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소장의 리테일 프리즘] 금융발 슈퍼앱 경쟁과 이커머스 3.0시대

2022/08/12

최근 금융권에 부는 슈퍼앱 경쟁이 뜨겁다. 금융 그룹들이 여러 금융 계열사 앱에 흩어져 있던 주요 기능들을 한데 모으고,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까지 더해 슈퍼앱을 만들고 있다. 슈퍼앱 안에서 고객들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쇼핑, 스포츠, NFT, 여행, 뉴스, 배달 등 비금융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얼마 전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을 금융과 고객의 일상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한은행은 뉴앱(NEW APP) 프로젝트를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금융권 최초로 음식 배달 서비스 ‘땡겨요’도 출시했다. 농협은행은 NH올원뱅크 앱을 금융과 생활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메인 모바일 뱅킹앱인 하나원큐와 우리WON뱅킹을 통해 슈퍼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에서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편의점 상품을 배달해주는 ‘마이 편의점’ 서비스와 택배 서비스도 앱에 넣었다. 삼성생명과 화재, 카드, 증권 등으로 구성된 삼성금융네트웍스도 통합 앱 ‘모니모’를 출시하면서 ‘슈퍼 앱’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슈퍼앱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마이데이터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여러 기업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아래 다른 기업에 공유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승인 받은 사업자들은 개인의 정보를 공동 플랫폼에 제공하고, 이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신용이나 소비 데이터 등을 추출해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2022년 7월 현재 60개 사업자가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했는데, 대부분 금융권 기업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이미 국민 슈퍼앱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고도화된 금융, 비금융 서비스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금융권도 슈퍼앱 전략을 통해 맞대응 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앱 내부의 데이터와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외부의 데이터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금융, 비금융 상품을 제안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은행앱을 더 이상 금융 플랫폼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와 결합해 경쟁력 있는 생활금융플랫폼으로 재도약하려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금융권의 비금융 산업 진입 확대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현재 금융권 중심인 마이데이터 사업은 앞으로 유통, 정보통신, 교육, 문화, 여가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초연결 및 초융합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금융권 외에도 유통, 의료, 문화, 여가 등 비금융 분야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영역까지 서비스가 확대돼야 혁신적인 융복합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도 간편결제 자회사의 설립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에는 11번가가 커머스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 비금융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경우 새로운 고객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뿐만 아니라, 유통, 의료, 여가 등 다양한 데이터에서 오는 고객 정보에 맞춰 세밀하게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시도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의료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장보기 서비스나 맛집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용품을 자주 구매하는 고객에게 어린이 보험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이종 산업간 융합이 가속화되는 빅블러(Big Blur)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영역의 구분 없이 불고 있는 슈퍼앱 경쟁과 마이데이터 사업의 확대는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이커머스 3.0 시대로의 전환이다. 흔히들 PC 기반의 전자상거래를 이커머스 1.0, 모바일을 통한 전자상거래를 이커머스 2.0,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맞춤형 추천이 강화된 전자상거래를 이커머스 3.0으로 구분한다. 다양한 데이터 융합을 통해 고객보다 한발 앞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알려주는 고도화된 추천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를 일컫는다.

슈퍼앱과 마이데이터 기반의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이커머스 3.0은 부지불식간에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업의 경계를 초월해 횡적으로 확장된 시야를 가지고 빅블러의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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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 소장
현재에서 미래를, 미래에서 현재를 부감하며
리테일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