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DT센터장의 리테일 Tech-Knowledge] 빅블러 시대, 리테일‘테크’가 나아갈 방향

필자는 AI 기술을 2N년째 만지고 있는 테키(Techie)다. 테키의 시각에서 리테일테크는 정말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 만큼 흥미롭고 재밌다. 그 이유는 리테일 산업 곳곳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다양한 기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며, 기술 적용에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리테일테크를 접하는 수많은 고객(Consumer)으로부터 시시각각 쏟아지는 피드백에 따라 혁신적이라 생각했던 기술이 사장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그 사업 자체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리테일테크는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진화하는 ‘살아있는’ 기술이다.

이 흥미로운 리테일테크의 면면을 테크 관점에서 샅샅이 뜯어보고, 리테일테크의 실체를 이번 칼럼을 통해 많은 이들과 공감하고자 한다. 이 여정의 시작은 리테일테크가 무엇인지 그 정의를 먼저 찾는 것이다.

 

리테일테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리테일테크에 대한 새로운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IT 기업이 아닌 이커머스 등 유통 기반의 기업들 역시 리테일테크 기업임을 표방하고 있다. 왜 세상은 지금 리테일테크에 주목하고 있나?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리테일 4.0’으로 리테일 산업의 변화를 정의했다. 다양한 상품을 정찰제로 판매하는 백화점이 등장한 ‘리테일 1.0’, 대형 쇼핑센터를 통해 고객이 공간에서 시간을 소비하게 한 ‘리테일 2.0’, 이커머스 기반 쇼핑이 보편화된 ‘리테일 3.0’을 지나 ‘리테일 4.0’이 도래했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해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리테일테크가 등장한 것이다.

        

리테일테크란?

고객이 상품을 들고 매장을 나가면 리테일테크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신세계아이앤씨의 ‘완전스마트매장’의 모습

리테일테크의 사전적 정의는 ‘Retail(소매, 유통)’과 ‘Tech(기술)’의 합성어로 ‘리테일 산업에 적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대중은 ‘리테일테크’라는 키워드를 통해 아마존고(AmazonGO) 같은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 자동 결제 및 추적 기술)’이 적용된 무인 매장, 자율 주행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카트 기술, 매장 직원을 대체하는 로봇 등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형 리테일 매장을 그렸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디지털 기술은 유례없이 빠르게 발전했고, 대중은 불가피하게 일상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대체되는 경험을 했다. ‘리테일 4.0’ 시대는 모두의 예상보다 빨리 확산되었고, 리테일테크는 상상 속 기술이 아닌 일상 속 기술이 되어 더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리테일 4.0시대
리테일테크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기존의 리테일테크는 리테일 산업의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에서 기존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측면으로 IT기술을 적용했다. ‘리테일 4.0’ 시대에서 리테일테크는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키(Key)로 작용하고 있다.

1. 고객(Consumer) 경험 극대화

아마존이 선보인 오프라인 패션 매장 ‘아마존 스타일’

최근 리테일 기업은 고객 경험에 집중한다. 고객을 단순히 상품 구매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고객(Consumer as Human)’에 집중해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주고, 그를 통해 기업과 고객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에는 복잡한 결제 단계를 축소해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등 구매와 연관된 특정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는 데 리테일테크를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리테일테크는 고객의 구매 여정 속 모든 순간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사람으로서의 고객(Consumer as Human)’이 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경험을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다.

아마존 스타일(Amazon Style)은 공간과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든 리테일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이 올해 초 미국 LA에 오픈한 오프라인 패션 매장 아마존 스타일에는 스타일에 따른 샘플 상품들만 진열되어 있다. 고객은 상품을 살펴보며 옷걸이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어서 고객 후기 등 상품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 APP을 통해 상품을 고르면, 직접 고른 상품부터 AI가 추천한 스타일 등 다양한 상품을 직원이 고객의 전용 피팅룸으로 가져다준다.

고객은 매장을 돌며 사이즈를 찾고, 상품을 들고 피팅룸 앞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편리함을 넘어 전용 피팅룸이라는 공간 안에서 백화점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퍼스널쇼퍼(personal shopper)처럼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지극히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객의 온라인 구매 이력을 포함한 빅데이터가 제공하는 인사이트를 AI 기반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연결한다. 이로써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딱 맞춘 스타일과 사이즈를 추천하고, 아마존의 물류 프로세스를 활용해 빠른 시간에 고객의 피팅룸까지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2. 공간(Space)의 확대

나이키가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나이키랜드’

리테일테크에서 ‘공간’은 상품 판매 및 구매 목적의 매장(Store)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아닌 고객과 리테일러가 맞닿은 모든 공간을 의미한다.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편의점 등 오프라인 공간 기반으로 구축된 물리적, 장소적 공간을 포함해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구현된 이커머스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도 고객과 닿아있는 리테일 공간이다. 최근에는 AR, VR,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이 성숙됨에 따라 가상현실 기반의 공간까지 리테일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리테일테크는 디지털 기술로 공간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공간과 공간의 경계를 끊김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하며(Seamless)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공간을 넘나드는 옴니채널의 가치를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다.

나이키(Nike)는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플랫폼, 메타버스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브랜딩 전략으로 리테일테크를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나이키는 달리기 앱인 나이키 런 클럽(Nike Running Club), 운동 관리 앱인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ike Training Club)을 통해 고객이 운동 기록을 공유하고,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 각국 고객의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해 명동에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 ‘나이키 서울’에서는 해당 앱으로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동 지역, 누적 운동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연동,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출하며 스포츠와 쇼핑을 결합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오픈한 로블록스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나이키랜드’에는 200여 개 국가에서 670만 명 이상의 유저가 방문했다. 게임, 디지털 쇼룸 등을 넘어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고객과 함께 소통하며 이벤트를 전개하는 등 오프라인, 온라인,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3. 데이터(Data) 기반의 리테일 산업 벨류체인 혁신

리테일테크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테일 산업 전반의 벨류체인을 혁신할 수 있다. 리테일 산업 곳곳에서 생성되는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매 이력을 비롯해 고객 반응, 행동, 취향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고객 로열티 마케팅, 리워드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 상품 제조, 물류, 매장 운영 등 산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엔터프라이즈 데이터’까지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고객과 직접 닿는 프론트엔드(Front-End) 영역을 포함, 백엔드(Back-End) 영역까지 포괄하는 산업 전반의 혁신을 만들 수 있다.

영국의 이커머스 기업 ‘오카도(Ocado)’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요 예측부터 재고 관리는 물론이고 배송망을 최적화해 배차 및 배송 서비스까지 리테일 서비스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 품질도 극대화하고 있다.

오카도는 60만 명 이상의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성향, 구매 패턴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더불어 국적, 종교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세세한 데이터까지 지속적으로 수집, 분석하며 머신러닝 기반의 수요 예측 모델의 정확성을 높인다. 수요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로봇의 작업 효율도 향상시키고, 날씨, 실시간 교통상황 등을 더해 최적화된 배송 경로를 도출한다. 데이터로 정확한 수요를 예측해 폐기율을 낮추고 작업 효율을 향상하는 한편, 고객이 적시에 더욱 신선한 상품을 배송받는 경험을 축적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OSP(Ocado Smart Platform)을 글로벌 유통사에 판매하고 있으며, 유통 매출 이외에도 SW 매출도 지속적으로 향상 중이다.

 

        

리테일테크’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빅블러(Big Blur) 트렌드가 확대되며 산업 간 구분 자체가 모호해진 지금,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제조 기업은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현하고, D2C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을 직접 만나는 등 제조를 넘어 리테일 기업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또한 리테일 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금융 영역의 핀테크,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의 산업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바로 지금이 리테일테크’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기술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기술이 가진 고유의 가치에 집중하면 그곳에서 진정한 혁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리테일‘테크’를 보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오프라인, 온라인, 가상공간이라는 리테일 공간별로 분석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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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신세계 I&C DT센터장
Tech하는 사람의 눈으로 Retail을 들여다보며
Retail Tech의 신세계를 빚어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