간편식은 개인적으로 더 이상의 개선 사항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어요. 올해 안으로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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