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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1/08

하얀 밀가루만 봐도 가슴이 뛰던 시절이 있었다. 안방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갈색 맥주병으로 반죽 미는 모습만 봐도 식욕이 동했다. 어릴 적 연례행사처럼 먹던 칼국수는 귀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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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24

쌀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그때 그때 밥을 짓는다면 최소한 몇 시간 지은 밥보다는 맛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뜸을 들이고 밥이 완성되면 바로 밥을 잘 섞어주자. 밥 속에 갇혀 있던 여분의 수증기가 밖으로 나와 밥이 뭉치는 것을 막는다. 이것으로 밥 짓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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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2/15

낙원동과 익선동에는 이른바 ‘레트로’의 바람이 가장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1920~30년대 경성 건축왕이라고 불렸던 ‘정세권’이 개발하고 분양한 근대형 한옥 주택들은 여전히 낮은 키에 웅크렸다. 여전히 사람이 머무는 곳도 있지만, 태반이 뜯어고쳐 카페와 디저트 가게, 혹은 주점으로 형태를 바꿨다. 그 끝 무렵,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호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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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23

느껴보라. 차가운 물이 손에 닿고 쌀알이 그 물속에서 움직이는 감촉을. 갓 지은 밥의 구수한 향내를. 요리는 귀찮고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인간이 세계와 소통하는 방법이요, 필수적인 과제다. 자신이 먹을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립의 가장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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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4/11

나는 노인공경이 아닌 나이 든 대접을 해주는 한국을 그리워했다. 그때 내 나이 서른, 그러나 그 주방의 요리사 대부분이 20대였다. 나이 든 요리사가 멋진 모자를 쓰고 우아하게 맛을 보는 모습은 동화책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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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28

출근을 하자 마자 퇴근을 하고 싶었다. 매일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언제나 성실한 21세기의 일꾼인 나로서는 드문 날이었다. 그나마 내가 가진 장기 중 가장 예민한 코가 아침부터 벌렁거렸다. 가죽, 자동차, 기계 상가가 들어찬 하드보일드한 성수동 공기 중으로 기름지고 고소하며 얼큰한 냄새가 부유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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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26

메밀향이 나는 거친 면과 맑은 육수의 평양냉면? 고구마 전분의 쫄깃한 면과 새콤달콤한 육수의 함흥냉면? 냉면의 계절 여름, 최고의 냉면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한국 최고의 냉면 맛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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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05

치즈 버거의 구성은 음식 공학적으로 볼 때 거의 완벽하다. 치즈 버거는 고기, 채소, 빵, 치즈라는 구성 요소 그 자체를 겹쳐 만든 공학적 음식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이뤄진 3대 영양소가 딱 보기에도 적절히 안배된 구성이다.