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 부장의 서큘러 이코노미] 제페토 세상에 종이 영수증은 없다

2021/05/28

기후변화대응 이야기가 현실을 넘어 아바타들의 세상, 메타버스로 이어진다.

지난 칼럼에서는 우리의 현실세상에서 지구의 날 불 끄기 캠페인을 통해 이마트가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이유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 지구의 날엔 2억 명의 회원을 둔 아바타 세상에서도 흥미로운 불 끄기 인증 챌린지가 이어졌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환경부

올해 환경부는 지구의 날을 맞아 메타버스 서비스 중 하나인 제페토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자신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5종의 아이템(옷, 모자 등)을 무료 증정하며, 불 끄기 기후 행동 인증 참여를 권장했다. 버튼만 누르면 나의 아바타에게 지구의 날 굿즈로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 또한, 모두가 같은 포즈로 불을 끄며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인증 콘텐츠가 만들어져 제페토 월드의 모든 회원들과 이를 공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환경부 장관과 가수 폴킴 등의 아바타들이 쉽고 친근하게 다섯 가지 기후 행동을 알리는 홍보영상도 선보였다.

  •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전기 절약부터 시작하는 에너지 전환, 저탄소 제품 구매부터 시작하는 저탄소 산업화, 대중교통과 전기 수소차로 시작하는 미래 모빌리티, 새활용 · 재활용부터 시작하는 순환 경제, 내 나무 심기부터 시작하는 탄소흡수 숲’ 내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 영상

제페토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Z가 만든 메타버스 서비스다. 서비스 시작 2년 반 만에 가입자가 2억 명을 넘어섰다. 그중 90%가 해외 유저들이며 80%가 Z세대인 10대들이다. (즉,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핫한 서비스임에도 아직은 낯선 이유, 당신이 트렌디 하지 않아서가 아니니 낙심말자. 해외, 그것도 M도 아닌 Z세대가 80%이니까. 그래서일 것이다. 80년대 이전 세대들이라면 최근 서비스 재개시를 예고한 ‘싸이월드’가 어떠한 메타버스 세상을 그리며 재등장할지 기대해 보자)

메타버스 서비스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들은 유튜브나 페이스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한다. 혹자는 메타버스가 방송채널 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실제로 미국의 10대들은 유튜브보다 3배 많은 시간을 메타버스 플랫폼 게임 ‘로블록스’에서 보낸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물리적 제약이 없는 제페토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팬 사인회에는 팬 5천만 명이 참석했다. 우리의 국민 히어로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게임 ‘포트나이트’ 메타버스 속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가상세계 속에서 팬들은 블랙핑크, BTS와 같은 스타들(아바타)과 함께 춤을 추며 사진도 찍고 그들에 열광한다. 또한 이들은 유명 패션 브랜드 상품도 가상세계에서 경험하고 공유한다. 나이키는 물론 샤넬과 구찌, 크리스찬 루브탱과 같은 명품 패션업체들은 이 가상세계에서 신상 컬렉션을 최초로 공개하며 패션쇼를 열고 매장을 꾸미며 옷을 판다. 발렌티노, 마크 제이콥스는 지난해 9월 기준 메타버스(동물의 숲) 안에서만 신상품 2,600만 장을 팔았다. 또한 가전업체들은 홍보관을 만들어 아바타가 신상품을 체험하게 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닌텐도 기반의 메타버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도 펼쳤다.

이쯤이면 환경부가 제페토에서 가수 폴킴의 아바타와 함께 지구의 날 캠페인 이벤트를 진행한 이유가 설명된다. 기후변화 대응 이슈는 MZ 세대들에게 더 절실하고 생존과 직결되는, 그래서 급박히 해결에 나서야 할 목전의 과제다. 그래서 “난 모르겠고” 하는 기성세대 보다 오히려 훨씬 더 잘 통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MZ세대가 절감하는 이슈를 MZ세대에게 익숙하고 편한 유니버스에서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제페토 내 수많은 월드의 전 세계 회원들이 지구의 날 챌린지에 응했다. 그리고 지금도 제페토에서 만들어진 인증 콘텐츠들은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철학과 스토리는 기본이고 고객 특히 MZ세대들의 참여를 원한다면 일단 재밌고 흥미로워야 한다.  

문득 2018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G-Star)에 참가했던 이마트의 기록이 떠오른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국내 최대 국제게임전시회로 온라인, 모바일은 물론 VR등 다양한 분야의 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당시 이마트는 모바일영수증 캠페인과 자원 순환(플라스틱회수) 캠페인을 널리 확산 중이었다. MZ세대와 소통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NCSOFT, Monster VR과 같은 게임회사와 모바일/VR 게임 2종을 공동 개발하였다. ‘Play Gre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의미와 재미를 담은 게임 외에도 환경 토크콘서트, 친환경 퀴즈쇼, 뮤직챌린지 뮤지션들의 공연, DJ 파티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함께했다. 게임쇼 방문객과 업계에게 지스타에 등장한 이마트는 등장 자체로 무척 이색적인 행보였다. 실제로 당시 많은 참관객과 게임 관련 매체들의 주목을 받았고, 게임개발 업계 기업 ‘유니티(Unity)’의 관계자는 당해 지스타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스가 배틀 그라운드도 포트나이트도 아닌 바로 ‘이마트 게임즈’였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마트가 2018년 지스타로 간 이유는, 모바일영수증 캠페인 런칭 1주년 기념으로 2018년 초 진행했던 간단한 모바일영수증 앱 게임 이벤트의 고객반응 때문이었다. 당시 이벤트 기간 모바일영수증 ON 설정 참여자는 이전 대비 약 10배나 증가했다. 주 타깃 고객이었던 20~40대 여성 고객은 물론,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들의 많은 관심과 활발한 참여 덕분이었다. 당시 이벤트는 이마트가 기존 주 타깃고객층을 넘어 미래 고객이 되어줄 MZ 세대들과 친환경 캠페인을 소통하는 법을 배운 기회가 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기왕이면 그들이 좋아하는 현장에 직접 깊숙이 들어가 캠페인을 알리고 싶었다. 

MZ 세대는 SNS, 메타버스 같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적응에 빠르면서도 동시에 미래에 대한 변화와 개선요구를 그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의 변화요구에 응답하지 않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더 불평하지 않고 그냥 차단해버린다. 마치 SNS 관계망의 차단 기능처럼, 팔로우를 끊고, 블락을 해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

모바일영수증 캠페인의 필요성과 편리함을 그 누구보다 가장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한 것은  MZ 세대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이나 플라스틱·과포장 개선 등과 같은 이슈에 우리가 응답하지 않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차단할 수 있는 세대 역시 MZ 세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응답하고 있는가. 이는 단지 친환경 캠페인에 머무르는 이슈가 아니다. 온오프라인 매장 현장의 영업활동을 비롯해 모바일, O2O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기존 고객(기성세대)들의 불평불만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고객 편의를 위해 개발한 서비스가 오히려 복잡해져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어디에도 응답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2017년 1월 신세계그룹 차원의 모바일영수증 캠페인 선포 후 어느새 4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새 이마트에서만 종이 영수증 발행량 약 1억 장이 감축되었다. 이를 환경 영향 가치로 환산하면, 20년산 소나무 약 6만4천그루의 연간 탄소흡수량, 2천cc 승용차 약 488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된다. 가볍게만 보이는 영수증이지만 약 72톤의 쓰레기에 해당하는 양이기도 하다.

2017년 1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푸드 등의 관계사들과 환경부가 함께 시작한 모바일영수증 캠페인은 2년여 후 2019년 13개 유통사의 참여로 확산되었다.

더욱이 2019년 추가로 캠페인에 동참한 13개 유통사의 감축실적을 모아 보면 그 성과는 더욱 확연하다. 작년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20년 1~7월까지의 종이 영수증 발급건수는 약 5억 9,800만 건으로, 이는 협약 전 동기간 건수인 약 8억 3,500만 건 대비 약 28.3%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9억 원에 이르며, 20년산 소나무 15만 178그루의 연간 탄소흡수량과 맞먹는 양이다.

6월 2일부터 시작될 이마트 SNS 이벤트

올해도 이마트는 캠페인 활성화를 위해 귀여운 투모(이마트 환경지킴이 캐릭터)가 알려주는 모바일영수증 홍보영상 퀴즈 이벤트 등, 네이버 해피빈과 이마트 모바일앱, SNS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여 준비 중이다.

환경 이슈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현실을 개선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이야기다. 또한 인류가 만들고 누리는 기술로 파괴 또는 영향을 받는 지구환경의 오늘과 미래를 바꿔야 하는 과제이기에, ‘기술 및 디지털’ 그리고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필요로한다. 마치 온오프 매장 모두를 아우르며, 전 세대가 방문하고 그들과 비즈니스를 영위해야 하는 우리 리테일의 현 상황과 다름없다.

더욱이 코로나 19 팬데믹을 비롯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활방식은 물론, 사회, 경제, 문화의 현장을 ‘언택트화’에 이은 ‘메타버스화’로 넘어가는 부스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인류의 삶이 통째로 가상현실과 섞여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2018년 개봉한 영화 ‘Ready Player One’의 배경이 되는 2045년에도 스타벅스는 여전히 건재함을 보인다. 메타버스 세상에 잘 적응하면서도, 오프라인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가치를 잘 지켜냈던 것일까?

세상을 급속도로 바꾸게 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정부와 기업, 환경단체들의 마케팅과 캠페인 방식을 바꾸며 변화를 이끈 SNS. 그리고 이젠 아예 또 다른 세상으로 어서 들어오라 손짓하는 메타버스까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소셜 플랫폼에 과연 누가 먼저 올라타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마트가 지스타에 등장했을 때 받았던 질문 ‘형이 왜 거기서 나와?’의 경우처럼,
밀려오는 거대한 유니버스, 메타버스를 우리 리테일 업계가 누구보다 주목해야 할 이유다.

#ESG는 작은 실천부터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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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ESG추진사무국 김동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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