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앤모어 양윤철 점장의 마셔보고서.txt] 사랑이 샘솟는 와인 선택 가이드

솔로인 제가 매장에 있으면 가장 신경 쓰이는(?) 달이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가 있는 2월과 3월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실 와인을 신중히 고민하는 남성 고객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내곤 하는데요. 이번 마셔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사랑이 샘솟는 와인 선택법’입니다.

2월과 3월에 제일 많이 나가는 와인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당신이 생각하신 것처럼, 모스카토* 와인입니다. 달콤하고, 알코올 도수도 낮으며 탄산도 적당해서 맛과 음용성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가격도 착한 와인들이 많고요. 중요한 점은 와인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맘때 와인앤모어를 찾는 남성 고객분들은 이성과 함께 즐길 와인으로 모스카토를 많이 찾습니다. 모스카토 와인이 누구나 즐기기 편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게 단맛이 있는 와인일까요?
*모스카토(Moscato) : 이탈리아어로 화이트 포도 품종 뮈스까(Muscat)를 의미. 향이 풍부하며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이 특징

개인적으로, 여성들이 원하는 포인트는 단맛 그 자체보다는 ‘시각’‘아로마’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굉장히 부합하는 와인의 종류가 로제라고 보고요. 로제는 쉽게 말해 화이트와 레드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진 와인입니다. 화이트와인의 깔끔함과 상큼함, 레드 와인의 색감과 아로마를 모두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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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 때문에 2~3월 방문하는 남성 고객께는 로제를 잘 추천해드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선택을 쉽게 받지는 못합니다. 로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손에 집었다가 모스카토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성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좀 더 보장된 맛, 내가 아는 안전한 맛 쪽으로 선택이 기우는 것이죠.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시음하는 와인 리스트에 로제를 3종이나 넣어 보았습니다. 과연 로제가 여성분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요?

이번 테이스팅에는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 때 추천할 수 있을 만한 8가지 스타일의 다양한 와인을 준비하였습니다. 와인 스타일의 다양성을 고려해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진행하지 않고, 와인 라벨링을 오픈한 뒤 시음을 진행했습니다.

시음은 20대에서 30대까지 여러 직업군의 여성 다섯 분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드라이 화이트 스파클링, 드라이 로제 스파클링, 드라이 로제, 드라이 레드, 모스카토 다스티, 브라케토 다퀴, 로제 포트, 루비 포트로 8가지 종류의 와인을 사용했습니다. 이 와인들은 크게 단맛이 없는 파트와 단맛이 있는 파트로 네 종류씩 나누었으며, 순서대로 두 종류씩 시음하였습니다.

        

첫 번째 테이스팅은 드라이 화이트 스파클링과 드라이 로제 스파클링입니다. 각각 호주의 19크라임즈 블랑 드 블랑, 샹파뉴 루이뒤몽 브륏 로제를 선정했습니다. 예상대로, 첫 번째 테이스팅부터 드라이 로제 스파클링을 선택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잔에 따랐을 때 보이는 핑크빛과 붉은 과실 향에 대한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한 샹파뉴 루이뒤몽은 ‘신세계 엘앤비픽’이라는 엘앤비가 엄선한 가성비 와인 브랜드 중 하나로, ‘5만 원대’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보여줍니다. 샴페인이라는 점이 플러스 점수를 얻은 것도 재밌습니다. ‘이 와인을 선택한 썸남은 좀 더 신경 쓴 것 같아 더욱 호감이 생길 듯하다’는 코멘트를 두 분이나 남겨 주었습니다.

두 번째 테이스팅은 드라이 로제와 드라이 레드입니다. 이번에는 피노누아로 만든 루이자도 마르사네 로제와 몽제아 뮈네레 부르고뉴 빠스투그랭 ‘르 리베르탱’을 선택해보았습니다.
루이자도 마르사네 로제의 마르사네 AOC*는 부르고뉴에서 레드, 화이트, 로제가 나오는 몇 안 되는 AOC 중 하나입니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어서 로제의 색과 붉은 베리의 향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AOC: 프랑스 와인 등급의 최상급. 법적으로 명시된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만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포도 수확, 양조, 숙성의 전 과정이 엄격하게 규제된다.

탄산이 없는 드라이 와인은 평소 식사와 함께 즐기기에 적합해서 많은 분이 좋아하시죠. 르 리베르탱의 AOC 부르고뉴 빠스투그랭은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피노누아, 피노누아를 보완하는 가메 품종이 섞여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맛이 뛰어납니다.

참석자들 중 대부분은 호감 있는 이성과 함께 와인 한 잔을 즐길 때는 마르사네 로제를 선택하고, 평소에 와인 한 잔을 한다면 르 리베르탱을 선택하고 싶다는 코멘트를 남겨 주었습니다.

세 번째 테이스팅부터는 달콤한 와인들의 차례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와 브라케토 다퀴와인을 시음했습니다. 각각 프리모피오레 모스카토 다스티 DOCG와 피오코 디 비테 브라케토 다퀴 DOCG를 선택했습니다.

잠깐 라벨 읽는 법을 설명드리면, 이태리 와인 라벨의 ‘d’는 영어의 ‘of’의 의미로 해석하면 편합니다. 여기에 DOC나 DOCG는 원산지 등급을 표시한 것으로, 와인 품종과 와인 만드는 방법을 철저히 지켜 만든 와인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모스카토 다스티 DOCG(Moscato d’Asti DOCG)는 아스티 지역에서 모스카토 화이트 품종을 사용하여 만든 와인이라 볼 수 있겠죠. 약 5.5% 도수와 달달한 맛, 약간의 발포성이 특징입니다.

브라케토 다퀴는 아퀴 지역에서 브라케토 라는 레드품종을 사용하여 비슷한 스타일로 만든 와인입니다. 붉은빛과 레드품종에서 오는 풍미로 단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브라케토 다퀴가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테이스팅은 주정강화 와인*으로, 세그라도 핑크포트와 폰세카 루비포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두 가지 포트는 온도를 살짝 낮춰서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알코올 강도가 너무 세고, 진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이 포트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19도의 강한 알코올 때문이라 생각하시는데요. 남성들이여…. 지금 앞에 계신 여성분이 그대보다 강할 수 있습니다.
*주정강화 와인 : 와인에 브랜디나 기타 주정을 첨가하여 도수를 높인 와인

핑크포트는 시음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었는데요. ‘핑크포트와 같은 새로운 와인을 마시며 설명을 함께 곁들인다면 상대를 향한 호감이 올라갈 듯하다’는 코멘트와 함께 ‘얼음을 띄워 먹으면 더 예쁘고, 마시기도 편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루비포트는 ‘처음 보는 사이에 도수가 높은 와인을 선택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만남을 가져온 기존 커플이 선택하기에 적합할 듯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8가지 와인을 시음하고 참여자들과 의견을 나눈 결과, 개인적인 선호도를 고려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와인은 루이자도 마르사네 로제 였습니다. 평상시에도 가볍게 마시기 좋다는 것이 큰 이유였죠.

그러나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를 고려해 볼 때는 브라케토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기념일이라 남성분들이 굳이 단맛 있는 와인을 고른다면, 그중에는 브라케토를 선택하길 원했습니다.

시음을 통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특수성입니다. 평소에는 단맛이 있는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 분이라 할지라도, 특별한 날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달달한 와인을 마신다면 괜찮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중에 브라케토가 선택된 것을 보면 색과 향, 맛 모두를 고려하면서도 단맛이 조금 덜 느껴지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이성과의 데이트에서 모스카토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겠지만, 테이스팅에서 알 수 있듯 이전까지 놓치고 있던 매력적인 와인들도 참 많습니다. 선호도는 개인마다 다르기에, 나와 연인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이번 ‘마셔보고서’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념일이나 썸남 썸녀와 와인을 마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와인을 선택하는가 보다도,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을 마시는 그 순간 자체가 아닐까요? 여러분 모두 즐겁고 로맨틱한 와인 라이프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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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철 와인앤모어 서울숲점 점장
마시는 게 좋아 일하는
와인앤모어 점장이
쓰는 게 좋아져 시작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